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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정우성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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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장주연 기자] 영화 ‘신의 한 수’ 언론 시사회 후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배우 정우성(41)은 여유가 넘쳤다. 영화에 대한 기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그의 얼굴 어디에도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연륜에서 나오는 차분함, 혹은 오랜 배우 생활로 다져진 능숙한 표정 관리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최선의 다한 자의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또 적나라하게 영화의 스코어로 드러났다.

정우성을 다시 마주한 날, ‘신의 한 수’는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자리를 꿰찼다.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거센 공세에 모두 쓴맛을 본 직후였다. 게다가 한 주 앞서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가 정교하고 압도적인 스케일의 로봇 액션을 자랑하며 극장가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출발 선상에 선 정우성의 마음 역시 마냥 가벼울 수는 없었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로서 그는 일말의 부담감과 책임감을 안고 있었을 터. 하지만 영화는 보기 좋게 로봇군단을 넘어섰고 흥행 부진을 겪던 한국 영화에 청신호를 켰다. 영화 촬영과 홍보 활동으로 전날 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던 그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깔렸다.

“흥행에 대한 자신감 가지고 영화를 고를 수 있는 배우는 없을 거예요. 다만 흥행에 대한 바람을 갖고 만들 뿐이죠. 어쨌든 워낙 막강하고 마니아층도 많은 영화를 제치고 이런 좋은 결과를 얻어서 기뻐요. 저희 영화가 바둑을 소재로 했지만, 액션도 많고 오락요소들도 충분하니까 많은 분이 보시기에 편한 영화인 듯해요.”

‘신의 한 수’는 범죄로 변해버린 내기 바둑판에서 사활을 건 꾼들의 전쟁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의 최대 강점은 단연 정우성의 액션 신이다. “영화 ‘비트’(1997) 이후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고 싶었다”던 그는 화려하면서도 노련한 액션으로 또 한 번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냉동 액션, 사활 액션, 20:1 액션, 그리고 딱밤 액션까지 뭐 하나 버릴 장면이 없다.

“몸을 아끼지 않으니 액션은 잘 나오더라고요(웃음). 사실 정두홍 무술감독과 ‘거칠게 하자, 기교를 부리지 말자’고 했어요. 최대한 현장에서의 긴장감과 땀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기자는 마음에 커트를 많이 나누지도 않았죠. 카메라에 담긴 투박함과 거침, 남성미를 관객들이 느꼈으면 했어요. 사실 액션은 몸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감정 표출이잖아요. 전 액션 역시 연기의 연장선이라고 봐요.”

물론 영화에서 그의 액션 연기만 돋보이는 건 아니다. 정우성이 극중 열연한 태석은 복수에 목숨 건 전직 프로바둑 기사로 형의 죽음을 목격하고 180도 변하는 인물이다. 정우성은 예기치 못한 일로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된 태석의 급박한 감정 변화를 고스란히 그려냈다. 특히 프롤로그에서 보여주는 감정 신을 통해 그는 태석의 운명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시나리오 자체가 워낙 (캐릭터에) 충실했어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깊이 표현하기만 하면 됐죠. 물론 프롤로그 장면의 감정 표현은 특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복수의 운명에 빠지는 신체적인 나약함을 가진 남자, 태석이 액션 히어로가 되는 배경이잖아요. 형의 죽음을 바라보는 그의 울부짖음, 바로 이 부분이 태석이란 캐릭터 안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초석이 된다고 생각했죠. 일종의 착수였던 거예요.”

