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말 3224억원…現2천억대 추정
[뉴스핌=노희준 기자] 금융소비자의 정당한 권익보호를 내걸고 있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장기(5년간)거래가 없는 신탁계좌인 이른바 '휴면성 신탁계좌(장기미거래 신탁)'가 얼마나 되는지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탁겸영 은행 휴면성 신탁계좌 보유현황 |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장기간 거래가 없는 신탁계좌를 찾아주는 안내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적립만료일이 지났으나 연금을 개시하지 않은 '연금미수령 신탁계좌'에 대해서도 주인 찾아주기를 하고 있다.
장기 미거래신탁은 신탁 만기일이나 마지막 거래일 중 늦은 날로부터 5년 이상 경과한 불특정금전신탁계좌를 말한다. 대개 1990년대에 고객으로부터 적립식 등으로 돈을 모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고 실적에 따라 수익금을 나눠주던 상품이다.
이후 2000년대 초에 신규 가입이 중단됐고 일정기간 불입 후 경제여건 악화로 방치하다가 가입사실 자체를 잊거나 가입자의 사망·사고 등으로 권리행사를 못하고 있는 계좌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2년 2월 은행연합회와 공동으로 한 달 보름간 휴면성 신탁계좌 주인 찾아주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관련 자료를 내놓은 바 있지만, 이후로는 휴면성 신탁계좌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당시 자료에서 2011년 9월 현재 파악된 휴면성 신탁계좌는 174만건에 금액으로는 3224억원에 달했다. 2012년의 신탁계좌 찾아주기 캠페인과 이후 이뤄진 개별 은행의 찾아주기 안내 등을 고려할 때, 현재 휴면성 신탁계좌는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미소금융 재원 중 휴면예금 출연(누계)액이 456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재 금융위원회, 금감원, 은행연합회 등 어디에서도 휴면성 신탁계좌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지 않은 채 개별 은행에만 맡겨놓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휴면예금이나 보험금은 미소금융재단으로 출연되기 때문에 일정정도 규모가 파악돼 찾아주기도 하고 공익에도 활용하고 있지만, 다른 것은 출연 기관도 없고 각자 관리되고 있어 현황 파악도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휴면성 신탁뿐만 아니라 현재 소비자가 금융회사에서 찾아가지 않고 있는 예금, 보험금, 미수령 주식, 쓰지 않고 있는 카드 포인트 등 금융권 전체 미청구 재산 규모는 정확히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휴면성 신탁은 휴면계좌와 달리 개인이 조회하기도 쉽지 않다. 휴면계좌는 인터넷상에서 은행연합회의 '휴면계좌 통합조회 시스템'에서 조회할 수 있지만, 장기 미거래 신탁은 예금과 신탁의 차이 등으로 인해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현황 파악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휴면성 신탁 등은) 권리위의 잠자는 자(의 재산)라고 볼 수 있는데, 행정부나 감독당국, 협회차원에서 찾아줄 필요는 있다"면서도 "작은 정부가 그것까지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