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엠나비' '스테디레인' 인기 행진
[뉴스핌=황수정 기자] 단순히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경험을 토대로 한 작품은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실제 사건이나 인물을 모티브로 하면, 관객들은 더욱 쉽게 극 속에 몰입하고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로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이 관객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 혹은 실제 사건을 차용해 각색된 연극 3편을 통해 그 시대의 생활, 그 시대의 사람들 이야기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 파독? NO, 재독간호사!…'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술의전당에서 3년만에 내놓은 초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최초의 공식화된 이민자 파독간호사 세대의 이야기를 담는다. 40년 전 자신의 꿈을 찾아 독일로 건너간 간호여성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작품. 극작가 겸 연출가 김재엽이 독일에 현재까지 거주하는 재독간호여성들과 교류하며 알게된 그들의 행적을 전한다.
작품에서는 1976년 있었던 이주 간호여성들의 체류권 허가를 위한 서명운동, 1980년 5월 광주 민주항쟁 당시 재독여성모임을 만들어 광주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도록 힘쓴 일들,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 당시의 상황 등 세계사를 비롯해 우리가 몰랐던 일들을 사실적으로 담는다. 실제 재독간호여성인 김순임 씨는 공연 관람 후 "연극이 너무나 사실 그대로 잘 표현돼서 다시 설명드릴 이야기가 없다"고 평가했다.
배우 이영숙은 "실제 역사를 살아오신 선생님들의 이야기다보니 어떻게 두 시간 안에, 인물을 통해 표현할 지 숙제가 많았던 것 같다"며 "살기 위해 무언가를 쟁취하고 행동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감동이었고, 선생님들 삶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재독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연극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오는 12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기묘하고 슬픈 사랑이야기…'엠.버터플라이'
연극 '엠.버터플라이'는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와 중국 배우 '쉬 페이푸'의 충격적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당시 국가 기밀 유출 사건보다 더욱 논란을 일으킨 부분은, 버나드 브루시코가 열렬히 사랑한 연인이 남자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슬하에 아들(쉬 페이푸가 몰래 돈을 주고 데려온 아이)까지 있었기에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엠.버터플라이'는 이러한 충격적 스캔들을 기반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해 완성됐다. 서양이 동양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을 비판하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까지 폭넓게 다룬 수작으로, 실존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을 심도 있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연출 김동연은 쉬 페이푸를 보티브로 한 캐릭터 송 릴링에 대해 "모든 것이 금지된 공산당 시대에서 '송 릴링'은 굉장히 예술가다. 모티브가 되었던 실존 인물 자체도 아는 것들이 많았고 글도 썼던 사람이다. 모든 게 금지된 시대에서 그만의 예술, 그만의 판타지를 펼친게 아닌가 생각했다. 단순히 스파이, 사랑 이상을 완성시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연극 '엠.버터플라이'는 오는 12월 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 진한 누아르 2인극…'스테디레인'
미국의 극작가이자 유명TV 시리즈의 프로듀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키스 허프(Keith Huff)의 대표작인 연극 '스테디레인'은 2006년 시카고 초연 장시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공연 비평가들이 꼽은 '2007 연극 TOP 10'에 선정된 바 있다.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의 출연으로 인기를 모으며 그 해 '타임지가 선정한 2009년 TOP 연극'에 오르기도 했다.
'스테디레인'은 미국의 연쇄살인마 제프리 다머의 실화를 차용한 작품으로, 극 중 두 사람은 약에 취해 벌거벗은 어린 아이를 마주했을 때 신분 확인도 없이 아이의 보호자라고 주장하는 남자에게 아이를 돌려보내고, 이후 아이가 시체로 발견되는 부분이다. 1991년 밀워키에서 체포된 제프리 다머는 17명의 남자를 살해했고, 인육을 먹었은 희대의 살인마. 체포 두 달 전 14세 동양계 소년이 탈출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적 있었으나 동성애인으로 얼버무린 제프리 다머에게 돌려보내져 희생됐다.
작품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끔찍한 사건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관객에게 각인시키는 누아르 연극이다. 모든 것을 자기 방식대로 지켜야 하는 '대니'와 아무 것도 지킬 것이 없는 '조이' 두 남자의 삶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치열한 스토리텔링을 그려낸다. 연극 '스테디레인'은 오는 12월 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예술의전당, 연극열전, 노네임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