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 속 해외건설 호조 기대감 높아
트럼프 증산으로 유가하락시 '중동 붐' 꺼질수도
[뉴스핌=오찬미 기자]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건설 수주가 여전히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들어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셰일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증산계획을 발표해서다. 최근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합의에 따라 해소될 것으로 보였던 저유가 국면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 것.
이렇게 되면 중동지역 건설 발주 부진도 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도 향후 나타날 우려가 높은 '트럼프 리스크' 대비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해외건설협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증산정책으로 인해 중동지역 건설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유가 자체가 크게 떨어지지 않더라도 산유국들에 심리적 압박을 주기 때문에 발주가 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현지시간 지난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시 ‘미국 우선 에너지 정책(America First Energy Plan)’을 발표했다. 50조달러(한화 약 5경8300조원)에 이르는 미국 내 셰일가스와 원유를 적극적으로 시추해 자체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제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내 에너지 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사진=뉴시스> |
문제는 이처럼 미국이 셰일가스와 원유생산을 늘릴 경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 계획에 '빨간 불'이 들어오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발 에너지 증산계획이 현실화되면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로 동결된 원유가격이 다시금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 원유 가격 감소가 중동국가의 재정 악화로 이어지면 국내 건설사의 중동 건설 발주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유가가 충분히 낮기에 미국이 셰일가스를 증산한다고 해서 당장 유가가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의 증산이 중동국가들의 발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우려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유가가 떨어지면 산유국 중심으로 발주량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 역시 해외 수주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최근 국내 주택경기도 안좋은 데다 트럼프의 에너지 증산 발표로 기업들의 해외 수주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했다.
심 교수는 또 최근 이어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양해각서(MOU)체결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시각을 보였다. 그는 "양해각서를 맺은 후 본계약 체결때까지 가격 협상을 하면서 예상보다 수익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는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사진=한화건설> |
건설업계에서도 불안한 심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 되기 전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와 전문가들은 해외 수주는 특성상 외교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심교언 교수는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부처 장관들이 우선 해외시장 개척을 책임져야 한다"며 "해외 수주에서 수익을 얻으려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찬미 기자 (ohnew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