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부산시가 4월23일 루프 랩 부산 페스티벌을 열었다.
- 35개 공간에서 25개국 130명 작가가 분산형 디지털 아트를 선보였다.
- 6월28일까지 기술·자연·인간 융합 작품으로 미디어 도시를 실험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감각적 영상콘텐츠 등 상영,동일고무벨트 81년된 공장의 전시 화제
부산문화회관서는 '무빙 온 아시아'전 6월18일까지 개최
[부산=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녋교 푸른 바다를 품은 도시 부산시가 미디어 아트로 출렁이고 있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로 '영화의 도시'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그런데 이제는 미디어·디지털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부산을 첨단 미디어 아트의 도시로 바꾸고 있는 주역은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루프 랩 부산(LOOP LAB BUSAN)'이다. 지난 4월 23일 부산 전역 35개의 예술공간에서 막을 올린 이 페스티벌은 기존 미술행사와는 현저히 다른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즉 특정한 예술감독이나 특정 미술관이 위에서 디렉팅하며 콘텐츠를 짜는 피라미드형 구조가 아니라 개개 예술공간과 연대인이 독립적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분산형 페스티벌이다.
'루프 랩 부산'은 작년 봄 처음 시행됐다. 당시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수평적 연대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아트 플랫폼'을 제시하며, 총감독이 전체 미술제를 이끄는 비엔날레형 행사를 넘어서는 대안모델을 창안했다. 그리고 1년이 흘러 그 시도는 부산 해운대를 중심으로 부산 전역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2026 루프 랩 부산'은 기술(technology), 자연(nature), 인간(ecology)이 섞이고 융합되는 시대 흐름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부산시립미술관, 디오티미술관,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 범어사 성보박물관 등, 고은사진미술관, 뮤지엄 원 등 부산 시내 35개 공간에서 25개국 1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막을 올렸다.
올해 또한 '노 디렉터·노 피라미드 조직·노 콘셉트'를 내세우며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 참가 중이다. 이에 대해 서진석 관장은 "수직적인 구도가 아닌 수평적인 공동체가 기획과 운영을 주도하며 기존 사회적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 독립성 실험성 다양성 융합성이라는 대안적 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예술행사"라고 밝혔다. 즉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와 같은 자생적 공론장을 실험한다는 취지다.

이렇듯 '루프 랩 부산'은 디지털 미디어 아트라는 거대한 주제 아래 부산 지역 문화공간들이 제각각 시각과 담론을 제시하고, 이들이 모여 귀납적인 문화예술 결과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25개국의 130여 작가들은 디지털 아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작품을 내놓았다. 행사는 전시와 포럼, 연대행사로 미디어 아트페어 '루프 플러스(LOOP+)'까지 함께 했다. 상위문화와 하위문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를 해체하며 다차원의 융합 예술축제를 지향하고 있는 것. 물론 이같은 목표와는 달리 35개 참여기관 중에는 디지털 아트와는 상관없는 동떨어진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기도 하고, 해운대구에 참여기관 대다수가 몰려 있어 지역 쏠림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한편 부산시립미술관은 '2026 루프 랩 부산'의 일환으로 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서 '디지털 서브컬처: 디지털시대의 내러티브와 스토리'전을 열고 있다. 오는 6월28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인공지능(AI)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13명의 창작자들의 숏폼과 릴스가 13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고 있다. 이로써 스마트폰 화면에서만 머물던 비제도권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의 다양하고 감각적인 영상 콘텐츠가 부산시립미술관 야외조각공원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돼 거리를 오가는 시민과 만나고 있다.
출품작 중에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정체성 혼돈을 우주선 내부의 여성조종사와 기계·AI와의 교감을 통해 짚어본 '차밍컴퓨터'의 작업과 노년의 여성이 해파리, 오징어 등 바다 속 생물과 여행을 떠나며 겪는 기기묘묘한 순간을 표현한 싱가포르의 인기 여성작가 나이스앤티스의 작업이 시선을 끈다.
13명의 작가 중에 한국 작가가 한명도 없는 것도 이채롭다. 헝가리 영국 미국 일본 베트남 그리스 싱가포르 호주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관과 서사를 숏품과 릴스로 격의없이 선보이고 있다. 출품작 중에는 짧은 형식에도 남다른 상상력을 보여주는 완성도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AI에 지나치게 의존해 획일적 단선적인 작품도 있어 편차를 보여준다. 작가들의 숏폼과 릴스는 부산시청, 해운대 유카로빌딩, 부산유라시아플랫폼 미디어월 등에도 송출돼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미디어 아트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
남구 부산문화회관에서는 아시아 큐레이터들이 공동기획한 '무빙 온 아시아: 포스트 참여 예술'이 막을 올렸다. 한국을 비롯해 14개국 16명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작가들의 작품 30점이 나왔다. AI, 3차원 게임그래픽, 창작 제작도구 등 고도화된 디지털 컴퓨팅기술을 기반으로 제작한 영상, 미디어 작품들은 최근의 이슈인 국가이기주의, 환경파괴, 이념갈등 등을 예술로 풀어내고 있다. 사회 참여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목도할 수 있는 전시다.

