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언에 판사는 가장 좋은 직업이다(The judge is the best job)이라는 격언이 있다. 미국에서는 판례법국가이므로, 판결은 말그대로 살아있는 법이다. 실제로 미국연방판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종신제이다.
다시 말하면 판사는 살아있는 신과 같이 존중을 받는 것이다. 그간 미국사법부는 이러한 제도보장과 자긍심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여 온 것이다. 물론 주판사의 경우는 연방판사와는 임용절차 및 임기 등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도 판사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판사는 판사서기(Law Clerk)제도를 거쳐 변호사 등 경험을 가진 자에서 신망하는 사람을 판사로 임용한다. 앞으로 이제도가 잘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현재 대법원도 재직판사에 대하여 미국과 같이 평생법관제를 보장하려고 하고 있다. 과거에 경력법관이 여러 이유로 변호사로 변신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 경력법관이 대형로펌의 전관예우변호사로 전직하면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이 때문에 법관으로서의 활동과 경험이 변호사활동을 위한 경력쌓기로 오인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형로펌의 주요 파트너변호사의 상당수는 법관경력자 출신이며 이들이 법원의 재판활동에 미칠 수 있는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가능성만을 언급하였을 뿐이고 실제로 영향이 없다고 믿고 싶다. 그렇지만 사법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점에 대하여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의 경우는 거의 대다수가 해당재판부와 친분정도가 변호사선임에서 가장 중요한 선임조건이다.
이런 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서는 대법원의 평생법관제도는 제대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판사로 퇴임하여 변호사활동을 하는 경우에 법정활동은 가급적 자제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간 판사로서의 경력이 진행중인 재판에 추호라도 불공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자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최근 경력법관 활동이후에 선거직 공무원으로 진출하는 현상도 재검토돼야 한다. 최근 대법원판사 경력자가 행정조직의 장이 되고 더 나아가 선거공무원직에 진출하기도 한다. 또한 현직 경력법관이 행정조직의 장으로 바로 발탁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려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현직 법관의 재판권행사에서 행정부의 눈치나 정치적인 고려를 반영할 가능성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물론 법관으로서 훌륭한 활동을 한 분들이 국가에 대하여 봉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은 사법부와 행정부 등의 절절한 견제와 균형이다. 그리고 사법부는 행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결과론적으로 사법부에서의 경력이 디딤돌이 되어 행정조직의 장이나 정치인으로 변신한다면 종국적으로 사법부에는 누가 남을 것인가? 그리고 사법부의 독립은 과연 누가 지킬 것인가?
향후 ”The Judge is the best career."(법관이 최고 경력)가 아닌 진정한 ”The Judge is the best Job"정신이 사법부에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프로필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 법학 석사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2013년 지식경제부장관 표창
-대통령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