지난 1994년 영화 ‘구미호’로 처음 관객 앞에 선 정우성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청춘의 아이콘으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그는 날렵한 액션으로 남자들의 우상이 됐고, 다정한 멜로로 여자들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여전히 ‘정우성 집착남’을 자처하는 남성 팬이 있고, ‘오빠~’를 외치며 따라다니는 소녀 떼(?)가 있다. 변함없이 정상 자리를 지키는 비결을 말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쑥스러운 미소와 함께 “비결을 알면 내가 팔았다”고 농을 던졌다. 그러더니 이내 “아마도 안주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라며 진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겁 없이 하고 싶은 캐릭터에 도전했고 아직도 도전하고 있죠. 전 매번 인생의 신의 한 수를 둬요.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그렇기에 일이 제일 즐겁고 오히려 일에서 에너지를 받죠. 현장에서 신을 만들어 냈을 때의 쾌감과 희열, 촬영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의 기쁨, 그리고 이번처럼 좋은 결과. 이럴 때면 제가 썼던 에너지가 다시 돌아오는 기분이에요. 사실 저에겐 모든 영화와 배우가 조언자예요. 아직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자극받고 새로운 모습을 꿈꾸죠. 특히 제 곁에는 이정재라는 친구가 있으니까, 그의 활동을 보며 늘 자극받고요.”

인터뷰를 마무리 짓다 문득 야위어 버린 그의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자꾸 살이 빠지는 거 같다는 말을 건넸다. 지난해 영화 ‘감시자들’ 이후 ‘신의 한 수’, ‘마담 뺑덕’, ‘나를 잊지 말아요’까지 연이어 촬영을 이어간 탓이다. 그런데 그는 되레 “야위어 가서 좋다”며 웃고 말았다. ‘신의 한 수’에서 주님, 안성기는 말한다. “세상은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생지옥이다.” 현재를 즐기고 소중히 여기는 정우성이야말로 진정한 ‘고수’였다.

“지금 찍고 있는 ‘나를 잊지 말아요’가 멜로 영화라 야윈 게 영화 콘셉트에 맞더라고요(웃음). 이리저리 촬영이 계속되다 보니까 살이 빠지나 봐요. 그래도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일하다가 또 적당한 시기에 기회가 된다면 결혼도 할 거고요. 사실 이십 대엔 이십 대 후반에 결혼해야지, 삼십 대엔 삼십 대 중반은 넘기지 말아야지 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어요. 그런데 결혼은 국민의 의무잖아요. 대한민국을 위해 자손도 있어야죠. 그렇지 않아요?(웃음).”

 



배우, 감독 그리고 제작자 정우성

정우성은 배우, 감독에 이어 최근 제작자로도 나섰다. 현재 촬영 중인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제작사는 더블유팩토리로 정우성이 운영하는 회사다. 그는 영화의 주연도 맡아 이윤정 감독의 지휘 아래 김하늘과 연기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윤정 감독은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2008) 스크립터였어요. 저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고요. 언젠가 단편을 보여줬는데 주인공 이니셜이 W인 거예요. 그래서 왜 W냐고 물었더니 정우성이라 쓸 수 없어서 그랬다더군요(웃음). 사실 후배 영화인들은 선배 배우를 바라볼 때 막연하게 보는 게 있죠. ‘설마 나랑 하겠어?’라고 스스로 검열해서 판단하는 거예요. 그 간격을 줄일 수 있는 건 선배 몫이라 생각해요. 마침 이 감독이 장편으로 준비하고 있다기에 그랬죠. 작품답게 써서 배우에게 주듯 나에게 달라고요. 단편 자체가 워낙 흥미로워서 장편도 재밌었고 그래서 같이 하자고 했죠. 그다음 제작사를 찾아주려 했는데 기존 제작사들은 아무래도 안정된 멜로를 원하다 보니 작품이 변질되더라고요. 그래서 ‘안 되겠다, 내가 해야겠다’ 싶어서 제작에 참여한 거죠(웃음). 

