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 "트럼프와 같은 '올바른 조건' 충족이 조건"
"정상회담서 북핵 2단계 접근(핵 동결 후 핵 해체) 논의"
[뉴스핌=이영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이 사드 배치를 연기하거나 배치 결정 자체를 번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지가 이날 공개한 지난 19일 진행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결정은 지난 정부에서 했지만, 나는 그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WP 기자가 '사드를 설치 운용(전개)을 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단순하진 않다"며 "이미 사드 시스템의 레이더와 2대의 발사대를 전개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고 대답했다.
WP가 이어 '다음주 워싱턴을 방문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사드를 전개할 생각이 있느냐'고 분명히 물어볼 것'이라고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 실시가 사드 배치 연기나 철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
앞서 WP의 첫 질문 "대선 때 평양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말했고 북한과의 관계설정을 원하는 것 같은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해 문 대통령은 "만약 '올바른 조건'이 충족되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믿고 있다"고 대답했다.
'올바른 조건'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도 '올바른 조건'하에서라고 말했다"며 "그도 북한과 대화하길 원한다. 정확히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우리도 자세하게 예측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과 긴밀한 협의가 있어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내가 강조하고 싶은 하나는 한국이 그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이 좀 더 활동적인 역할을 하는 기간 동안 남북관계는 더 평화롭고 미국과 북한도 긴장도 덜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전 정부는 '전략적 인내'로 북한을 압박했지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고, 한국의 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며 "그 결과가 지금 보는 현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미 5번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실시한 북한의 김정은이 비핵화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그는 핵 미사일 능력을 개발함으로서 자신의 정권 유지가 보장된다고 믿고 있다"며 "우리는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적 제재와 압박의 목적은 김정은이 이 사실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고, 그런 가운데 우리는 핵 개발 포기와 협상 테이블에 오는 것이 북한이 그들 스스로를 지키고 발전을 이루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북한은 핵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고 곧 무기화할 것이고,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계속 진보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우선 북한의 프로그램을 동결시켜 그들이 추가 도발과 기술 개발 하는것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나는 북핵에 대한 2단계 접근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첫 단계는 핵 동결, 두번째 단계는 핵 해체 완성"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WP는 인터뷰 내용 일부를 공개하면서, 문 대통령은 전쟁보다는 협력을 믿었던 노무현 정부에서 공식적인 정치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WP는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북한은 서방의 연대를 시험하려는 시도를 지속하면서 지금 북한은 궁극적으로 미국 본토 샌프란시스코까지 도달할 것으로 주장하면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의 취지는 한국의 대북 안보 관련 온건파인 문 대통령과 미국의 강경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면 어떻게 될까에 초점이 있고 문 대통령이 다음 주 백악관을 방문하기 앞서 이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라고 WP는 전제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