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유입 감소 경기후퇴 가속 대응, 사실상 통화 완화 선회
[뉴스핌=강소영 기자] 유동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중국 인민은행이 시중 자금공급 확대로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대외무역 수지가 개선되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선별적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에 나섰지만, 실물경제 주체가 체감하는 '유동성 온도'는 여전히 냉랭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유례없는 은행 간 시장 유동성 부족 사태를 겪었던 중국 시장 주체들은 향후 시중 자금 상황과 통화당국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시중 자금 공급량, 외자유입 감소세
유동성 위기의 논란에 다시금 불을 지핀 것은 16일 발표된 외국환평형기금 수치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5월 중국의 외국환평형기금 총액은 29조 5407억 위안으로, 전월보다 386억 6500만 위안이 늘어난데 그쳤다. 신규 증가액이 4월보다 67%나 줄어든 것으로, 최근 9개월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자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신규증가 외국환평형기금의 규모는 올해들어 3월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4월에도 신규증가 외국환평형기금은 전월보다 38%가 줄어든 845억 8900만 위안에 불과했다.
셰야쉬안(謝亞軒) 초상증권 연구발전센터 주임은 "올해 들어 외국에서 유입되는 자금량이 줄어들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통화당국은 선별적 지준율 인하 확대 혹은 리파이낸싱(재융자) 등의 방식을 통해 외자유입 감소에 따른 유동성 부족분을 메꿔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1~4월까지 중국 광의통화(M2,시중 통화량)의 증가율은 3월을 제외하고 13%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시중 유동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 주체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여전히 비싸다고 아우성 치고 있다.
16일 중국 경제포털 재경망(財經網)에 따르면, 인민은행에 통계사(司)의 쉬눠진(徐諾金) 부사장(副司長·부처장 금)은 15일 경제 관련 포럼 석상에서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위기에 직면했으며, 추가적 경기 하강을 막기위해 지준율 인하 혹은 금리 인하와 같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한 "투자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투자가 늘어야 일자리가 늘어나 국민 소득이 늘어나고 경제도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통화정책 결정주체인 인민은행의 고위 관계자가 지준율 인하는 물론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한 점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인민은행, 예년과 다른 발 빠른 대응
인민은행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긴축편향의 통화정책을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고 있지만, 사실상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위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국이 공식적인 입장 개진과는 달리 사실상 통화 완화쪽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았다고 밝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과 5월에 발표된 선별적 지준율 인하 방침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올해 4월 25일 3농(농촌·농민·농업) 발전을 위해 농촌 상업은행과 합작은행의 지준율을 각각 2%포인트와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연이어 5월 말에는 소기업 지원을 위해 조건이 부합하는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두 차례에 걸친 지준율 인하(발표)는 6월 16일 정식 시행됐다. 시장은 민생(民生)·흥업(興業)·영파(寧波)·초상(招商) 등 주식제 상업은행이 지준율 인하 대상에 포함된 사실을 주목했다. 이날 오후 중국 매체는 일제히 인민은행이 선별적 지준율 인하의 범위를 대폭 확대해 시행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실제 은행들은 이날 각사의 지준율 인하폭을 대외에 공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하은행에 따르면, 약 16개 상장 주식제 은행 가운데 적어도 8개 은행이 지준율 인하 대상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들뜬 모습을 보이자, 인민은행은 16일 저녁 선별적 지준율 인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소기업 지원을 위한 지준율 인하 대상은 소기업 대출 규모가 기준치에 도달하는 상업은행으로, 국유 상업은행·주식제 상업은행·도시 상업은행 및 농촌 상업은행이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의 이런 반응에 대해 셰야쉬안 주임은 "인민은행이 서둘러 해명에 나선 것은, 통화당국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섰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하반기,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지원책 기대감 상승
인민은행은 전면적 지준율 인하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시장과 경제 전문가들은 외국환평형기금 증가율이 계속 감소하고, 시중 융자 비용이 낮아지지 않으면 통화당국이 추가적인 조치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관칭여우(管淸右) 민생증권 연구원 부원장은 "인민은행은 앞으로도 국무원의 지시에 따라 통화정책을 완화해 나갈 것"이라며 "통화정책 완화의 방법으로는 공개시장 조작을 통한 유동성 공급량 확대, 선별적 지준율 인하 혹은 재융자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민은행이) 선별적 지준율 인하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면적 지준율 인하를 실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셰야쉬안 주임도 "현재의 외국환평형기금 추이로 볼 때 지준율 추가 인하는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다. 그는 "외국환평형기금으로 발생하는 본원통화가 없다면, 은행의 지준율이 높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용어> 외국환평형기금: 중국 인민은행이 중국으로 유입된 외국자본을 위안화로 환전하면서 시중에 풀리는 자금.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