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김여정은 19일 지뢰 사건을 자작극이라 주장하며 대남 위협을 했다.
- 합참과 유엔사는 5일 북한군 지뢰 폭발과 정전협정 위반을 확인했다.
- 정부는 조사 발표 뒤에도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한 달 됐지만 정부·군 대응조치 없어
北이 되레 '확성기 켜겠다' 위협까지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이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 3명이 치명상을 입는 도발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이 북한 소행임을 '최종 조사결과'를 통해 발표했지만, 실효적이고 단호한 대처를 못하고 미적거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적반하장식의 대남 위협공세를 펼치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뢰 자작극 이후 경고방송 2870회"…김여정의 생떼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1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으로 낸 담화에서 "지금 남부국경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며 "한국 군부깡패들의 무모한 객기에 의해 남부 국경선 일대에는 살벌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여정은 북한의 이른바 '국경선 차단물 공사'에 동원된 병력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 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가한 점을 문제삼았다.
그는 이를 "근거없는 트집"이라고 주장하면서 8월 1일부터 10월 17일까지 한국군의 확성기 경고방송이 2870회, 경고사격이 201회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10월 1일부터 17일까지 17일 동안 경고방송 998회와 경고사격 91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 동안에는 경고방송 350여 회, 경고사격 60여 회가 이뤄졌다고도 했다.
북한이 제시한 수치가 사실인지, 각 사례가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는 우리 군의 작전 기록과 대조해 검증할 필요가 있겠지만 북한이 대북 대응조치의 횟수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이를 대남 공세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김여정의 담화에서 가장 위협적인 부분은 향후 군사적 대응을 예고한 대목이다.
그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 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와 대(對) 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하고 적합하다고 간주되는 이여(爾餘, '나머지 또는 그밖'이란 의미)의 조치들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여정은 또 '선제적이며 제압적인 조치'라는 위협적 표현까지 동원했다. 전술 타격수단의 증강 배치는 군사분계선 인근의 긴장을 높일 수 있고,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는 심리전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무력 충돌이 임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지뢰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군의 통상적인 경계작전을 문제 삼아 군사적 압박의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할 대목으로 분석된다.
김여정의 이런 주장은 도발을 자행한 뒤 그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는 북한의 전형적 적반하장식 대남전술이자 잘못된 태도다.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우리 장병들이 다쳤다는 과학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북한은 사과는커녕 사건 자체를 '자작극'이라고 부정하고, 오히려 우리 군을 도발 주체로 지목하고 있다. 가해 의혹을 받는 쪽이 피해자를 향해 책임을 추궁하는 모양새다.
◆조사결과 발표 이후 보름동안 뭘 했나
이번 사건은 9월 21일 강원도 연천 25사단 관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했다. 북한군의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이 진행되는 지역에서 지뢰가 폭발해 작전 중이던 우리 장병 3명이 부상했다. 이 가운데 2명은 중상을 입었고 1명은 경상을 입었다.
합동참모본부는 같은 달 30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엔군사령부(UNC)도 같은 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매설한 지뢰가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어 10월 5일 합참은 유엔사와의 공동 현장조사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종합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팀은 현장에서 북한군 수지반보병지뢰를 추가로 발견했고, 폭발 지점 3곳이 군사분계선 이남 약 10m에 위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뢰 파편의 성분을 분석하고 부상 장병의 신체에서 나온 파편을 과거 수거한 북한군 지뢰와 비교 감정한 결과, 동일한 종류의 지뢰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는 단순히 지뢰가 폭발했다는 사실만 확인한 것이 아니다. 지뢰의 종류와 소유 주체, 폭발 위치를 복수의 조사와 감정으로 확인한 것이다.
합참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폭발해 우리 장병들을 다치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엔사 역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부와 군 당국이 북한에 사과와 지뢰제거 조치를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마치 강력한 대북 조치를 취할 것처럼 호언장담했지만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보름이 됐지만 북한의 책임을 어떻게 추궁할지, 정전협정 위반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유사 도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한 뚜렷한 계획이나 의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보다 더 대결적"…김여정 조롱에 담긴 의미
김여정은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를 향해 "집권초기부터 '화해'와 '평화'를 제창하며 '유화적인 모습'을 연출하던 이재명 정부의 반(反)공화국 대결책동이 오히려 노골적으로 반공을 고취하던 악질 보수정권인 윤석열 정부를 훨씬 능가하고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를 거론하면서 윤석열 정부보다 더 대결적이라고 조롱한 대목에서는 현 정부의 무른 대북 대응에 '자신감'을 얻은 듯한 기류까지 드러난다.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면서, 한국이 대화와 평화공존을 중시한다는 점을 역으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군 당국이 긴장 고조를 피한다는 이유로 대북 대응조치를 자제할수록 북한이 더 강한 요구와 위협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김여정의 최근 대남 발언에는 상대를 정상적인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반복된다.
지난 9월 30일에는 우리 군의 지뢰 조사 결과를 '자작극'이라고 몰아가고, 한국이 사격을 가할 경우 '즉각적이고 무자비한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어 이달 19일에는 한국군을 '군부깡패'라고 부르고 이재명 정부를 윤석열 정부보다 더 대결적이라고 비난했다.
◆정동영 장관의 오발탄..."대화가 '책임 추궁'을 대신 못해"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망언에 가까운 지뢰도발 관련 입장표명에서 불이 붙었다.
정 장관은 10월 2일 북한의 지뢰 폭발 사건을 "불행한 일"이라고 표현하고, 군사분계선에 대한 남북 간 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강 대 강으로 대치해서는 풀릴 문제가 아니다"라며 군사분계선을 다시 확인하고 측정하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주장에 대해서는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남북 간 군사적 오해를 줄이고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대화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고 통일부 장관으로서 그런 지향점을 갖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도발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과 책임을 먼저 분명히 하고, 그 위에서 재발 방지 대화를 제안하는 모습이 강조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장병 3명이 부상했고, 합참과 유엔사의 공동 조사에서 북한군 지뢰에 의한 폭발과 정전협정 위반 판단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불행한 일'이라는 표현과 군사분계선의 '경계확정' 사안이 부각되면,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발뺌 상황에 자리를 깔아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실제로 10월 8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남북이 지뢰폭발 책임을 놓고 맞서는 상황에서 정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의 의도적 공격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취지로 한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 '말뿐인 경고'로 끝나선 안 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은 사실 확인과 항의 성명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첫째, 정부는 지뢰 사건의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하고 이를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로 전달해야 한다. 합참과 유엔사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한에 사과와 재발 방지, 추가 지뢰 제거 등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정전협정 위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북한이 책임을 회피할 때 발생하는 외교적 비용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군사적 대비 태세를 재점검해야 한다. 김여정이 전술 타격수단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거론한 만큼, 군은 군사분계선 인근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경계작전의 원칙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과 외교·안보 부처 수장들이 대북 대응의 기본 원칙을 다시 가다듬었으면 한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북한은 그 틈을 파고들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는 책임을 묻고, 군사적 위협에는 대비 태세로 대응하며, 대화는 상호 존중과 재발 방지라는 원칙 위에서 추진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군 당국이 이 상황을 '평화공존'이라는 지향점에 매몰돼 어물쩍 넘기거나 봉합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책임을 끝까지 묻되 충돌 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무른 대응이 북한 김여정의 오만방자함을 연출했다는 국민 비판을 더는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달라져야 한다. 국민은 지금 무척 화가 나 있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