연계기관 협력전시 중에는 부산 동래구 수안동의 동일고무벨트 동래공장에서 열리고 있는 쉬빙과 정혜련의 디지털 아트 작품이 돋보인다. 1945년 건립해 부산 향토기업의 표상과도 같았던 이 공장은 1980년대 동일고무벨트 주력공장이 금정구 금사동으로 이전하면서 문을 닫았던 곳이다. 40년간 용도폐기되었던 1000평의 공간은 2025년을 기점으로 80년 만에 개방돼 한국산업화의 역사와 흔적을 품은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간 아무도 드나들지 않아 어둡고 을씨년스런 이 공간에 한국의 미디어아티스트 정혜련의 참신하고 기발한 영상, 설치, 가상미디어 작품이 들어차며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81년 째에 접어든 고무벨트 공장의 기름냄새 나는 건물에 21세기 디지털 테크놀로지 아트가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전해준다. 물리적 환경과 가상환경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해온 정혜련은 이번에 동일고무벨트 옛 공장 지대의 실시간 날씨와 지형데이터를 빛의 움직임으로 강렬하게 번안한 작품 '마이그레이션'을 리얼타임으로 선보이고 있다.

또 중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쉬빙의 장편영화 '잠자리 눈'(2017)이 관객을 맞는다. 1만1000시간이라는 엄청난 분량의 감시카메라 영상을 재구성된 작품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며 디지털 감시사회의 시각성을 시니컬하게 비판한다. 중국의 거리와 시장, 사무실을 찍은 폐회로 카메라 영상클립을 81분 길이로 압축함으로써 부지불긱간에 감시당하는 현대인의 실상을 증언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에 있는 문화공간 F1963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그룹 'AES+F'의 스펙타클한 영상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거대한 수평의 벽면을 활용한 대규모 파노라마 영상은 압도적 몰입감을 제공하며 신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복합적 세계관 속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는 국제공항 대합실의 풍경에 난민, 근세 서양회화의 희생자 도상, 아이와 청년 이미지를 결합시킨 대형 영상작품은 글로벌리즘, 탈식민주의, 이주, 지역 분쟁, 기후위기 등 지구인들이 직면한 현실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옛 해운대 역사를 개조한 해운대플랫폼에서는 기획전 '디지털 아트: 공유와 소유 사이'가 열리고 있다. 중국의 장쥔 기획자와 서진석 관장이 공동기획한 이 전시에는 한국 작가 5명(이동기, 추미림, 권오상, 빠키, 구기정)과 중국 작가 5명(크립토ZR, 우즈양, 페이준, 옌레이, 양디)이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 NFT영상작업을 출품했다. 한국 아티스트 빠키의 작품은 기계와 인간의 구분이 사라진 미래 '포스트휴먼'의 실체를 강렬한 색채와 화면구성으로 풀어낸 팝아트 스타일의 디지털 작업이다. 유기물과 무기물이 합쳐진 새로운 종으로서의 인간을 부각시킨 시도가 신선하다.
이밖에 체코의 영화감독 하룬 파로키(1944~2014)의 미디어 아트 대표작 6점을 선보이는 금정의 디오티미술관, 국내외를 무대로 활동 중인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디지털 아트전을 열고 있는 범어사 성보박물관도 이번 '루프 랩 부산'의 핵심 코스들이다.

또 프랑스 사진가 띠에리 아르두엥(Thierry Ardouin)의 섬세하고 신비로운 씨앗 사진 87점을 선보이는 고은사진미술관의 'Seed Stories'전(~8월 30일까지)도 놓쳐선 안될 전시다.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이 전시는 현미경 사진기법(microphotography)을 통해 세계 곳곳의 씨앗을 미시적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초상'이자 우주적 의미를 지닌 개체로 바라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와 부산의 대표 작물인 토마토(대저), 대파(기장) 씨앗을 촬영한 신작 3점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처럼 도시곳곳에서 디지털 사진, 무빙이미지, 미디어 설치, 미디어 파사드, AR, VR, AI 등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체험할 수 있는 '2026 루프 랩 부산'은 오는 6월28일까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