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중국

속보

더보기

[귀주이야기] '사람에게 법이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기사입력 : 2015년05월21일 11:46

최종수정 : 2016년03월15일 09:34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서북부 산골 마을의 부녀 추국(궁리 분)은 남편 만경래(리우페이치 분)의 가랑이를 걷어차 고환을 다치게 한 촌장 왕산당을 찾아가 남편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다. 향(鄕) 정부의 리 공안이 중재에 나서 사과와 함께 치료비를 건네주는 선에서 합의를 보는 듯했으나 촌장은 임신한 몸을 이끌고 찾아온 추국을 향해  돈을 땅에 뿌리며 주어가라고 모욕을 준다. 촌장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난 추국은 꼭 사과를 받아내겠다며 상급인 현정부에 진정서를 내고 이후 사건은 시 정부와 법정으로 까지 비화한다. 

1992년 장이머우 감독 작품 치우쥐다관스(귀주이야기, 추국의 소송)는 원작소설 '만가소송'을 시나리오로 한 작품이다. 장이머우의 걸작으로 꼽히며 4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여우주연상(궁리)을 수상했다. 영화에 무대와 장소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장 감독의 고향이 섬서성 서안이고, 그가 1968년 문혁 당시 인근 첸(乾)현에서 하방노동(차두이 노동)을 한적이 있음을 감안할 때 섬서성의 어느 산촌을 무대로 한 영화로 보인다.


 
이야기 속의 시대는 중국에서 개혁개방이 본격화한 1980년대라고 볼 수 있다. 추국은 리 공안에게 촌장 폭행 사건을 진정하면서 촌장이 ‘지화성위(계획생육 가족계획)’를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지화성위는 중국에서 1980년 시작된  한자녀 출산 정책을 말한다. . 또한 추국이 남편 만경래와 나누는 대화중에 “뱃속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 판에...”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남아선호 관습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딸이면 또 임신을 해야는데 촌장에게 고환을 걷어차여 당신의 생식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큰일 아닌가 하는 얘기다. 

고추농사가 끝난 중서부 산골마을에는 겨울이 일찍 찾아왔다. 농가 어느집이나 수확한  말린 고추로 가득하고 마을과 읍내(현청)를 연결하는 비포장 황토길 응달에는 어느새 잔설이 쌓였다.  개혁개방 시대를 상징하듯 농촌에는 경운기가 보급됐고 현 읍내 길거리는 밝은 색상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로 제법 활기가 넘쳐난다. 
        
임신한 몸인 추국은  춥고 황량한 이 황토길을 통해 사과를 받아내고 억울함을 풀기위해 소송에 나선다.  촌장은 고추밭을 창고부지로 전용하는 것을 규정에 따라 허가하지 않았는데 이를 빌비로 만경래가 자신에 대해  아들을 낳을 수 없다(대가 끊길)는 뜻으로  '무정란'의 사내라고 폭언을 해 사단이 빚어졌다고 주장한다.  이에대해 추국은 어찌 됐건 사람을 때린 것은 잘못이니 촌장이 먼저 사과해야한다고 요구한다. 

추국은 돈이 아니라 폭행의 잘못을 인정하게 함으로써 남편과 자신의 체면(面子 멘쯔)을 세우려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고, 촌장은 만경래가 먼저 자기를 모욕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역시 체면을 내세워 사과를 거부하면서 시골마을의 송사는 팽팽한 신경전속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중국이 얼마나 멘즈를 중시하는지, 중국을 왜 '멘쯔 공화국'이라 하는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래도 산골마을 부녀인 추국에게는 인정이 살아있다. 지방공안국에 제출할 고소장에서 추국은 비록 촌장이 밉지만 인정을 살펴 만약의 경우 중벌은 취소할 수 있도록 완곡한 내용으로 소장을 적어달라고 말한다. 소송의 목적이 마을 윗사람인 촌장을 파멸로 몰아넣겠다기 보다는 마음의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것으로, 추국의 선량한 속내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리 공안이 중재를 위해 무진 애를 쓰지만 화해는 번번히 실패하고 사건은 결국 시공안국으로 까지 올라간다.  리 공안도 동네사람도, 이제는 추국 남편 만경래까지도 사건이 빨리 무마되길 바라지만 추국은 여름내내 땀흘려 수확한 고추를  한근에 4위안씩에 팔아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소송을 그칠줄 모른다.   

지방공안국의 결정에 불복한 추국은 시누이 메이자와 다시 경운기를 타고 황토길을 지나 버스를 갈아타고 대도시로 향한다.  추국의 눈에 비친 대도시는 한적한 황토길과 어슬렁거리는 황소, 집집마다 주렴처럼 걸린 건 고추, 옥수수 더미 대신 자전거 물결에 패션광고 포스터와 탕후루, 자신과 같은 촌뜨기를 뜯어먹고 사는 사기꾼 등으로 왁자지껄 한 표정이다.   

