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해고, 투자실패, 가족과 옛날 생각 날때 눈물
[뉴스핌=백진규 기자] CEO들은 남보다 더 강하고 용감해야 합니다. 아프더라도 내색하지 못하고, 힘들더라도 남을 먼저 챙겨야 하죠. 그러나 ‘각자 다른 눈물을 흘리지만, 울고 싶은 마음만큼은 모두 같다’는 중국의 한 소설 구절처럼, 중국 CEO들도 때로는 눈물을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마윈, 런정페이, 둥밍주 등 유명 CEO들은 언제 눈물을 흘렸을까요?
◆ 마윈 알리바바 회장
'길이 보이지 않았다'며 과거를 회상한 마윈 <사진=바이두> |
1995년, 차이나 엘로페이지(中國黃頁)라는 인터넷 기업을 세운 마윈은 검은색 멜빵가방 하나만 맨 체 베이징을 돌아다니며 투자자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은 마윈의 행색을 보자마자 설명도 듣지 않고 그를 쫓아냈죠. 훗날 마윈은 “길은 보이지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알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는데요. 빈손으로 베이징에서 항저우(杭州)로 돌아온 그는 택시 안에서 울분을 참지 못하고 크게 울었다고 합니다. 아직 알리바바를 세우기 전, 젊은 마윈의 얘기입니다.
마윈은 알리바바를 세운 뒤에도 한번 운 적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알리바바의 첫 글로벌 확장 전략이 실패하면서 마윈은 미국 지사 직원들을 ‘자르기’위해 미국으로 건너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퇴사한 직원들은 마윈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들이 지금까지 한 노력을 설명했고, 마윈을 비난하기도 했죠. 포터 에리스만(Porter Erisman) 전 알리바바 부총재와 통화하던 마윈은 “전부 내 잘못이다. 모두가 나를 욕하고 있다. 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었나?”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사진=바이두> |
2000년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많은 중국 IT기업들이 무너졌는데요. 화웨이(華為) 역시 당시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고 합니다. 야전침대 문화를 만들어 화웨이를 중국 최대 통신제조업체로 키워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도 당시엔 손 쓸 방법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런 회장은 “반년 동안 그저 긴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자주 울었다”면서 “특히 ‘베이궈즈춘(北國之春)’이라는 노래를 수백 번씩 들었고 들을 때마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습니다.
지금은 사랑노래로 유명한 ‘베이궈즈춘’은 원래 창업가의 노력을 설명한 노래라고 하네요.
◆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2016년 실적발표회에서 눈물을 흘린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사진=바이두> |
한때 중화권 최고 부호에 올랐던 리자청(李嘉誠, 리카싱) 청쿵그룹(長江實業) 회장. 15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외판원부터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명성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리카싱 회장은 2016년 청쿵그룹 실적발표회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울먹였습니다. 그는 “12세부터 일을 시작해 19세에 총경리에 올랐고, 다시 푼돈을 모아 창업해 여기까지 왔다. 67년간 사업하며 단 한번도 손해보지 않았는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눈물을 닦은 그는 후배들에게 “홍콩엔 아직도 기회가 많다. 자신을 낭비하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사진=바이두> |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둥밍주(董明珠) 거리전기(格力電器) 회장. 2016년 임시주총에서 주주들과 기싸움을 벌이며 ”내가 무대에 올라섰는데 박수도 치지 않다니 무례하다”고 외친 일화도 유명하죠. 그런 그가 눈물을 흘린다? 얼핏 상상하기 어려운데요.
하지만 둥 회장도 누군가의 엄마이자 딸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1995년, 당시 출장 중에 갑자기 고열로 40일 동안 입원한 적이 있다. 의사가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면 정말 위험하다고 경고하는데, 다른 건 다 상관 없지만 아들과 어머니 생각이 났다. 내게 문제가 생기면 아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습니다.
둥 회장은 “기업활동을 하는데 여성이라서 어려울 건 하나도 없다. 어떤 어려움이건 마주할 자신감만 있으면 뭇해낼 일이 없다”고 말해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답게 강단있는 여성상을 보여줬습니다.
◆ 쑨훙빈 룽촹중궈 회장
쑨훙빈 룽촹중궈 회장은 러스왕 투자실패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사진=바이두> |
올해 완다그룹의 호텔사업 인수로 주목 받은 부동산기업 룽촹중궈(融創中國). 지난 1년간 주가만 500% 가까이 올랐는데요. 쑨훙빈(孫宏斌) 룽촹중궈 회장은 M&A의 귀재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쑨 회장도 실패한 투자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판 넷플릭스’라고 불린 러스왕(樂視網) 투자인데요. 쑨 회장은 올해 1월 170억위안(약 2조9400만원)을 투자해 자웨팅(賈躍亭) 러스왕 창업주의 백기사로 나섰으나 결국 러스왕은 올해 4월 거래중지를 선언했습니다.
쑨 회장은 9월 1일 룽촹중국 실적발표회에서 “러스왕에 투자하기 전까지, 내 인생에 후회되는 점은 없었다. 러스왕 경영의 정상화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엄청난 돈을 투자를 했는데 결국 자웨팅은 믿음을 저버리고 일을 그르쳤다 ”고 원망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