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공·사모 발행액 8.4조...4년 반만에 최고
하반기엔 지금과 같은 호황 힘들어...상반기 선발행·스프레드 확대
[뉴스핌=허정인 기자]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회사채 발행시장이 근 4년 반 만에 최고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기업이 자금조달 규모를 늘리는 데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다시금 시장에 등판해 수요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 발행시장은 다소 잠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대비한 차환자금 선발행으로, 하반기 발행시장 축소현상이 올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료=코스콤> |
29일 코스콤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시장(공·사모 통합)에서 기업들이 조달해간 자금은 5조95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엔 한 달 동안 8조4708억원어치를 발행해 2012년 7월(8조5123억원) 이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당초 전망을 다소 비껴간 결과다. 시장은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 트럼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시장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외에 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확실성도 회사채 시장의 전망을 우울하게 했다.
다만 글로벌경기가 차츰 활력을 찾으면서 세계교역량이 늘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증가하는 등 기업의 자금수요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해 7년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장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고 미국의 6월, 9월 금리인상 전에 내년 치 차환자금까지 미리 발행하는 경향도 있다”며 “올해 1분기 동안 거의 투자를 못했던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시장에 다시 등장해 자금 수요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발행사 입장에선 지금이 적기라는 인식도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2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LG화학의 경우 5000억원 수요예측에 1조77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에서만 약 1조원의 자금이 들어왔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6월 초까지 예정된 수요예측 물량이 소화되고 나면 당분간 발행시장이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는 “상반기 수요예측 금액이 10조원 가량이었는데 실제 발행은 이보다 4조원 넘게 발행됐다”며 “각 사의 증권신고서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차환자금 선발행이 차지했다. 때문에 하반기 회사채 발행 부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욕구가 저조한 점도 하반기 발행시장을 부진케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설비투자 실적 및 전망을 보면 기업의 설비투자 전망이 여전히 100미만을 지속하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회사채시장에 비교적 덜 우호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공사채 발행이 늘면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들이 좀 더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 주체가 대부분 공기업이다. 공공기관 부채 정상화 대책이 대부분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볼 때 공사채 발행이 늘 수 있고, 이는 회사채 스프레드를 소폭 확대시킬 것”이라며 “그간 공사채 부재로 수혜를 입었던 회사채, 여전채 AA급 이상을 대상으로 스프레드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