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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절정의 가창력·현대적인 연출력 돋보인 오페라 '리골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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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에서 딸 질다 역의 소프라노 캐슬린 김을 끌어안고 있는 리골레토 역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뉴스핌=최원진 기자]  "죽지 마라, 나의 보물아…날 불쌍히 여겨다오."

리골레토 역의 이탈리아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가 죽어가는 딸 질다 역의 소프라노 캐슬린 김을 안고 울부짖는 장면은 관객들 마음속 깊은 전율을 느끼게 했다. 데비드 체코니가 "질다! 아 저주다"라며 죽은 딸 앞에 쓰러지자 커튼이 내려졌고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가 막을 올렸다.

'리골레토'는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희곡 '환락의 왕'이라는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베르디 작품이다. 이번 무대에서 17세기 만토바 공작의 궁은 화려한 현대 나이트클럽으로 바뀌었고, 공작은 나이트클럽을 물려받은 사장으로 등장한다. 리골레토는 나이트클럽에서 쇼하는 코미디언이다. 권력자의 횡포와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 앙심을 품은 리골레토. 자신의 딸 질다를 겁탈한 사장에게 복수하려다 되려 딸을 죽이게 되는 광대의 비극이다.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에서 만토바 역의 테너 정호윤이 화려한 밤을 즐기고 있는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1막 커튼이 올려지자 큰 철조구조물과 화려한 불빛,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세팅이 관객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대 곳곳에는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 클럽 바에서 서빙하는 술은 우리나라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에 1막 2장과 3막에 등장하는 스크린 배경에는 '노래방' 문구가 돋보이는 네온사인이 등장한다.

특히 살인 청부업자 스파라푸칠레가 있는 술집은 주황색 천막의 포장마차로 나와 지나치게 어둡고, 침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살짝 띄워준 현대적인 미장센이었다. 가수들도 청바지, 가죽 재킷, 운동화 등 격식 없는 옷차림으로 나와 '리골레토'가 어려운 고전 작품이란 편견을 깼다.

1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에서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정호윤과 질다 역의 소프라노 캐슬린 김이 재회하는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2막에서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테너 정호윤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감탄을 자아냈다.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정호윤은 구알티에르 말데란 이름의 가난한 학생으로 신분을 속여 질다에게 접근한다. 사랑에 빠진 질다는 공작이 가고 난 뒤 집 앞에서 아리아 '사랑스러운 그 이름'을 부른다. 캐슬린 김은 터질듯한 발성을 마치 숨을 쉬듯 쉽게 내뱉었다. 1막에서 테너 정호윤이 부른 '여자의 마음은 갈대'는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아리아다. 2층 구조물 위에 서서 불러도 잘 들리는 그의 성량과 여러 번 들어도 새로운 정호윤만의 기법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질다와의 사랑의 이중창 '사랑은 영혼의 태양'에서 캐슬린 김과 호흡은 관객들의 "브라보! (Bravo)" 환호성을 끌어냈다.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는 유달리 높낮이 변화가 심한 곡을 기술적으로 소화하기보다 연기력으로 승화시켜 눈길을 끌었다. 딸에 대한 뜨거운 부성애를 표현한 낮은음 부분은 느린 몸짓과 애절한 표정으로, 반면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할 때 높은 음은 격정적인 몸부림으로 표현했다.

국립오페라단이 지난 1997년 공연 이후 20년 만에 올린 '리골레토'. 17세기 배경을 현대 한국으로 재해석했다는 점과 화려한 무대 장치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가수들의 가창력과 명연기가 손색없던 공연이었다.

[뉴스핌 Newspim] 최원진 기자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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