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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에 금융시장 '철렁'… 불안 장기화 우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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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체제 불확실성, 장기 대응 목소리 높아

- 김일성 사망 때는 체제 안정됐고 과거 북한발 리스크는 단기 충격
- 과거 열두 차례 위기 중 코스피 상승 다섯 차례, 하락은 일곱 차례
- 지금은 체제 불확실성 위험, 장기 대응 주문 목소리 커

[뉴스핌=한기진 기자] 주식 채권 외환 등 국내 금융시장이 일시 '공황' 상태에 빠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에 외국인, 기관, 개인투자자 등 주체를 가리지 않고 매물을 쏟아내면서 바닥을 알 수 없는 시장으로 변했다.

점심이 시작되는 시간인 19일 12시,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 과로로 열차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하자 외국인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엑소더스(대탈출)를 시작했다.

그 결과 12시 정각까지 1164원대에서 공방을 벌이던 원/달러 환율은, 바로 급등을 시작해 12시 2분 장중 고점인 1185원까지 달렸다. 1분 사이에 환율을 21원이나 올린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으로 상승폭을 점차 축소하며 지난 주 종가보다 16.20원 급락한 1174.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무차별적인 정부의 시장개입이 아니었다면 험악한 상황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환율이 1180원대가 넘어서면서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있어 상승폭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개입이 외환시장이 공황에 빠지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는 것이다.

채권시장 역시 불과 1분 사이에 3년 만기 국채 선물이 86틱이나 빠지며 103.78까지 주저앉았다. 많아야 10틱 움직이는 게 일상적인 모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충격파가 얼마나 컸는지 방증한다.

외국인이 무려 1만9490계약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수액을 뺀 금액)했다. 지난해 9월9일 1만9531계약을 순매도 한 이후 무려 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현물시장에서도 국고채 3년물의 수익률이 지난 주 종가보다 9bp오른 3.42%에 거래를 마쳤다.

한 증권사의 채권매니저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쉽게 말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불안감이 가라앉으면 학습효과로 인해 안정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시장에도 사망 소식 직후 외국인이 500억원 규모의 순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지수가 5분여만에 1750.60까지 내려왔다. 연기금이 나서서야 폭락 장세가 간신히 진정됐다.
 
연기금은 오전 장에서 중립적인 포지션을 유지했지만 정오를 지나자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이날 3시 기준으로 외국인•국가지자체가 각각 2534억원, 1064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개인•기관이 각각 2039억원, 1362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 과거 북한발 악재는 갈수록 미풍에 그쳐

이번 김정일 사망의 파장이 금융시장의 어느 정도 흔들지 그리고 언제까지 지속될지 전망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침몰처럼 근래의 북한 이슈에서는 “곧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았다. 외국인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정일 위원장이라는 북한의 최고권력자의 사망이라는 점, 과거 김일성 사망 때와는 달리 체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발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된 건 열두 차례다. 당일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경우는 다섯 차례, 하락한 경우는 일곱 차례였다. 북한 위험이 발생했는데도 외국인이 우리나라 주식을 순매수한 경우도 여섯 차례였다.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 지수는 0.78% 상승했다. 일주일 뒤에는1% 넘게 올랐다.

남•북한이 실제 무력 충돌로 충격을 줬던 1999년 6월 15일 1차 연평해전 당일에는 코스피지수가 2% 넘게 급락했다. 외국인들은 470억원 정도 순매도했다. 증시의 정상은 일주 일만에 되찾았다.

무려 코스피지수가 장중에 3.6%나 급락하면 가장 큰 충격을 줬을 때는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 당시였다. 코스닥지수는 8% 넘는 폭락세를 보였다. 개인들이 투매(投賣)했지만 외국인들은 주식을 사들였다. 주식시장은 일주일 만에 안정을 되찾으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사례로 지난해 연평도 포격 때는 0.79%(15.40포인트) 빠지는 데 그쳤다. 이 때부터 단기충격에 그칠 뿐 곧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표 : 북한발 리스크별 시장 변화>


◆ 이번엔 권력체제 문제, 오래 지켜봐야… 불확실성 대비를

이번 김정일 사망은 과거 북한 위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김일성 사망시에는 김정일로의 후계체제가 확실히 갖춰졌는데 반해 현재 김정은 체제는 미완성이어서 불안요소가 잠복해있다는 해석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김정일 사후 북한체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 한국 전체에 대한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며 "순조로운 권력 이양이 가능하다면 리스크 요인이 줄어들 수 있으나 극단적으로 북한 권력이 붕괴하는 것까지 갈 경우 한국 시장에 대한 리스크 크기는 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금융시장의 제도도 변한 게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일성 주석 사망시에는 당시 환율이 관리변동환율제도였기 때문에 대외적인 금융시장 영향력 측면에서 환율에 민감하게 증시나 채권(금리)시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유변동환율제하에서 과거보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보유비중이 높다(전체 채권 보유 비중 7%, 국채는 20%내외).

한화증권 박태근 애널리스트는 “중기적으로 국내 지정학 리스크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감안하면 대외 환율과 금리 연계성에서 외국인 채권매도 영향과 금리상승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은 대부분 매니저들이 부정적 전망에 바탕으로 대비하는 모습이다. 낙관론을 보이는 매니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유럽발 악재까지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이번 주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때문에 유럽과 미국쪽 딜러들이 거래를 거의 하지 않아 거래량은 줄어들고 의외의 변수에도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면서 “김정일 사망 소식은 국내 금융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의외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국내 증시 뿐만 아니라 환율에도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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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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