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미국은 24일 이란 고립 제재를 발표했다
- 중국 은행과 대기업은 제재에서 빠졌다
- 미국은 미·중 충돌을 피하며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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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유 80% 이상 中으로…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직접 충돌은 피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이 이란 경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남아 있는 모든 생명줄'을 끊겠다며 전례 없는 제재 작전에 나섰다. 하지만 이란산 원유 대부분을 사들이며 이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국의 주요 은행과 대기업은 이번 제재에서 빠졌다.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면서도 중국과의 직접적인 경제 충돌은 피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4일 이란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경제적 아웃캐스트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발표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경제를 지탱하는 "남아 있는 모든 생명줄"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의 발표에서 빠진 핵심 국가가 있었다. 수년간 미국의 제재에도 이란이 버틸 수 있도록 해준 중국이다.

이란은 원유 대부분을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 판매 대금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전 세계로 이동할 수 있도록 복잡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금까지 이란을 지원하는 중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하는 데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대니얼 프리드 전 미 외교관은 "수사는 맹렬했지만 실제 타격은 그만큼 강하지 않았다"며 "이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려면 아마도 중국의 대기업과 은행들을 건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사는 맹렬했지만 타격은 약해"…中 대형 은행·기업 빠져
미국은 이번 조치에서 60곳이 넘는 개인과 기업·기관 등을 제재했다. 이란이 핵·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고 원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며 사이버 작전을 수행하도록 지원한 중국 기업들도 포함됐다.
이번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재집권한 이후 이란을 상대로 부과한 1000건 이상의 제재에 추가된 것이다. 군사작전과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까지 맞물리면서 이란 경제가 타격을 입었고 이란 통화 가치도 급락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중동에서 이란의 공격적인 군사 행보를 바꾸거나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WSJ는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 정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제재 회피에 관여한 금융기관 한 곳도 조만간 추가로 제재할 방침이다. 해당 금융기관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앞으로 이란과 디지털 자산, 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에서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에도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 美, 중국에 '퇴로' 열어뒀다…"은행 제재 없이 행동 변화 유도"
그러나 이번 조치는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면서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리 비트소프 전 미 재무부 관리는 "재무부는 중국이 조용히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주도록 전체 조치를 설계했다"며 "이런 방식은 중국 은행들이 직접 제재 대상이 되지 않으면서 중국이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 유조선과 원유 관련 인프라를 제재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는 계속되고 있다.
원유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제한됐음에도 중국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50만배럴이 넘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
상당량은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간다. 제재 대상 유조선에서 제재를 받지 않은 유조선으로 이란산 원유를 옮겨 싣고, 이후 해당 선박이 원유를 중국으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80% 이상을 사들이고 있다. 이란의 위장 기업들은 중국 은행을 이용해 중국산 상품을 구매하고, 환전업체를 통해 현금을 중동과 이란으로 이동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중국 위안화를 무역에 더 많이 사용하는 것도 제재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 희토류 보복 재현될라…미·중 정상회담 앞둔 트럼프의 고민
미국의 고민은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규모 관세전쟁 이후 미·중 관계 개선을 주요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 공급 제한 등으로 맞섰고 이는 미국 제조업체들에 큰 타격을 줬다.
에드워드 피시먼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보복은 이제 실질적인 위협"이라며 "이는 지난해부터 미·중 관계에 새롭게 등장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미국의 제재에 반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미국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린 대변인은 경제전쟁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며 중국은 "자국의 권리와 이익을 단호하게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 일정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으며 시 주석은 다음 달 후속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도 중국이 이란 고립 전략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미 재무부는 24일 올해 수백만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중국으로 운송한 것으로 파악된 중국 소유 유조선을 제재했다. 이란이 미사일용 항법장치 등 민감한 물품을 확보하도록 도운 중국과 홍콩 소재 기업과 개인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 금융 시스템과 직접 연결돼 있고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주요 은행이나 대기업은 건드리지 않았다.
◆ 베선트 "누구도 예외 없다"…中 은행 제재 여부엔 즉답 피해
베선트 장관은 제재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 은행과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인지 두 차례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모든 국가와 모든 기관은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주요 은행이나 기업을 직접 제재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압박 작전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작전에 빗대 '경제적 D-데이(Economic D-Day)'라고 부르며 이란 정권이 붕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제재 강화를 주장하는 미국 단체 '핵무기 반대 연합(United Against Nuclear Iran)'의 찰리 브라운 연구원은 이번 조치에 대해 "선전한 것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의 주요 은행과 기업을 직접 제재하지 않고도 이번 압박을 통해 중국이 이란에 대한 지원을 줄이도록 유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비트소프 전 재무부 관리는 "이런 종류의 압박은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실제 제재보다 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며 "진짜 시험대는 아마 정상회담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