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돈 파스콸레'에 출연하는 바리톤 장성일(오른쪽)과 소프라노 한은혜. <사진=라벨라오페라단> |
[뉴스핌=정상호 기자] 국내 최초로 소극장 장기 오페라 공연이 열린다. '돈 파스콸레'와 '불량심청'이 연달아 9월의 무대를 수놓으며 길어야 3, 4일 공연이 전부인 오페라 공연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장기 공연의 전반부를 이끄는 '돈 파스콸레'의 주역인 바리톤 장성일과 소프라노 한은혜를 만났다.
장성일과 한은혜는 코믹하면서도 현대의 시대상과 닮아있는,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어느때보다 의미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은 의지를 다졌다.
가에타노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의 오페라 '돈 파스콸레(Don Pasquale)'는 여자에게 관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여자보다는 돈이 더 소중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구두쇠 이야기 오페라이다.
장성일은 "오페라를 보면 소프라노가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작품이름 또한 여주인공 이름인 경우가 많다) 테너도 아닌 바리톤이 극을 끌어가는 주인공인 경우는 많지 않다. 바리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탐낼만한 역할이다. 음악의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코믹 연기 또한 극의 주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굉장히 크다. 특히 극 중반에 나오는 돈파스콸레와 말라테스타의 이중창 Cheti cheti는 랩의 시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로 진행된다"면서 "연기와 노래를 함께 완벽하게 해야 되는 중요한 이중창이기에 요즘 연습하느라 살이 쭉쭉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혜는 "출산과 육아에 욕심을 내느라 엄마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지만 늘 무대를 꿈꾸며 소원해하고 있었다"며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큰 역할을 맡아, 또 다른 나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돈 파스콸레의 노리나는 수많은 오페라에 나오는 여주인공 캐릭터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역할이다. 한 장면에서도 여러 번 성격이 바뀌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라서 노리나를 제대로 해석해 연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생긴다. 때론 여우로, 때론 순백의 소녀로 변하는 꾀많은 노리나도 사랑 앞에선 한없이 순수하고 진지하다"면서 "귀국 후, 첫 작품에서의 주역이다 보니 더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노리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성일은 바리톤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역할이라며 파스콸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장성일은 "라벨라오페라단과는 인연이 깊다. 오페라 '일트로바토레' '안드레아셰니에' 등 대극장 오페라를 여러편 함께 했고 올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창단 10주년 기념 갈라 콘서트에도 참여해 기쁨을 함께 나눴다. 작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에서 대상까지 받은 라벨라오페라단이 대한민국 오페라 부흥을 위한 소극장 장기 공연을 국내 최초로 진행한다고 하길래 무조건 참여해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희극 오페라인만큼 관객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즐겁게 보고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있다. 파스콸레는 여자보다는 돈을 더 사랑하는 캐릭터이다.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할 때 눈빛이라든지, 여자와 돈 사이에서 고민하는 파스콸레의 캐릭터를 잘 살려서 오페라에 임하려고 한다. 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오페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은혜 역시 노리나 역할에 만족감을 표했다.
한은혜는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고 아리아 한곡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 노리나를 꼭 한번 연기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생각보다 빨리 이 역할의 데뷔를 하게 되어 기쁘다"며 "출산과 육아로 오랜 기간동안 쉬어서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분들의 응원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 귀국 후, 첫 오페라인만큼 본격적인 음악생활의 첫 걸음을 잘 디디고 싶다. 응원주신 많은 분들에게 훌륭한 공연으로 보답해드리고 싶고 관객들분들에게 기억에 남는 재미있고 유쾌한 오페라가 되길 소망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사람은 소극장 장기 오페라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장성일은 "관객과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입장에선 가성비 좋은 오페라인데다 성악가들의 표정과 소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기때문이다. 오페라는 마이크를 쓰지 않기 때문에 성악가 입장에선 소극장에서 노래하는 게 더 편하기도하다"고 말했다.
한은혜 또한 "화려하고 무거운 이미지의 오페라는 대중에게 다가가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극장 무대는 관객들이 연기자들의 숨소리를 함께 느낄 수 있어서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생동감을 느끼실 수 있다. 이회수 연출께서 소극장에 잘 어울리도록 유쾌하게 연출해주셔서 공연을 보시는 관객분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즐기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극장 장기 오페라 '돈 파스콸레'는 북서울 꿈의숲 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8일부터 16일까지 총 8회 공연된다.
오페라 '돈 파스콸레' 포스터 <사진=라벨라오페라단> |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 (uma8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