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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의 '슬픈 계약서'...중개인도 집주인도 내편은 없다

기사입력 : 2017년01월27일 09:00

최종수정 : 2017년01월27일 10:22

[뉴스핌=오찬미 기자]  서울 목동에 사는 민모(남·40)씨는 얼마 전 연장한 전세계약 때문에 고민이다.

지난달 계약 마감을 앞두고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려받지 않고 재계약을 해주겠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냉큼 계약을 맺었다. 대안으로 알아보고 있던 B아파트로의 이사도 접었던 터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적응을 하기도 어렵고 하니 원래 살던 집에 조금 더 사는 게 나을 것이란 게 민 씨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계약을 연장하자고 할때까지도 다른 말이 없던 주인이 계약 당일 '특약'이 있다며 새로운 옵션을 제시했다. 

특약내용은 '언제라도 주인이 요구하면 살던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것. 30대 아들이 있는 집주인은 아들이 결혼해서 집을 물려줘야 할 때 언제라도 정씨가 사는 집을 반환받길 원했다. 얼떨결에 계약서에 사인을 한 민씨는 집으로 돌아와서 찝찝한 마음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설마 집주인 아들이 2년안에 결혼을 할까' 싶지만 막상 특약을 내세워 집을 빼달라고 하면 아이 학교문제부터 대출문제까지 가족 생활 패턴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전세대란으로 인해 전세 세입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당장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도 문제지만 집주인 우위 시장이 지속되면서 집주인만 유리한 특약이 있는 계약 방식도 고민거리다. 더욱이 전세살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법적인 문제라 쉽게 해결방안을 찾아내기도 어렵다. 민씨는 민법상 특약우선의원칙에 따라 2년 안에 집을 정리해야 할까 아니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2년간 거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서민들의 애로사항인 전세살이에서 생겨나는 문제와 그 해답을 임대차 전문 변호사에게서 들어보자. 

    강청현 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오세정 법무법인 신효 변호사

우선 앞서 말한 민씨의 경우 민씨는 특약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집주인(임대인)은 2년 미만의 임대기간을 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 후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나가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임차인 뿐이다.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세입자가 원하면 2년 미만 임대차 계약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집주인은 계약기간을 2년 미만으로 주장할 수 없다. 이는 전·월세 모두 같다. 

강청현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집주인이 1년 혹은 1년 6개월로 임대차 기간을 정해 계약서를 쓰더라도 임차인은 2년 동안 거주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집주인이 계약위반이라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민씨의 경우처럼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특약을 달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세입자가 '집을 뺄 수 없다'고 주장하면 집주인은 아무런 방법이 없다. 

강청현 변호사는 "집주인은 계약시 '2년 안에 집을 못 뺄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안고서 계약에 임해야 한다"며 "임차인이 집주인과 합의해 중도에 집을 뺄 경우 임차인은 집주인에게 이사비용, 복비 전액, 합의금을 비롯한 계약해지금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오세정 법무법인 신효 변호사도 "집주인이 2년 강행규정과 반대되는 특약조건은 얼마든지 무효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향후 계약에 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 "집주인이 집을 안고쳐줘요" 하자보수 안되는 전셋집, 세입자 언제라도 계약 파기 가능

서울 봉천동에 사는 사회초년생 장모(여·29)씨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4000만원짜리 전세가 나와 주거 시설이 썩 좋지 않았지만 계약을 맺었다. 집주인으로부터 입주할 때까지 "기름보일러를 가스보일러로 교체하고, 도배와 누수 공사를 새로 해주겠다"는 확답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입주하려고 보니 보일러에 넣는 기름통이 베란다에 그대로 방치돼 있고 창문 잠금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보일러를 틀면 현관문 옆쪽에서 여전히 누수가 발생했다.

당황한 장씨는 일단 집주인과 부동산에 연락을 취했으나 신속히 해결해준다는 말만듣고 한 달째 아무런 조취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장씨는 전세계약을 파기하거나 집주인이나 중개인에게 하자보수 이행을 요구할 수 있을까. 

결론은 장씨는 전세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집주인은 전셋집을 임차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적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임대인의 수선의무'라고 한다.

