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과 러시아가 27일 우크라이나 종전 후 에너지 협력을 논의했다.
- 사할린 유전·유럽 송유관 재개 등 140억달러 사업이 거론됐다.
- 기업과 유럽의 반발로 사업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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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종전 전 제재 완화 반대"…푸틴 강경 입장·미 기업 신중론에 실현 불투명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의 일환으로 미국 석유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복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끝내기 위해 미국이 전후 경제협력이라는 유인책으로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구상이다. 미국 측은 관련 사업이 종전 이후에야 추진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백악관과 크렘린궁이 종전 후 러시아 극동 사할린 앞바다에서 미·러 석유 메이저가 참여하는 합작사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산 원유의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유럽 판매를 재개하는 계획에 미국 석유 메이저들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거론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지난 9월 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사업 거래 가능성을 논의했다. 크렘린궁 풀기자단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위트코프는 지난주 모스크바 방문 당시 메모장에 '사업 거래(Business Deals)'라고 적었다.
미국 당국자는 FT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들이 전쟁 양측과 경제 제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성장과 투자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전후 경제 체계, 러시아와의 전후 경제협력 가능성이 포함된다. 이 당국자는 경제협정이 포괄적인 평화 체계에 포함되며 이를 전제로 한다면서 "확정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는 이 거래를 종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관계를 정상화하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 2명은 전했다.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미국과의 경제협력 재개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논의 대상에는 러시아 석유기업 루코일의 해외 자산을 백악관과 연계된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러시아 노바텍이 참여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도 거론됐다. 2022년 폭발로 대부분 파괴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가운데 남아 있는 한 개 라인을 통해 유럽에 가스 공급을 재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미국 항공사의 러시아 영공 통과 허용, 민간 항공기 핵심 소재인 티타늄 생산·공급 협력 재개도 제안됐다. 칼륨 비료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발트해 항구로 수출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이는 유럽연합(EU)의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을 미국 측 기관에 맡겨 전력을 양국에 나눠 공급하는 구상도 나왔다.
이 같은 논의는 우크라이나나 유럽의 직접 참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디젤 수입에 합의했고,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신규 제재를 보류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 드론 공격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 140억달러 구상 재가동…기업·유럽 반발에 실현 불투명
이번 논의는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지난해 말 푸틴 대통령의 경제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와 협의했던 제안을 토대로 한다. 드미트리예프는 지난 2월 잠재 사업 규모를 140억달러(약 20조3000억원)로 추산했다.
당시 추진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토 양보 요구를 협상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곧 교착에 빠졌다. 한 소식통은 "드미트리예프는 전쟁이 동결될 때까지 기다릴 계획이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전쟁이 멈추지 않자 지금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과 미국 기업들의 신중론으로 상당수 사업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사할린-1 사업에 참여했던 유일한 미국 기업 엑손모빌은 지난해 지분 30% 몰수에 대한 보상을 러시아와 협의 중이라면서도, 러시아 내 사업 재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보잉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의 티타늄 합작을 중단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했다.
유럽의 반대도 변수다. 유럽 외교관들은 종전 전 대러 제재 완화나 사업 거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거듭 전달했으며, EU 이익에 영향을 주는 결정은 유럽의 승인 없이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EU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의 단계적 중단에 합의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노르트스트림2 재가동을 배제했다.
미국은 다음 달 아부다비에서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회담을 열어 종전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브리핑을 받은 소식통 2명에 따르면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안보 보장을 영토 양보와 연계해 왔지만, 최근에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압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경제 거래만으로 푸틴 대통령을 종전으로 이끌 수 있을지에 깊은 회의를 나타내며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굴욕과 통제의 문제"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에너지자원 차관보를 지낸 제프리 파이엇도 현 상황에서 러시아 복귀를 원하는 대형 상장사는 없을 것이라며 "이 가운데 어느 것도 현실과 맞닥뜨리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