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김여정이 8일 이재명 정부의 의료지원 구상을 정치적 도발로 규정했다.
- 정부는 93억원 규모 장비 지원과 운송계획까지 준비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
- 정동영 장관의 신중 발언까지 겹쳐 남북관계 경색이 이어질 전망이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김여정 "눈꼴 사나운 거동" 비방
대북 정책 노선 재정립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이 8일 이재명 정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구상을 "정치적 도발"과 "주권침해"로 규정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북한 주민의 의료 여건 개선을 통해 남북관계의 접점을 마련하려던 정부 구상이 북한의 대남 단절 기조에 가로막힌 것이다.

이번 담화는 북한의 일방적인 지원 거부 차원을 넘어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대북부처 참모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로 우리 장병들이 심각하게 다친 상황에서, 북한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정부가 93억원 규모의 의료지원 준비 카드를 내민 것부터가 문제라는 얘기다.
◆ 의료지원까지 '적대행위'로 비난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5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에 의료장비 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를 요청해 승인받은 사실을 문제 삼았다.
특히 요청서에 북한의 의약품·의료장비 부족과 보건 상황 악화가 언급된 것을 "우리 국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의 의료 수요를 설명하기 위한 내용을 체제 비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술수로 비난하며 차단벽을 친 셈이다.
지원을 수용할 경우 김정은이 주도해온 대남 적대의 틀이 깨지는 건 물론이고 북한 보건체계의 부족을 동시에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는 만큼, 사업의 실용적 효과보다 정치적 의미를 앞세워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여정은 의료지원과 지뢰 폭발 사건도 하나로 묶었다. 지뢰 사건을 "자작광대극"으로 규정하고, 의료지원 계획은 그 "제2부"라고 비난한 것이다.
한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외교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지원을 제안해 자신의 선의와 북한의 거부 태도를 대비시키려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의료지원 사업의 추진 시점을 보면 지뢰 사건 이후 급조됐다는 북한의 논리는 맞지 않는다.
제재 면제 승인은 5월 22일 이뤄졌고, 지뢰 폭발은 9월 21일 발생했다. 북한은 수개월 전부터 준비된 사업의 공개 시점을 이용해 두 사안을 정치적으로 연결해 대남공세를 펼친 것이다.
◆ 장비·운송경로까지 준비했지만 불발 가능성
정부가 추진한 지원 사업은 단순한 의향 표명을 넘어선다.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을 통해 평양 강동군병원에 보낼 장비는 166종, 1431점으로 약 93억원 규모다.
고압멸균기, 구급차, 초저온 냉동고, 컴퓨터단층촬영 장비 등 대북제재에 해당할 수 있는 품목들도 포함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현대아산을 잠정 운송업체로 정하고 인천항에서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 남포항으로 반입하는 계획도 마련했다.
재단 직원과 외부 전문가 등 6명으로 구성된 합동 모니터링팀을 파견하고, 북한이 한국인 검사관의 방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제3국 대리인이나 비대면 방식으로 점검하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계획이 북한과 합의된 사업이 아니라 통일부의 일방적인 구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통일부는 북한과 협의하기 전 사전 준비 단계이며 물품 목록과 운송·점검 방식은 실제 협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11월 22일도 잠정 발송 목표이지, 북한과 합의한 지원 일정은 아니다.
제재 면제를 미리 받아두는 것은 지원이 가능해졌을 때 신속히 집행하기 위한 행정적 준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수령 의사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병원과 장비, 운송 경로까지 구체화한 계획이 공개되면서 정부가 상대의 호응보다 '줄 준비'에 앞서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정부에 대한 '주지 못해 안달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김연철 장관 체제의 통일부가 대북 쌀지원을 추진하면서 북한의 의사도 확인않고 포장용 포대만 대량 제작했다가 결국 북한의 거부로 혈세만 낭비한 사례의 재판"이라고 지적했다.
지원 물품이 실제로 설치·운영되고 취약계층의 의료 혜택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정부가 마련한 점검 계획은 북한으로부터 확보한 현장 접근 권한과 다르다. 북한이 수령뿐 아니라 점검까지 거부한다면 장비 목록과 운송 계획은 집행할 수 없는 준비에 머물 수밖에 없다.

◆ '어정쩡한' 정동영 장관 태도 김여정에 빌미 줬다
김여정의 담화를 보면 북한 지뢰 도발 사건에 대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어정쩡한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정 장관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의 군사분계선 일대 요새화 작업을 방어적 목적으로 봤던 유엔사의 대응에는 "안일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북한의 공격 의도에는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면서 유엔사의 대응에는 상대적으로 단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장병들이 중상을 입은 사건에서 정부가 전달해야 할 책임 추궁 메시지보다 긴장 관리 논리가 앞선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 군은 5일 최종 조사 결과를 통해 해당 폭발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이남에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엔사도 남측 지역의 북한 지뢰 발견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봤다.
우리 군을 겨냥한 구체적인 공격 의도에 추가 판단이 필요하더라도, 북한의 지뢰 매설과 그로 인한 장병 피해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여정은 정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한국도 고의적 공격을 단정하지 못한다'는 논거로 써먹었다.
정부의 메시지가 불명료할수록 북한은 이 같은 틈을 파고들 수 있다.
인도지원과 안보 대응을 병행하려면 북한에 무엇을 제안하는지 못지않게, 어떤 행위에 책임을 묻고 어떤 조치를 요구하는지를 일관되게 밝혀야 한다.

◆ "마주할 일 없다"…대남적대 이어갈 듯
김여정은 담화에서 "한국 것들과는 영원히 마주설 일이 없을 것이며 되돌려세울 수 없는 역사는 이미 오래전에 경과되었음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분간 남북관계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차단벽을 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지뢰 사건의 책임을 부인하면서 군사분계선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도 거부해왔다.
의료지원까지 정치적 도발로 규정한 이번 담화는 단기간에 인도협력을 통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분간 남북관계는 지원 협의보다 지뢰 사건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접경지역 긴장 관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