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정치 리스크가 유로화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유로존 주변국 국채가 급락하고 독일 국채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오프’ 트레이딩이 두드러졌다.
지난주까지 12주 연속 하락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반등했다. 하지만 일본은행(BOJ)에 대한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 확대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엔화 반등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4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0.92% 하락한 1.3514달러에 거래됐다.
달러/엔은 0.51% 하락한 92.30엔에 거래,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반등했다. 유로화에 대해 엔화는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유로/엔은 1.54% 급락한 124.71엔에 거래됐다.
달러 인덱스는 0.46% 상승한 79.56을 나타냈다.
이달 이탈리아의 총선 결과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면서 투자심리가 흔들리는 데다 스페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연초 이후 두드러졌던 ‘리스크-온’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라호이 총리는 불법 자금 수수설이 사실무근이라며 즉시 반박했지만 스캔들을 잠재우는 데 역부족이었다.
시장 전문가는 최악의 경우 스페인이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이 불거질 수 있다며 경계를 권고했다.
이달 치러지는 이탈리아의 총선 역시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이 파비안 엘리어슨 외환 영업 대표는 “유로존이 평화기가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권 리스크로 인해 시장의 경계심리가 부쩍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웨스턴 유니온 비즈니스 솔루션의 조 마님보 애널리스트는 “정치적인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에게 차익을 실현하는 좋은 구실을 제공한다”며 “이번주 유럽중앙은행(ECB)의 회의를 앞두고 유로화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도 이날 하락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웨스트팩 뱅킹의 리처드 프라눌로비흐 외환 전략가는 “저성장과 고실업이라는 새로운 매크로 환경이 본격화돈 것이라면 정책자들이 좀더 과감한 전략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반등한 엔화는 최근 3개월 사이 16% 하락해 10개 선진국 통화 가운데 가장 커다란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는 4.2% 상승했고, 달러화는 1.6% 내렸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