그래도 추국은 운좋게 선량한 여관 주인과 이해심 많은 얀국장을 만나 원하는 소송을 순탄하게 진행한다. 추국은 얀 국장에게 촌장이 남편을 폭행한 죄에 대해 지금까지 누구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아 여기까지 오게됐다고 호소한다.  얀국장은 평민들이 ‘관리들은 저마다 한통속이라는 의구심을 가질만하다’고 인정한뒤 변호사까지 소개해준다.  
 
재판이 진행되고 추국은 행정소송법이라는게 있어 평민들도 억울하면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추국은 이 재판에 패한 뒤 다시 중급인민대법원에 항소하게 되고 중급 법원은 공안 폭행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해 추국의 마을을 찾아 직접 폭행사건을 재조사해간다.  

법원 조사원들이 돌아간 뒤, 산골 마을에서는 중국인들이 연중 최대 큰 절일로 여기는 추시(除夕, 섣달 그믐, 설날 전날저녁)를 맞아 모든 마을사람들이 읍내로 공연 구경을 나갔다. 공교롭게도 추국은 마을이 텅빈 이때 난산을 겪게 되고 남편 만경래는 마침 집에 남아있던 촌장에게 간곡히 도움을 요청, 천신만고끝에 읍내로 데려나가 산모와 아이 목숨을 건진다. 

추국은 출산 한달이 돼 국수를 밀어 마을 잔치를 연다.  잔치 전날 추국은 촌장이말로 제일 먼저 모셔야할 고마운 손님이라며 직접 찾아가 초대하고 참석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낸다. 하지만 당일 촌장 모습이 안보여 의아해하는데, 이때 리공안이 나타나 추국 만경래 부부에게 15일 구금결정을 받아 공안(경찰)에 연행돼갔다고 일러준다. 

황당한 소식에 추국은 마을 동구밖으로 급한 걸음으로 뛰어가지만 촌장 일행은 이미 떠나고 없다. 영화는 난감해 어쩔줄 몰라하는 추국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면서 막을 내린다. 궁리의 표정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체면이고 사과고 이미 자신의 난산을 도와 아들을 낳게 해준 고마움으로 모든게 다 끝났는데 뒤늦게 처벌이라니’. ‘나중에 무슨 낯으로 동네 촌장어른의 얼굴을 보나?  다시 체면이 말이 아닌 상황이 됐다’  추국에게는 뒤늦게 찾아온 법의 심판이 참으로 얄궂게만 느껴진다.
 
사족을 달자면 이 장면은 1999년 장이머우 감독 영화 ‘워더부친무친’에서 짝사랑하는 산골 선생님이 도시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여주인공 장쯔이가 숨찬 종종 발걸음으로 마을 동구밖을 향해  뛰어가는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서울이코노믹포럼]김현철"신남방정책 재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최수아 인턴기자 =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초래된 대한민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경제 추락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략적 안정성과 우월성 관점에서 글로벌 경제 전략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주최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Make Korea Rising Again : 다시 뛰자!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04.08 pangbin@newspim.com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경제 위기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관세를 낮추는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기존의 통상 정책으로 극복할 수 없다"며 관세 협상뿐만 아니라 방위비, 조선업, 에너지 등을 총체적으로 트럼프 정부와 협상하는 신통상 정책을 제안했다. 대중국 전략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탈중국'을 선언했다. 당시 경제계와 학계는 경악하며 '탈중국은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사회는 침묵했고 결국 2023년 경제성장률 1.4%라는 수치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신남방 정책 재건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자주적 신남방 정책을 버리고 한국판 인태전략이라는 종속 정책을 채택했다"며 "이제는 공급망 발상이 아니라 판매망 발상으로 바꾸는 새로운 신남방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제 영토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남방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을 포함해 유럽,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을 대한민국의 경제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A+1,1,1'이라는 새로운 경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정책 외에도 대한민국 지역 전략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제조업 재활성화 ▲AI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전략 설정 ▲신기술 전략 설정 및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존의 수출 중심 경제 모델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수출은 대한민국 경쟁력의 원천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됐다"며 "새로운 글로벌 경제 전략을 수립하고 내수 경제도 활성화시키면서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글로벌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 주최로 열린 제13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대한민국 글로벌 경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Make Korea Rising Again : 다시 뛰자!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04.08 pangbin@newspim.com jeongwon1026@newspim.com 2025-04-08 12:47
사진
이완규 법제처장, 내란방조 피의자 신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방조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지난해 12월 이 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 처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회동을 가졌다. 이후 휴대전화까지 교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는 이 처장을 내란방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방조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완규 법제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 소요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2025.01.20 pangbin@newspim.com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이 처장에 대한 내란방조·증거인멸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처장은 당시 안가 회동에 대해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며 "어쨌든 그 자리에 간 게 잘못이다. 죄송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날 이 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재판관 지명을 통한 헌법기관 구성권은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대통령 궐위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을 행사하려고 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jeongwon1026@newspim.com 2025-04-08 20:2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