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후 현대엔지 해외건설 수주액 현대건설 넘어서..후계구도 '심장부'
[뉴스핌=최주은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의 주력 건설사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상징인 현대건설 실적을 빠르게 따라 잡고 있는 것.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월 통합 후 1년 만에 현대건설의 해외건설 수주액을 넘어섰다. 또한 전체 매출 증가액에서도 현대건설을 앞섰다.
이같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추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게 건설업계의 전망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월 구 현대엠코와 통합 법인을 출범한 이후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2분기 연속으로 해외건설 수주액에서 현대건설을 앞질렀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59억7000만달러(한화 약 7조1000억원)로 국내 건설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36억7000만달러; 약4조4000억원) 대비 62% 급증한 실적이다. 현대건설은 50억달러(약 6조원)로 뒤를 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52억2000만달러(약 6조2000억원)로 해외 수주액 1위를 유지했다. 이는 현대건설의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보다 약 세 배가량 많다.
이처럼 현대건설과 달리 현대엔지니어링이 높은 수주실적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회사 측은 시장 다변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공사비가 큰 프로젝트를 많이 맡게 됐다"며 "탈 중동 전략으로 시장 다변화를 추진한 것도 결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투르크메니스탄의 3조6900억원 규모 '합성석유(GTL) 플랜트' 공사를 맡았다. 올해 맡은 공사 중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가 발주한 약 7000억원 규모의 '신규정유공장 프로젝트패키지5' 공사를 맡아 규모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이 회사는 투르크메니스탄 국영석유공사가 발주한 9200억원의 '정유공장 현대화사업'과 동티모르 석유광물자원부가 발주한 3100억원의 '수아이 항만공사'도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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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엠코와 통합이전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우수했다. 하지만 통합 법인이 출범한 지난해 4월 이전까지 해외수주에서 현대건설을 앞선 적은 없었다. 더욱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한 현대엠코는 건축 및 주택이 주력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현대건설 해외건설 수주액은 59억9000만달러(7조1000억원)로 합병전 현대엔지니어링의 36억7000만달러(4조4000억원)를 웃돌았다. 특히 지난 2013년 상반기 현대건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46억6000만달러(5조6000억원)로 현대엔지니어링 12억달러(1조4000억원)보다 약 4배 가량 많았다.
합병 이후 매출 상승폭도 현대엔지니어링이 앞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조425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1759억원)에 비해 57%인 약 1조2500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건설은 각각 7조9934억원에서 8조7587억원으로 7500억원(9%) 증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향상은 이 회사의 최대 주주(38.62%)인 현대건설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즉 현대건설의 영업이익 증가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신규 수주 실적이 지분만큼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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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희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개선 요인이 없지만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현대엔지지어링의 영업이익 증가가 반영된 것인데 그 중에서도 신규 수주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기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 직후인 지난해 2분기부터 현대건설의 신규 수주는 줄고 현대엔지니어링의 신규 수주는 급격히 늘고 있다”며 “이는 영업이익이 늘지만 지배주주 순이익이 감소하는 이유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 내 건설 업종은 현대엔지니어링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해 현대차그룹 차원의 지원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대주주(11.78%)로 있는 그룹의 핵심계열사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향상은 그룹 후계구도에 있어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이야기다.
해외건설 실적과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유가하락으로 발주처가 프로젝트 발주를 미루고 있어 수주 실적이 준 것이지 현대엔지니어링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도 "최근 해외수주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시장 다변화 전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계열사 내 물량 몰아주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