민법 제618조에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에 대해 사용·수익할 수 있는 상태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집주인이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임차인은 언제라도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다.

오세정 변호사는 아울러 임차인이 그동안 입은 손해에 대해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주가 힘들 정도로 누수가 심각하다면 임대인에게 즉시 계약 해지 후 보증금 반환도 요구할 수 있다"며 "중개수수료 뿐만 아니라 중도 이사비용에 대해서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장씨가 집이 수리된다면 계속 거주하기를 희망할 경우 스스로 수리비용을 충당한 다음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임차인이 부동산 중개업소를 끼고 전·월세 계약을 맺었다면 중개인에게도 책임을 물 수 있을까.

오 변호사는 "실제 중개인을 끼고 계약하면서 집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중개대상물 설명확인서'를 임대차계약서에 기재했는데 누수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이런 경우 중개인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중개인이 누수 여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계약을 하게 됐기에 공인중개사법에 따라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

오 변호사는 이어서 "계약서상 설명확인서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중개인이 구두로라도 설명해야 하는데 설명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설명고지 위반에 해당해 중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고 답했다.

 

◇ 바뀐 집주인이 새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면?

조모(남·32)씨는 대출을 받아서 1년 전 서울 금천구에 신혼집을 꾸렸다. 그동안 전세금 대출이자를 갚아가며 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집주인이 집을 팔아 소유자가 바뀌었다. 새 집주인은 방을 빼달라고 요구해왔다. 전세금을 상향 조정해 주겠다는 B씨와 전세 계약을 새로 하겠다는 것. 새 집주인은 자신은 조모씨와 계약을 한 적이 없다며 이전 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이사를 가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집주인과 다시 계약을 하지 않아도 될까.

법률구조공단 강청현 변호사는 "새로운 집주인이 '나는 당신이랑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적 없으니 전 소유자에게 임차보증금 받으라'고 주장할 수 없다"며 "임차인이 전세계약 시 확정일자를 받고, 서류를 증빙한 상태라면 소유자가 바뀔 때 임대인의 지위 역시 새로운 임대인에게 승계된다"고 답했다. 주택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당연히 임대인 지위까지 승계되는 것이다. 

새 집주인이 전세기간이 남은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새 집주인이 새로운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빈번히 일어난다. 이때는 어떡할까? 역시 정답은 '안써도 된다'다. 계약서를 새로쓰면 확정일자가 늦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전세계약이 시작된 이후 발생한 대출에 보증금 변제 순위가 밀릴 수 있다. 세입자는 절대 새로 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는 셈이다.  

 

[뉴스핌 Newspim] 오찬미 기자 (ohnew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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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단축 개헌..."동의 안해" 55.5%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언급한 '복귀 후 임기단축 개헌 추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과반을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7일 공개됐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자동 응답시스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에서 임기단축 개헌 추진 언급'에 55.5%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34.0%, '잘모름'은 10.4%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연령별로 70대 이상,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모든 분류에서 50%를 넘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67.6%로 비율이 가장 높았고, 50대(62.2%), 30대(57.2%), 60대(53.4%), 만18세~29세(50.9%) 순이었다. 유일하게 70대 이상은 '동의한다'가 44.3%로 '동의하지 않는다' 38.6%를 앞섰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남·전북 64.5%, 대전·충청·세종 60.8%, 경기·인천 58.4%, 대구·경북 56.9%, 강원·제주 54.2, 서울 53.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부산·울산·경남만 '동의한다'는 대답이 43.4%로 '동의하지 않는다' 42.2%보다 우세했다. 지지정당별로는 역시나 정치 성향에 따라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87.5%가 '동의하지 않는다'를 선택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64.3%가 '동의한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는 71.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가 41.5%, '동의한다'는 38.7%로 나타났다. 진보당 지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56.5%, '동의한다' 43.5%였다. '지지정당없음'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64.9%, '동의한다' 23.7%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복귀하지 못하고 탄핵이 될 거라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집권 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는데 개헌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 신뢰가 낮다고 보는 거"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6.2%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ight@newspim.com 2025-0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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