[뉴스핌=황수정 기자] 사랑을 파헤치는 연극 '발렌타인 데이'가 공연 중이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연극 '발렌타인 데이'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이날 전막 시연 후 진행된 간담회에는 연출 김종원, 배우 정재은, 이명행, 이봉련이 참석했다.
'발렌타인 데이'는 러시아 작가 이반 븨릐파예프(Ivan Vyrypaev)가 2009년 발표한 작품으로, 한 집에서 생활하는 두 여인 발렌티나와 까쨔가 동시에 사랑했던 과거의 한 남자 발렌틴에 대해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이번 작품은 국내에서 주로 공연되어 온 러시아 연극이 19세기에서 20세기에 활동한 체홉, 푸시킨, 고골리 등 작가의 작품에 편중돼 있는 가운데, 동시대 극작가의 작품을 공연함으로서 의미가 있다.
김종원 연출은 "러시아에서 많은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공부했다. 한국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극 활동을 하는데 왜 한국에선 러시아 고전만 하나 의구심을 갖게 됐다"며 "지금 알려진 체홉, 톨스토이 등이 한국에 소개된 게 거의 100여 년 전이다. 그당시 체홉도 동시대 인물이었을 거다. 작지만 나도 그런 의미있는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출은 "극중 발렌티나의 사랑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과거 속에 살고 있는, 그 현재가 곧 바고 미래가 되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러시아에서는 다양한 연출가에 의해 다양한 형식으로 공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굉장히 정치적인 스타일로 풀고 있더라. 그러나 우리 작품은 사랑을 주제로 과거에 집착하고, 현실 속에서 싸우고 갈등하고, 생을 마감하거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떠나는 모습 등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발렌티나' 역은 배우 정재은이 맡는다. '발렌티나'는 발렌틴을 사랑하지만 부모의 반대, 까쨔의 계략으로 발렌틴과 헤어지는 인물로, 15년만에 만나 사랑하고, 그가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캐릭터다.
정재은은 "작품이 '발렌티나'의 기억 속에서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 현상이라 공연 두 시간을 모두 제 호흡으로 끌고가야 한다. 굉장한 내면의 에너지가 필요해서 힘들었다"면서 "40년동안 어떤 사람을 절대적으로 사랑하면서 살아온 여자의 기억, 감정들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라면 어떨지, 철저히 내 안으로부터 출발해서 극단적인 감정까지 생각하고 고민했다"고 말했다.
'발렌틴' 역은 배우 이명행이 연기한다. 그는 발렌티나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소식에 좌절하고 까쨔와 결혼하는 인물이다. '까쨔'는 발렌틴을 사랑해서 거짓 전보로 그를 차지하는 캐릭터로, 배우 이봉련이 맡아 열연을 펼친다.
이명행은 "대본 작업을 하면서 '이 작품은 시적인 통속극'이라고 얘기했다. 줄거리만 따지면 단순하고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이지만, 각자 함의하고 있는 것들이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제일 힘들었다. 작품 속에서 '발렌틴'이 남성성의 표상으로 생각해, 구체적으로 무대에 서있는 인물로 끌어내리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또 격한 감정에서 구체적인 액션을 하는게 어려운데, 이 작품에서 물건을 부수고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지점도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봉련은 "'까쨔'는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럴 수도 있구나'란 생각으로 접근했다.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무대 위에서 할 것도 많고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게 많아서 평소와 다른 차원의 집중도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발렌타인 데이'는 오는 1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예술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