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풍자가 넘쳐나고 있다. <사진=무한도전, 런닝맨, 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처> |
[뉴스핌=박지원 기자] ‘최순실 패러디’가 방송가를 접수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개그 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까지 이번 사태를 풍자하며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공감’을 안기고 있다.
비선실세, 우주의 기운, 오낭방 등 최순실 게이트를 지칭하는 말을 직접 거론하는가 하면 핵심인물인 최순실 코스프레까지 하며 어지러운 현실을 비꼬는 중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는 작정하고 최순실 게이트를 정조준했다. 2주 동안 여러 코너들을 통해 이번 사태를 비꼬며 풍자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2’에서 송준근은 최순실 사태로 혼란에 빠진 정국을 짚어보겠다며 유민상과 김대성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비선실세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당황한 김대성은 유민상에게 “형, 최순실씨 알지?”라고 물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유민상을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몰고 가며 웃음을 안겼다.
계속되는 송준근의 추궁에 유민상은 “내가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빗대어 말했고, 김대성 역시 ‘황제 수사’로 낙인찍힌 우병우 전 민정 수석의 검찰 조사 태도를 그대로 재연하는 초강력 풍자를 선보였다.
이보다 앞서 ‘개그콘서트’는 ‘세.젤.예’ 코너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코스프레를 하며 통쾌한 웃음을 날린 바 있다.
지난 6일 방송에서 개그우먼 이수지는 흰 블라우스에 하얀 선글라스, 태블릿PC 등으로 최순실과 완벽한 싱크로율의 분장을 하고 등장,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MBC ‘무한도전’은 풍자 자막에 이어 역사로 어지러운 시국을 풍자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2일 ‘무한도전’에서는 설민석의 역사 수업이 진행됐다.
설민석은 고조선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시대별 역사 키워드를 중심으로 반만년 동안 우리나라를 지켜온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전달하고 당시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 알려주며 ‘최순실 사태’를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안방극장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풍자가 넘쳐나고 있다. <사진=무한도전, 슈퍼맨이 돌아왔다, SNL 코리아 캡처> |
이보다 앞서는 ‘내가 이러려고 지구에 왔나’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출발’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이라는 자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취임식 행사 때 등장한 오방낭 등을 풍자했다.
tvN ‘SNL 코리아’에서는 김민교가 최순실을 떠올리게 하는 분장을 하고 등장했고, 유세윤은 “‘엄마빽’도 능력인 거 모르냐”며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SNS에 남겼다는 글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달 30일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과자를 먹고 싶어 하던 배우 기태영의 반려견을 비추며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자막이 나왔다. 같은 날 방송된 SBS ‘런닝맨’에서도 미션이 진행될 때 ‘간절히 먹으면 온 우주가 도와 그릇을 비워줄거야’ ‘순하고 실한데’ ‘이 구역의 비만 실세는 나야’라는 보다 직접적인 표현의 자막들이 등장했다.
과거 정치 풍자가 개그 프로그램에 국한됐었던 반면, 이번 ‘최순실 사태’ 패러디는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안방극장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풍자가 넘쳐나고 있다. <사진=옥중화, 막영애15 캡처> |
최근 종영한 MBC ‘옥중화’에서는 오낭방을 등장시키고,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것” “국정농단”이라는 대사 등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tvN 월화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5’(이하 ‘막영애15’)에서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풍자하는 대목으로 시선을 모았다.
‘막영애15’ 첫 회에서는 주인공 영애(김현숙)가 제주도에서 사기를 당한 뒤 승마장에서 우연히 사기꾼을 만나 말을 타고 그를 추적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 때 제작진은 “말 타고 ‘이대’로 가면 안 돼요” “말 좀 타셨나 봐요? 리포트 제출 안 해도 B학점 이상”이라는 자막으로 정유라의 부정입학 의혹을 풍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계 전반에서 ‘최순실 사태’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가 쏟아지고, 이전보다 과감해진 이유는 그만큼 국민들의 정서가 워낙 크게 작용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풍자라는 게 개그, 예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정치, 사회 풍자를 담은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뿐”이라며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 막혀있던 대중문화의 풍자 기능이 해소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