제작사로서 혹은 배우로서 함께 하고 싶은 배우는 이정재 씨에요. 이정재 씨는 제가 많이 본 영화인 중 한 명이죠. 그러다 보니 그가 가진 다양한 모습을 알잖아요. 하지만 영화로 보여지는 건 한정돼있으니 안타깝죠. 제가 같이 작업하면 더 멋진 풀어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앞으로도 이렇게 제작자의 모습도 보여줄 듯해요. 지금 한 번 했는데 여기서 멈추면 인스턴트 제작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럴 순 없죠(웃음). 더블유팩토리가 후배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영화사로 남았으면 해요. 물론 배우는 계속 해야 하는 제 본분이고 감독은 해야 할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니 계속 해야겠죠?”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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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전망] '달러 시대의 느린 균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6년 글로벌 자산시장 지형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바뀔 모양새다. 월가 주요 IB와 글로벌 운용사들이 제시한 내년 전망을 종합하면, 핵심 키워드는 ▲약해지는 달러 ▲강해지는 금 ▲제도권에 깊숙이 편입되는 코인 ▲전략자산으로 격상된 원자재로 압축된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는 유지되지만, 각종 정책·재정·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조용한 탈출(quiet hedging)'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퍼플렉시티 생성 이미지] ◆ 달러: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 2026년 달러를 둘러싼 큰 그림은 '완만한 약세' 흐름 속에서, 기축통화 패권은 유지하되 매력은 서서히 떨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 글로벌 성장·정책 리스크, 그리고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탈달) 흐름이 겹치며 달러의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먼저 연준의 완화 경로를 살펴보면, 2026년 말 기준금리는 약 3%대 중반(3.4% 안팎)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인하 속도는 초기 시장 기대보다 더 느리고 신중한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지나친 달러 약세를 막아주는 '하방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둘째는 금리 격차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책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2%, 영란은행(BoE)의 2~3% 수준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률 격차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지만, 달러 자산이 어느 정도 금리 메리트를 제공하는 만큼 "달러가 한 방향으로 급락하는 구도"까지 보긴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상대 금리 우위는 2026년 내내 달러가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완충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는 글로벌 성장과 정책 리스크다. IMF는 2026년 세계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세를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어,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로만 몰리는 환경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미국의 정치·재정 이슈, 부채한도·재정적자, 무역·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달러 방향성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으며, 상황에 따라 달러에 일시적인 강세·약세 충격을 모두 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 장기 구조 측면에서 보면, 달러는 '패권은 유지되지만, 천천히 새는 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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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간은 2025년 말 온스당 3,600달러대에서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일부 프라이빗 뷰에서는 5,000달러 안팎까지 거론한다. 골드만삭스·UBS 등도 4,000~4,500달러 구간을 기본 밴드로 제시하면서, 구조적 강세장이 이어질 경우 5,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이 같은 '슈퍼 헤지' 논리는 세 축에 기대고 있다. 첫째,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와 디달러라이제이션 흐름이다. 러시아 준비자산 동결 이후 "제재로 묶이지 않는 준비자산"을 찾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다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유로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재정악화와 부채 누적이다. 천문학적 정부부채와 확대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희석 우려를 키우며 "법정통화의 거울"로서 금의 역할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셋째, 연준의 완화 전환과 약달러 구도다. 금리가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인 금의 기회비용이 줄고, 달러 약세는 달러 표시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중 효과를 낳는다. 기관투자가들의 인식도 이를 뒷받침한다. 나티시스 설문에서 글로벌 기관의 3분의 2는 "2026년에는 금이 코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답하며 금을 1순위 방어자산으로 꼽았다. 동시에 상당수 기관이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를 선호한다고 응답해, 금과 실물자산을 "인플레이션·재정·지정학 리스크가 겹친 시대의 전략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IB들은 2025년 급등 뒤 2026년 일부 구간에서 단기 조정과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조정이 나오더라도 "고점을 한 단계 올리는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중장기 방향성만큼은 강하게 위를 가리키고 있다. ◆ 코인: '대체 가치 저장 수단'...