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16일 한국과 일본이 경제공동체 구상을 통해 협력 확대를 추진했다
- 양국은 에너지 공동조달과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 역사 문제와 실익 논란으로 단계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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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는 왕래도 제안
역사 문제·국민 여론·제도적 부담은 걸림돌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한국과 일본이 유럽연합(EU)처럼 사람과 상품, 자본, 서비스가 자유롭게 오가는 경제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 낮은 에너지 자급률 등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양국에서 경제협력을 한층 강화하자는 구상이 나오고 있다.
실현될 경우 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규모가 6조달러를 넘어 미국과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의 경제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은 16일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소개하며, 양국이 경제적 취약성을 함께 해결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한국 경제계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구상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4년 제안했으며, 최 회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도 지지하고 있다. 모델은 회원국 간 사람과 상품, 자본,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다.
양국 간 경제적 장벽을 낮춰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경제질서의 규칙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규칙을 만드는 데도 영향력을 행사하자는 취지다.
닛케이는 지난 9월 중순 서울에서 열린 '한일 편집 세미나'에서도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한국 측 참석자들이 일본과의 경제관계를 중시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그 사례로 경제공동체 구상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 에너지 공동 조달·반도체 공급망 협력 구상
신문은 국제 정세의 변화가 한일 양국의 접근을 촉진하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은 안보를 미국과의 동맹에 의존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관세 압박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웃 국가인 중국의 압박에도 함께 노출돼 있다.
경제공동체 구상의 구체적인 협력 분야로는 에너지 조달이 꼽힌다. 천연자원이 부족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의존하는 양국이 공동 구매와 비축에 나서면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 협력도 후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에, 일본은 소재와 제조장비에 각각 강점을 갖고 있다. 양국의 산업적 보완 관계를 활용하면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경쟁에 대응할 수 있다.
사람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유럽의 솅겐협정처럼 양국 간 출입국 관리 절차를 없애 여권 없이 국경을 오갈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다만 이는 경제협력을 넘어 출입국 관리와 관련 제도 전반의 정비가 필요한 사안이다.
일본 경제계는 경제공동체 구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지난 5월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도 일본 측 참석자들이 구상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 한국은 日 내수시장 확대 효과...일본은 실익에 의문
경제공동체가 실현되면 한국은 자국 인구의 3배 이상 규모에 해당하는 일본 내수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이 추가로 확보하는 내수시장 규모는 자국 인구의 약 1.5배 수준이다.
양국 간 인적 교류 규모도 한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방문객은 연간 1000만명에 육박하지만, 일본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방문객은 그 3분의 1 수준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다만 구상이 실제 정상 간 협의 의제로 오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신문에 국민 감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경제공동체가 일본에 가져다줄 이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역사 문제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월 발표한 양국 국민 대상 조사에서는 경제공동체 구상에 대한 찬성 응답이 한국에서 70%, 일본에서 60%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만으로 양국 사회가 제도적 통합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한일경제협회의 한 간부는 경제공동체를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되, 현재 가능한 협력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CPTPP 가입도 협력 확대의 한 축
당장 추진할 수 있는 협력 분야로는 에너지 안보가 꼽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원유와 석유제품의 비축·융통 등 에너지 안보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이 가입하는 방안도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한일 양국 사이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경제동반자협정(EPA)이 없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하면 양국 경제의 자유화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소속 아시아경제연구소의 하야카와 가즈노부 선임연구원은 EU형 경제공동체는 제도와 정치 양쪽에서 부담이 큰 만큼 우선 단계적인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호주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에도 문호를 개방하는 협력 체계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공동체 구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공멸'이라는 키워드에는 인구 감소와 경제 활력 저하,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함께 쇠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닛케이는 "한일 양국이 이념적 대립에 매몰될 여유는 없다"고 지적하며, 경제공동체 구상에 관한 논의가 소모적인 대립을 끝내는 계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