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 쇼핑·제과 순환출자 해소는 '지주회사 체제'와 직결
[뉴스핌=강필성 기자] 롯데그룹이 순환출자 고리 416개 중 83.9%에 달하는 349개를 해소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섰다. 이번 순환출자 해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 이후 연말까지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이 약속은 예정보다 빠르게 지켜졌지만 남은 67개의 순환출자 해소까지는 난관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주력 계열사의 지분이 대량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최근 3개월간 349개의 순환출자 해소에 들인 비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지금까지 순환출자 해소에 들인 비용은 호텔롯데가 1008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58억원에 불과하다. 불과 3개월 전 순환출자 해소 및 지주회사 전환 비용으로 7조원이 예상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 83.9%의 순환출자 해소는 비교적 저렴한 순환출자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남은 67개 순환출자의 해소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이 2013년 9만5055개의 순환출자를 약 2년만에 67개까지 줄였지만 지금까지 들인 비용의 수십 배가 드는 ‘본게임’이 남아있는 셈이다.
이는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을 비롯해 금융계열사의 분리 등의 현안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넘은 순환출자고리의 핵심은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다. 롯데쇼핑은 롯데알미늄, 롯데푸드, 롯데산업, 대홍기획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롯데제과는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리아 등의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두 회사의 지분은 여러 계열사가 나눠갖는 형태다. 롯데쇼핑은 호텔롯데, 한국후지필름, 롯데정보통신,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건설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고 롯데제과는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대홍기획, 롯데건설 등이 나눠 지분을 보유했다.
때문에 남은 67개 순환출자 고리에서 이 두 회사는 대부분 포함되면서 고리의 상단에 위치한 기업으로 꼽힌다. 문제는 가격이다.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7조6000억원대, 롯데제과의 시가총액은 2조8000억원대를 형성 중이다.
특히 이 해소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얼마나 강화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70%에 달하는 만큼 순환출자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 시키기 보다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 제체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지분 정리 과정에서 상당한 지배구조 개편이 예상된다”며 “이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의 분할후 호텔롯데와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도 거론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남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금융산업 분리에 관한 법(금산법)’의 변수도 빼놓을 수 없다. 현행 지주회사 법에서 산업자본은 금융사의 지분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해 ‘중간 금융지주사’를 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3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아 통과 시점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 3개 금융 계열사를 외부에 매각하거나 법안이 개정되는 시점까지 지주회사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롯데홀딩스 등의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제외되지만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금산법에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변수는 이외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의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인 만큼 순환출자 해소 및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반대나 의혹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나머지 16.1%의 순환출자 해소는 중장기 과제로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아직은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