그러나 여전히 '실험 구역' 코인에 대한 월가의 시각은 한 줄로 "커진 건 맞지만, 아직은 실험 구역"이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달러에 대한 또 하나의 도전자"라고 부르면서도, 극단적인 변동성과 짧은 히스토리를 이유로 전략적 코어 자산이 아니라 위성(satellite) 성격의 위험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4년 초 2조달러 수준이던 크립토 전체 시가총액이 2025년에는 4조달러 안팎까지 불어난 가운데, 규제 환경이 ETF·ETP 승인 등으로 제도권 친화적으로 바뀌며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실제 결제·상거래 규모는 여전히 수백억 달러 수준에 머물며, 일상적 화폐나 결제 인프라로서의 역할은 초기 단계라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UBS와 같은 보수적인 하우스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코인은 어디까지나 투기적 자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UBS CIO는 비트코인 변동성이 연 70~80% 수준으로 전통 자산 대비 현저히 높고, 70% 이상 급락하는 대형 조정이 여러 차례 반복된 탓에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축으로 편입하긴 어렵다고 본다. 대신 장기 잠재력을 믿는 투자자라면 "완전 손실이 나도 전체 계획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극소 비중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 정도만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SSGA나 모간스탠리, 반에크 등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전통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고 장기 위험조정 수익이 높다는 점을 들어, 1~4% 수준의 소규모 전략적 배분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관 머니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나티시스 2026 인스티튜셔널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의 36%는 향후 크립토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하지만, 동시에 66%는 "2026년 성과는 금이 크립토를 이길 것"이라고 응답했다. EY·코인베이스가 2025년 초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 기관의 59%가 "AUM의 5% 이상을 디지털 자산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해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지만,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여전히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 원자재: AI·에너지 전환·안보가 만든 '전략자산'의 귀환 2026년 원자재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아니라, AI·에너지 전환·안보 이슈가 맞물린 '전략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BNY멜론, JP모간, UBS, 냇웨스트, 피델리티 리포트는 접근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자재·에너지·전환 메탈에 구조적인 강세 요인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BNY멜론은 AI 데이터센터 구축, 전력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과 함께 각국의 방위·인프라 지출이 향후 수년간 원자재 수요를 떠받칠 것이라고 본다. JP모간은 천연가스와 전력을 "AI 혁명의 병목(bottleneck)"으로 규정하며 가스 발전, LNG 프로젝트, 송전망 등에 장기 투자 기회가 많다고 짚었다. UBS는 구리·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비중 확대를, 냇웨스트는 희토류·전략자원이 '공급망 안보'와 직결되면서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제시하고, 피델리티는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자산·절대수익 전략이 전통 60:40 포트폴리오의 필수 보완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나티시스 설문에서도 기관투자가의 65%가 전통 60:40 대신 인프라·부동산·원자재·금 등을 섞은 60:20:20 구조가 2026년에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답해, 원자재·실물자산을 '필수 축'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확인된다.​ 블룸버그NEF와 IEA 자료를 인용한 보고서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확충 수요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2~3%포인트 추가 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추정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시설당 수만 톤 단위의 구리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만큼, 이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구리·은·희토류·갈륨 등 핵심 금속 시장에 추가적인 타이트닝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배터리·재생에너지 확대로 리튬·니켈·코발트 등 전환 메탈 수요가 2026년 한 해에만 30~40%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에너지 전환과 AI가 결합된 새로운 '미니 슈퍼사이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플레이션·무역·정책 측면에서의 환경도 원자재에 우호적이다. 모간스탠리 등은 미국·유럽에서 관세·보호무역 정책이 상수로 남는 한, 명목 물가가 2%를 상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과거 데이터상 인플레이션이 2%를 넘는 구간에서 원자재 상품 수익률이 평균적으로 기타 자산 대비 20%포인트가량 우위였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 우려와 탄소 규제가 섞이면서, 가스·LNG·원유·우라늄은 "절대 줄일 수 없는 베이스 에너지"로, 구리·알루미늄·리튬·희토류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 금속"으로 포지셔닝이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월가 IB와 기관투자가들은 2026년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비중을 한 단계 높이는 전략을, "달러·채권·전통 주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에너지·인플레이션·안보 리스크를 헷지하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kwonjiun@newspim.com 2025-12-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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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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