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정민, 김수안, 류승완 감독, 소지섭, 이정현, 송중기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장주연 기자] 올해 최고의 기대작 ‘군함도’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융에서는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한이 자리했다.
‘군함도’는 전작 ‘베테랑’(2015)로 1341만 관객을 동원한 류승완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시작 전에 이 영화를 기획했다. 사진을 한 장 받았다. 저도 그때 처음 봤다. ‘이게 뭐지? 사람이 사는 곳인가?’ 싶었다. 그 기괴한 이미지에 압도됐다. 이후 섬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고 계속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지금 검색하면 나오는 바로 그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됐고, 그곳에 산 사람, 조선인에 대한 궁금증이 시작된 거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이어 류승완 감독은 “영화는 1944년 봄부터 1945년 여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1938년 일제 국민 총동원령이 내려진 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징집됐다는 역사적 사실과 배경은 팩트다. 군함도라는 섬과 디테일한 세팅 역시 최대한 고증에 의해서 재현했다. 즉 세팅된 시대적 배경, 공간적 설정은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묘사했다. 다만 그 안에 있는 인물들, 거기서 벌어지는 구체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과 상황은 만들어졌다. 이건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한 창작된 이야기”라며 “전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로 생각하고 출발하지 않았다. 영화적 서스펜스와 활력과 박력이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 황정민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일찌감치 ‘군함도’ 출연을 확정 지었던 황정민은 군함도로 오게 된 후 따로 떨어지게 된 딸을 찾으려는 이강옥 역을 맡았다. 그는 이강옥에 대해 “간사한 인물이다. 다 필요 없고 나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딸을 살리기 위해서 간사한 행동도 한다. 양극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인물을 표현하는 게 재밌으면서도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은 소지섭이 연기했다. 소지섭은 “최칠성은 다혈질이고 화끈하다. 하지만 상남자의 진한 속내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하며 “사실 류승완 감독님과 작품하고 싶어서 시나리오 보기도 전에 결정했다. 근데 받고 나니까 장난이 아니더라. 심적 부담도 많이 느꼈다. 과연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께 의지를 많이 해서 촬영 잘 맞췄다. 액션은 촬영 전에 한 달 반 연습했다. 연습을 많이 해서 촬영은 무사히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국내외를 들썩인 송중기는 임무를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 OSS 소속 광복군 박무영으로 합류했다. 송중기는 “캐릭터에 대한 무게감도 당연히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따랐다. 인간의 측은지심, 다른 목적으로 갔지만, 고생하는 국민을 다 같이 구해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근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광복군이라 다 끌고 나간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보면 조선인들이 더 이끌어가는 느낌이 있다. 캐릭터보다는 소재가 주는 압박과 긴장이 컸다”고 회상했다.
갖은 고초를 겪은 말년 역은 이정현이 연기했다. 특히 이정현은 영화를 위해 체중을 36.5kg까지 감량해 화제를 모았다. 이정현은 “저뿐만이 아니라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다들 살을 엄청 많이 뺐다. 다이어트 비법도 공유하고 그랬다. 조단역분들 중에서는 20kg을 뺀 분도 계셨다. 다만 저는 원래 43kg가 나간다. 마른 몸에서 빼려니까 힘들긴 했다. 근데 현장에 있으면 안 뺄 수가 없었다. 그걸 보면서 영화에 묻어서 하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몸무게 감량 같은 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연소 주연 배우, 이강옥의 딸 소희는 김수안이 맡았다. “2년 전쯤에 ‘무한도전’에서 군함도 이야기를 한 번 봤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이후에 역사책도 보고 다큐멘터리도 통해 공부하면서 ‘이런 아픔이 있는 곳이구나’하고 느꼈다”며 “감정은 감독님께서 잘 이해시켜줬다. (황정민) 아빠도 많이 도와줬다. 또 분명 저 같은 어린 친구들도 그 역사 속에도 있었을 거다. 그 친구들을 생각에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의젓한 자세를 보였다.
배우 이정현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세트장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제작진은 3개월간의 디자인 과정과 6개월간의 시공을 거쳐 강원도 춘천 13만 2천여 제곱미터 부지 내 6만6천 제곱미터 규모의 전에 없던 초대형 세트를 제작, 실제 군함도의 2/3를 그대로 재현했다.
이와 관련, 류승완 감독은 “실제로 군함도에 다녀오니까 어떻게든 그 현장을 실제로 재현해야 할 거 같았다. 제가 그때 받은 느낌이 연기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다 가짜일 듯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소중한 배우들을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시킨다는 게 못할 짓이라 생각했다. 물론 더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지만, 지금 현재, 한국 영화에서 만들 수 있는 최대치까지 도전해서 나름 여러분께 자부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황정민은 “크니까 분명 위압적으로 다가오는 게 있다. 손님들, 예를 들면 촬영 감독이나 다른 감독이 와서 구경 오면 안내하면 보통 30분 정도 걸린다”고 자랑했다.
동시에 그는 “근데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하고 싶다. 사실 (군함도 세트가 있던 곳이) 춘천 주변이 아파트다. 아파트 주민이 너무 많았는데 참아줬다. 밤에 폭격 터지고 해서 애들 잠도 못재웠을 거다. 노심초사했는데 단 한 분도 항의하지 않으시더라”고 인사했다. 송중기 역시 “춘천은 너무 좋은 곳”이라고 거들며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류승완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영화 ‘군함도’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예민한 질문도 나왔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일본 아사히 신문 기자가 영화가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냐며 우려를 표한 것.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굉장히 존경하는 일본 영화와 감독님이 많다. 일본이 친구도 좋고 일본 음식도 좋아한다. 전 가까운 나라와 관계가 잘 풀리길 바란다. 다만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고 해결할 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게 맞다. 이치에 맞고 도리에 맞고 경우가 오가야 좋은 관계가 형성되는 거다. 우리는 갑을 관계도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영화가 공개되면 이 우려는 불식될 거다. 영화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의존하거나 소위 말하는 국뽕, 감성팔이에 의존한 영화가 아니다.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태도와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 지진이 났을 때 생수, 필수품 보내는 거 한국 사람이다. ‘군함도’는 보다 본질적으로 인간과 전쟁에 대한 이야기”라면서도 재차 “영화 외적인 문제는 영화가 개봉하고 하지 않고를 떠나서 해결돼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류승완 감독은 “여기 계신 분들과 영화에 담긴 한 사람 한 사람 덕분에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자부하다. 백그라운 끝에 있는 배우조차도 모두 연기하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런 현장에 제가 있었다는 게 감사했다”며 “육체적으로 힘들 때마다 우린 촬영 끝나면 숙소 가서 먹고 쉬는데 실제 이분들은 어땠겠냐는 말을 많이 했다. 다른 영화면 열심히 했다, 잘 봐달라고 하겠는데 이건 못하겠다. 예의가 아닌 거 같다. 다만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힘겨운 상황에서 단 한 번도 싫은 내색 안 해주고 함께 해준 배우들 모두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군함도’는 오는 7월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