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개설 M&A 등 해외 영업력 강화 잰걸음
[뉴스핌=이승환 기자] 위안화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속에서 중국계 은행들의 저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일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위안화 무역 결제액은 6조5500억위안에 육박했다. 같은기간 위안화 직접 투자 결제액도 1조500억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위안화는 전체 국제 통화 결제비중의 2.17%를 차지, 전세계 통화 중 5위를 기록했다.
위안화 결제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지난 2003년 12월 홍콩에 처음 설립된 위안화 청산은행도 세계 주요국들 사이에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위안화청산 은행은 중국 본토 밖인 역외에서 위안화 결제대금의 청산을 담당하는 은행이다. 중국의 중앙인행인 인민은행이 해당 국가와 협의를 통해 국가마다 한 개의 국유은행을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선정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말까지 홍콩, 마카오, 대만, 싱가포르 등 4곳에 불과했던 위안화 청산은행은 2014년 한국 등 10개국이 추가돼 14개로 늘어났다. 올해도 10개 이상의 위안화 청산은행이 새롭게 지정될 전망이다. .
제일재경일보는 왕자창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 연구원을 인용, "위안화 청산은행이 중국계 은행의 현지 위상을 높이고, 위안화 유통을 가속화 해 위안화 국제화를 앞당기고 있다"며 "위안화 글로벌 기초 인프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당국의 전략에 따라 은행이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일재경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따라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은행 역시 위안화 국제화 속도에 맞춰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국은행(中國銀行)<사진=바이두(百度)> |
◆청산은행 지렛대 해외 영업강화
중국계 은행들이 위안화 청산은행 둥을 통한 해외 영업을 강화하고 나선 이유는 국내경기 침체와 예금금리자유화에 따른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공상(工商)·건설(建設)·농업(農業)·중국(中國)·교통(交通)은행 등 5대 국유은행의 부실대출 규모는 501억4900만위안(약 8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56억48000만위안) 대비 약 2배 정도 늘었다. 지난해 두자리수 성장세를 이어오던 당기순이익도 한 자리대로 하락했다.
제일재경은 이에 대해, 경제 부진으로 인한 기업 부실대출의 이윤잠식과 1%대까지 떨어진 순수익률이 자산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예금금리자유화로 은행의 예대마진이 크게 줄어든 점을 지적했다.
이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또다른 수입원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 기존 중국은행 한 곳에 머물러 있던 중국계은행의 해외진출이 5대 국유은행까지 확대됐다.
특히, 5대 국유은행은 '위안화 청산은행' 지정을 받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청산은행을 설립하게 되면 해외 현지에서 위안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즉, 기존의 중국 내 은행이나 홍콩의 청산은행을 거쳐야 할 필요가 없어, 현지 고객을 유치하는데 유리하고 업무 비용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중국계은행 외은지점 관계자는 "은행들이 위안화 청산은행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해외송금 때문"이라며 "고객입장에서 위안화 청산은행을 통하면 더 빠르고 간단하게 위안화를 송금할 수 있어, 청산은행을 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은행의 중계수익도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지의 중국계 은행들도 자금조달을 위해 해당 지역의 위안화 청산은행을 통하게 된다. 이에 위안화 청산은행의 보유자금이 늘어나고 가격결정력도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일재경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4개의 국유은행이 각국의 위안화 청산은행을 맡고 있다. 중국은행 7곳, 공상은행 5곳, 건설은행 2곳, 교통은행 1곳으로, 지난해 위안화 결제금액은 각각 5조3200만위안, 3조6600억위안, 1조4600억위안, 1조10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사진=바이두(百度)> |
◆해외 위안화영업 중국은행 선두, 공상은행 바짝 추격
"과거 외환은행 역할을 수행했던 중국은행은 이미 해외 곳곳에 서비스망을 확보했고 보유고객도 가장 많다. 공상은행은 그 뒤를 좇으며 파이를 키워가고 있고, 건설은행은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중국계 은행 외은지점 관계자는 현재 중국계 은행들의 해외진출 형국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의 국유은행이 해외에 진출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해외에 직접 지점을 설립하는 것. 다른 하나는 현지의 은행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해외진출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중국은행은 주로 해외지사 설립을 통해 현지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행이 해외지사를 통해 점진적으로 현지화와 서비스 확장에 나선 반면, 공상은행은 인수합병을 통한 간접적인 현지진출로 빠르게 세를 확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공상은행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공상은행의 해외영업망은 전세계 48개국가지역에 펼쳐져 있으며, 338개 은행지점을 운영하고있다. 남아공스탠다드 뱅크를 인수를 기점으로 아프리카 20개국 진출에 대한 포석을 마련하는 등 해외 서비스 영역이 가장 넓은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왕홍장 건설은행 이사장은 최근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설은행은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할 때, 지사 설립과 지분인수를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며 "2014년 기준 건설은행의 해외 일급지점은 21개에 달하며, 지난 2013년 11월 브라질상업은행의 72%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교통은행 역시 국제화 전략을 통해 11개 국가지역에 지사를 설립했다. 대부분이 아태지역에 진출해있는 가운데, 유일한 위안화 청산은행이 우리나라에 자리잡고 있다.
제일제경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 "중국계 은행들이 해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협력을 통해 중국은행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도 앞서고 있다"며 "현지의 융자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통의 융자망을 설립하기도 하고, 외자은행과 현지 감독기구 등에 대해 연합전선을 펼쳐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