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내년 1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 서울 아파트값 급등에 청년 비아파트 선호는 낮았다.
- 청년들은 비아파트 강요보다 주거 선택권을 원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빌라 산다고? 거기 재개발되는 곳이야?"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집 얘기를 하면 으레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러간다. 슬슬 '내 집 마련'을 해야 하는데 아파트를 살 돈은 부족하고, 대출은 충분치 않으니 빌라나 오피스텔은 어떻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러면 열 명 중 여덟 명이 재개발을 위해 이른바 '몸테크'를 감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파트를 사기 위해 좀 더 버텨보겠다고 답한다. 그게 보통이었다.
요즘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청년의 소득만으로는 좀처럼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까지 뛰면서 이제는 빌라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가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대상으로 청년 전용 정책대출까지 내놓자 이런 고민은 더 구체화됐다.
내년 1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이 출시된다. 생애 최초로 집을 사는 만 39세 이하,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청년이 4억원 이하·전용 85㎡ 미만 비아파트를 구입할 때 LTV(주택담보비율)를 최대 80%까지 적용하는 상품이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비아파트에 거주하는 청년의 월세 부담을 줄이고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다.
조건만 놓고 보면 파격적이지만 청년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똑같은 빌라를 사더라도 그 집이 아니면 살 곳이 없어서 고른 것과 정말 마음에 들어 매수하는 것은 느낌이 아예 달라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청년의 소득만으로 따라가기 힘든 수준까지 올랐다. 그렇다고 전월세로 계속 버티기엔 매물이 없다보니 고르게 되는 불가피한 선택지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 79.7%는 생애 최초 주택으로 아파트를 선호한다. 청년 가구의 비아파트 자가비율은 4.5%에 불과하다. 이들이 비아파트를 첫 집으로 선택하지 않는 데는 주차와 보안, 관리, 생활환경부터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과 환금성까지 여러 이유가 얽혀 있다. 단순히 대출 한도가 부족하거나 금리가 높아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4억원이라는 기준도 여유있진 않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올 상반기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4.26%로 전년 동기(0.89%) 대비 급증했다.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간 상승률 격차도 2.52%포인트에서 0.81%포인트(p)로 줄었다. 지난달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인 3억5813만원이 4억원 이상으로 훅 뛸 일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온라인에선 '서울에서 살 만한 4억원 이하 빌라 명단'까지 돌고 있다. 명단에 쓰인 비아파트 수는 30개가 채 안 된다. 서울 내 전체 비아파트가 약 160만가구임을 고려하면 극소수다.
청년들이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느끼는 감정은 서러움이다.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 이후 생겨난 비아파트 공포로 인해 수요와 거래 모두가 얼어붙었다. 정부 또한 이를 인지하고 시장을 살리려 했을 것이다. 다양한 주택 유형에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것 역시 필요하다. 반면 2030 입장에서는 누구도 선뜻 사려 하지 않는 비아파트의 수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기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주거시설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거센 반발을 산 것도 비슷한 이유다. 청년의 주거 수준을 높여주고자 고민하기보단 그보다 낮은 선택지에 적응하라는 주문처럼 들려서다.
정부가 비아파트를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갈아타기의 발판이 되도록 정책을 설계한 것은 사실이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으로 비아파트를 구입한 뒤 아파트로 옮길 경우 생애최초 LTV 우대 자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바로 이 대목이 씁쓸하다. 정책을 만드는 쪽에서도 청년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집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청년이 비아파트를 살까'가 아니라 '청년의 주택 선택지는 왜 좁아졌는가'라는 고민이 이뤄져야 할 때다.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공짜 아파트′가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으면 언젠가는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주거 사다리는 첫 칸에 아무 집이나 올려놓는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사다리 끝에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부터 되돌려주는 것이 청년을 위한 주거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