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항 폭발사고 현장 <사진=바이두(百度)> |
[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 톈진(天津)항 물류창고 폭발사고 발생이 18일로 일주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여론의 관심은 폭발이 최초 발생한 루이하이(瑞海)물류에 집중되고 있다. 루이하이물류가 사고 직전까지 톈진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을 뿐만 아니라, 위험 화학물질 취급 자격을 취득한 과정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존재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설립 2년차 신생업체, ‘하늘 별 따기’ 위험물 취급 자격 취득
등록자본 1억 위안에 2012년 설립된 루이하이물류는 톈진항 물류센터 입주 업체 중 7가지 위험물질을 취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신생 업체의 위험물 취급 자격 취득 소식은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수년간 톈진항 물류창고에서 위험 화학물 적재는 톈진중화그룹(天津中化集團) 산하의 중화톈진빈하이물류유한회사(中化天津濱海物流有限公司)와 톈진중화위험품물류유한회사(天津港中化危險品物流有限公司)가 전담했으나 루이하이의 등장으로 업계 3자 구도가 형성되었다. 화북지역과 서북지역의 위험 화학물이 모이는 톈진항에 민영 유해 화학물 물류업체가 들어선 것은 루이하이가 처음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유해 화학물질 저장 업무 자격을 취득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중국 공상등기정보에 따르면, 설립 초기 루이하이물류의 경영항목은 ‘항구 내 저장업무 경영 종사’였지만 경영 범위에 유해 화학물질은 제외되었다.
루이하이물류의 유해 화학물 저장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로, 관련 자료에 따르면, 루이하이물류는 810만 위안을 투자해 톈진항 국제 물류센터에 연간 5만t의 화학물과 2만t의 일본 화물을 저장할 수 있는 창고를 건설, 4월부터 정식 사용했다.
루이하이물류가 현재 제1류와 제7류 위험물을 제외한 모든 위험 화학물질을 취급할 수 있는 유일한 민영 물류업체가 된 데 대해 업계 관계자는 “화학물 물류 설비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5-10년이 걸리고, 제8류·제9류 화학물질 저장 자격을 받은 뒤에야 더욱 고위험군의 화학물질을 취급할 수 있다”며 “최근 3년간 일반 기업은 제9류 화학물질 취급 자격 심사 조차 통과하지 못했는데, 설립 2년 된 루이하이물류가 이 같은 자격을 취득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자 기는 법을 배우기 전에 걷기 시작한 격”이라고 말했다.
◆ 주주 명단 속 ‘대주주’는 가짜, 진짜는 전 공안국장 아들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최단 기간에 유해 위험물질 저장 자격을 취득한 루이하이물류에 대한 관심은 점차 ‘의혹’으로 변하고 있는 분위기다. 배후에 막강한 지원 세력이 루하이물류를 지원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먼저 중국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 등 다수 매체는 루이하이물류의 실제 ‘주인’에 관한 내용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톈진항 행정 관계자 발언을 빌어 루이하이물류 지분의 45%를 보유하며 대주주로 알려진 수징(舒錚)은 명의만 제공했을 뿐 실제 주주는 둥(董)씨 성의 남성이라고 전했으며,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는 둥씨가 지난해 지병으로 사망한 둥페이쥔(董培軍) 전 톈진항 공안국 국장의 아들 둥서쉔(董社軒)이라고 지적했다.
펑파이에 따르면, 둥서쉔은 1982년생으로 무역업을 하다가 루이하이에 합류했으며, 톈진 물류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리주주로 언급된 수정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루이하이물류의 대리주주로, 한 친구가 내 신분증을 가지고 주주로 등록했다”며 “루이하이물류 업무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루이하이물류의 즈펑(只峰) 사장이 즈성화(只升華) 전 톈진시 부시장과 친인척 관계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루이하이물류와 톈진중화그룹 간 복잡한 관계도 언론에 포착됐다.
루이하이물류 이사 5명과 감사 1명 중 2명이 톈진중화그룹 출신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특히 주주 명단에는 없으나 루이하이물류 창립에 핵심적 역할을 한 위쉐웨이(於學偉)의 이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위쉐웨이는 중화톈진빈하이물류유한회사 총경리를 거쳐 중화톈진공사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루하이물류 이사인 차오하이쥔(曹海軍)과 즈펑, 감사 천야취안(陳雅佺) 모두 위쉐웨이의 직속 상사였다고 펑파이는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