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3월 1일부터 1년 만기 대출과 예금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낮춘다고 28일 발표했다.
양회에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하기 이전에 중국 정부가 서둘러 기준금리를 내린데 대해, 전문가들은 당국의 경기부양 의지가 그 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디플레이션(저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지표가 부진하고 디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국태군안(國泰君安)증권 등 일부 전문기관은 정부가 양회 전후에 금리나 지준율을 낮춰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는데, 이같은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쉬훙차이(徐洪才) 정보부장은 "양회 개막에 앞선 인민은행의 금리인하는 중국 정부가 안정성장에 주력할 것이란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지난 1월 경기 지표가 부진하면서 경제 하강 압력이 커짐에 따라 당국도 디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방펀드(南方基金) 수석 이코노미스트 양더룽(楊德龍)은 "이번 금리인하는 침체된 경기 상황에 대응하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 한 차례의 금리인하와 여러 차례의 지준율 인하가 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A증시에는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나, 상장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면서 장기적으로는 A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에 '훈풍'
전문가들은 금리인하의 목적이 기업 자금조달 부담 경감과 디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측면이 크지만, 부동산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하에 따라 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가 기대되면서 시장 수요를 자극하고, 이것이 부동산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중위안(中原)부동산 수석분석가 장다웨이(張大偉)는 "이번 금리인하로 20년 만기 100만 위안(약 1억7500만원) 대출금리를 받을 경우, 20년간 3만4600위안(약 606만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더하면, 두 차례 금리인하로 20년간 경감되는 이자는 9만 위안(약 1580만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그는 또 "금리인하 조치를 통해 정부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향후 첫 번째 주택에 대한 대출 금리도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1선 도시는 보편적으로 첫 번째 주택 구매에 대한 대출금리가 10%넘게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1선도시 첫 번째 주택 대출금리가 15%~20%까지 인하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셰이펑(謝逸楓) 아태도시부동산 연구원장은 "금리인하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3월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상승하는 터닝포인트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출금리 인하 자체가 구매력을 자극하는 직접적인 요인인데다, 베이징 등 1선 도시의 중고주택 가격이 전월대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커다란 호재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금리인하 효과는 1·2선 부동산 시장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다웨이 수석분석가는 " 3·4선 도시의 경우 재고량이 지나치게 많은 상황이라 이번 금리인하 조치만으로 전체적인 시장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향후 1~2개 분기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개발 기업도 금리인하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입을 전망이다. 금리인하로 인해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드면서 부동산 기업의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개발 업체의 신용대출 비용이 경감되고, 금리인하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은행의 대출 여력이 개선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 1선도시 토지 시장이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금리인하 A증시 단기적 영향 '미미', 장기적 '호재'
금리인하가 증시에 미칠 영향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텐센트재경(騰訊財經) 등 일부 매체는 역대 금리인하 후 증시 동향에 관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금리인하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번 금리인하 직전 중국은 8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는데, 이 중 금리인하 실시 후 이튿날 증시가 오른 경우는 4번, 하락한 경우도 4번이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22일 인민은행이 금리인하를 시행한 후 이튿날 상하이와 선전 증시가 각각 1.85%, 2.95% 오른반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23일 금리인하 단행에도 이튿날 상하이와 선전 증시는 각각 4.55%, 4.69% 폭락했었다. 이번 금리인하 단행(2015년 3월 1일) 후, A증시 첫 거래일인 2일 상하이 증시는 0.78%, 선전 증시는 1.07% 상승 마감했다.
국태군안(國泰君安)증권은 "금리인하가 전반적으로는 증시에 이로울 것이나, 단기적으로 A증시에 이렇다할 호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A증시의 급등락 조정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적지않다. 남방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 양더룽은 "이번 금리인하가 증시와 채권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금융, 부동산 등 대형 우량주 주가 상승을 자극하면서 3400선 돌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재경평론가 저우쥔성(周俊生)은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것은 상장사의 실적"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상장기업의 자금부담을 덜어주고 실적 증대에 기여하면서 결과적으로 증시 상승세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송유미 기자. |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