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상현, 배현진 앵커 <사진=MBC 뉴스데스크> |
[뉴스핌=양진영 기자] 바야흐로 MBC의 수난 시대다. 드라마뿐 아니라 8시 간판 뉴스가 외면 당한지 오래다. 새로 선보인 예능은 줄줄이 논란이 되거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정농단 연루 의혹까지 제기되며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과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MBC 뉴스데스크가 고전하는 가운데 올해 쓴웃음을 지은 드라마국, 예능국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진짜 사나이'가 종영하면서 빈 시간을 채운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뜻밖의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외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거쳐 정규 편성됐던 '미래일기', 지난해 야심차게 편성된 '능력자들'이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됐다.
MBC의 수난은 뉴스나 드라마, 예능 등 어느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방송사 전체를 강타했다는 점이 특히 뼈아프다. 여기에 얼마 전 최순실의 남편 정윤회의 아들 배우 정우식이 MBC의 여러 작품에 출연하는 특혜를 받았단 보도가 나오면서 국정농단 연루 의혹까지 받고 있다.
◆뉴스부터 예능까지…시청률 저조의 늪에 빠진 MBC
종편 뉴스 시청률이 무려 8~10%를 오가는 상황. JTBC '뉴스룸'에 밀린 건 MBC 뉴스데스크 뿐만은 아니다. 같은 8시대에 방영하는 SBS '8 뉴스'도 5%대의 저조한 성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보수 정권 하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MBC 내 인사들이 줄줄이 빠져나간 탓이다. 이상현, 배현진, 정다희 앵커가 진행하는 매일 저녁 뉴스는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 속 JTBC의 선도적 보도를 겨우 쫓아가며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특히나 MBC의 문제는 세월호 참사 당시 KBS에서 불거진 보도국 외압 논란, SBS의 탈 정권화 등 나름의 자정노력이 보이지 않았단 데서 심각성이 느껴진다. MBC는 최장기간 파업에 돌입했던 2012년 이후로 여러 차례 보도국 파업이 이어졌지만 주도적인 인사들이 좌천되고 해직됐다. 그 결과 MBC에서는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확실시 되고서야 'PD수첩' '리얼스토리 눈'에서 관련 내용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한 '미래일기' <사진=MBC '미래일기' 방송 캡처> |
공영방송으로서 신뢰에 금이 간 MBC를 더 뼈아프게 하는 건 떨어질대로 떨어진 예능 시청률이다. 지난 1일, 8회 만에 시즌을 마무리한 '미래일기'는 1.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 시간대는 앞서 '능력자들'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은 MBC의 최대 약점이다. 현재 '닥터고'가 새로 편성됐지만 다큐멘터리적 성격이 강해 성공할 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주말 예능도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진짜 사나이' 시즌 종료 후 편성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새로운 몰카 콘셉트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시청자들로부터 진부하다는 혹평을 받고 있기 때문. 게다가 최근 김수로가 SNS에 몰래카메라 콘셉트 프로그램에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논란까지 됐다. 많은 이들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촬영 중 그의 감정이 격해진 것이라 추측했다. 방영 단 2회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 정우식 특혜 논란, MBC도 '국정농단' 희생양인가
설상가상으로 MBC는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와 관련해 국정농단 연루 의혹까지 받았다. 2014년부터 2년여 간 MBC 드라마에만 연달아 7편 출연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으로부터 특혜가 있었다는 것.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은 "배우 정우식의 드라마 출연과 관련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상적인 오디션에 참가해 발탁됐으며, 통상적 캐스팅 과정을 거쳤다. 당시 이수현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어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논란 당시 MBC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의 이름이 거론된 자체를 곤란해하는 듯 했다. 사실상 MBC 직원들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 정우식 특혜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MBC는 제2의 이화여대, 정유라 사건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어쨌든 MBC는 "근거 없고 무책임한 선전 선동과 허위 보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일단 일축했다.
캐스팅 특혜 논란에 휩싸인 정윤회 아들 정우식 <사진=정우식SNS> |
하지만 MBC 드라마 김민식 PD가 20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또 한번 의혹을 제기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 PD는 '저는 장근수 본부장님을 믿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본부장님께서는 때로는 제작사 대표를 통해, 때로는 연출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특정 남자 배우를 반드시 드라마에 출연시키라고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대본을 보고 극중 주인공 남동생 역할을 지정해 캐스팅을 주문한 일도 있고, 비중이 없는 신인치고 너무 높은 출연료를 불러 제작진이 난색을 표했을 때는 '출연료를 올려서라도 반드시 캐스팅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본부장이 신인을 억지로 출연시키려 안광한 사장을 팔았을 리 없다며 "언제부터 드라마 신인 배우 발굴이 본부장의 일상적 관리행위였습니까? 정상적 방송사 경영활동에 간섭하고 제작 현장의 독립성을 훼손시킨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비판했다.
MBC의 오명을 씻기 위해선 정우식 특혜 의혹의 진상 규명은 물론,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SBS는 공중파 뉴스에 등을 돌린 시청자들에게 사죄하며 보도국 물갈이를 단행했다. JTBC를 비롯한 종편에서 국정농단 관련 단독 보도를 이어갈 때 신변잡기적 뉴스에만 매달렸던 MBC 뉴스도 달라져야 할 때다. 또 몰카나 '우결'로 과거 영광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또 한번 MBC 예능을 되살리는 길이 되지 않을까.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