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싱가포르 그린후드가 지난달 24일 호우강 주차장 옥상에 수직 스마트팜을 운영한다.
- 수경재배로 물 90% 절감하고 수확까지 3주 걸리며 도심 직결 공급한다.
- 싱가포르는 토지 부족으로 스마트팜을 식량 안보 전략으로 삼으나 비용 절감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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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형 수직농장으로 생산성 확대…에너지·물사용량 감축 '핵심'
"스마트팜, 첨단 농업이 아니라 도시국가의 식량안보 전략" 강조
기후변화와 농촌 고령화, 생산성 정체는 한국 농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노동과 경험에 의존한 기존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농업 AX'가 농업을 데이터 산업으로 전환하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핌>은 글로벌 현장과 사례 분석을 통해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짚고, 한국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싱가포르=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달 24일 찾은 싱가포르 호우강 지역의 한 스마트팜. 건물 옥상, 그것도 주차장 위에 들어선 이 농장은 도시형 농업 스타트업 '그린후드(Greenhood)'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싱가포르 공공주택(HDB) 다층주차장(MSCP) 옥상에 조성된 수직형 온실로, 높이 5.3m 규모의 재배 구조를 갖춘 도시형 농장이다.
그린후드는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HDB 옥상 도시농장 사업 입찰을 통해 선정된 업체 중 하나다. 농지를 새로 확보하는 대신, 도심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차량이 오가는 주차장을, 채소를 키우는 농장으로 바꾼 셈이다.
◆ 주차장 옥상이 농장으로…물 90% 줄이는 수직재배
그린후드의 수직농장에 들어서자, 천장에 달린 설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선반처럼 쌓아 올린 재배대 사이로 펌프 소리가 잔잔하게 이어졌고, 배관을 따라 흐르는 물이 일정한 리듬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가까이 들여다보자 물의 순환이 한눈에 들어왔다. 위쪽에서 떨어진 물이 작물 뿌리를 적신 뒤 바닥으로 모이고, 다시 펌프로 끌어올려지는 구조다. 아미르 알리(Amir ali) 농장 매니저는 "이 물은 계속 재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손바닥만 한 스펀지 위에 뿌리를 내린 채소들은 흙을 밟지 않는다. 뿌리는 공중에 노출된 채 물과 양액을 직접 흡수한다. 흙냄새 대신 습한 공기와 기계 냄새가 섞여 있었고, 농장이라기보다 작은 공장에 들어온 느낌이 더 가까웠다.
씨앗은 별도의 공간에서 발아한다. 그린후드가 '신생아실'이라고 부르는 이 공간에서는 작은 트레이마다 씨앗이 하나씩 심겨 있었고, 며칠 뒤 싹이 트면 본 재배 구역으로 옮겨진다. 이후 약 3주 정도면 수확이 가능하다.
재배 방식은 수경재배다. 물에 영양분을 섞어 공급하고, 이를 다시 회수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이 덕분에 물 사용량은 기존 농업 대비 크게 줄어든다. 아미르는 "일반 농사보다 물을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뿌리가 공중에 노출된 상태에서 양액을 직접 흡수하기 때문에 토양 재배보다 생육 속도가 빠르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 농장의 생산량은 주당 약 20kg 수준으로, 규모는 작지만 회전율이 높은 편이다.
이 농장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상추, 루콜라 등 샐러드용 채소가 대부분이다. 아미르는 "기업 수요가 많은 샐러드 채소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된 채소는 인근 레스토랑과 유통업체로 공급되거나, 온라인 주문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 수확까지 3주…'도심 직결' 공급으로 승부
그린후드의 특징은 생산과 유통을 함께 묶는 '도심 직결형 공급 구조'다. 농장에서 수확한 채소를 도심 소비자에게 바로 연결해 유통 단계를 줄이고, 신선도를 높이는 동시에 물류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다. 이는 대규모 생산보다 '근거리 공급'에 초점을 맞춘 도시형 농업 모델이다.

그린후드의 수직 농장은 온실로, 안은 바깥보다 더 덥고 습했다. 천장을 올려다보자 환기 장치가 자동으로 열리고 있었고, 온도와 습도는 장치에 의해 실시간으로 조절되고 있었다. 햇빛이 닿지 않는 구간에는 LED 조명이 설치돼 작물 생장을 대신한다.
이처럼 물, 빛, 온도, 습도까지 모두 통제되는 환경에서 농업은 더 이상 자연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린후드가 지향하는 농업 모델은 단순한 농업 기술이 아니라, 도시 공간과 식량 공급을 결합한 '분산형 식량 인프라' 모델이다.
그린후드는 이러한 모델을 통해 싱가포르의 식량안보 정책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싱가포르 '30 by 30' 전략과 맞물려, 도시 내 최소한의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 장비 멈추면 작물도 멈춘다…기술 의존의 그림자
하지만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에어로포닉스 방식 특성상 장비가 멈추면 작물이 빠르게 피해를 입는다. 실제로 일부 재배대에서는 생육이 고르지 않은 모습도 확인됐다.
곰팡이와 해충 문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습도가 높은 환경 특성상 곰팡이가 쉽게 발생하기 때문에 별도 격리와 관리가 필요하다. 아미르는 "현재 그린후드의 농장의 시스템은 자동화로 되어 있지만, 해충 피해는 사람이 상태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농업이 아니라 안보"…싱가포르가 스마트팜에 매달리는 이유
싱가포르의 국토 면적은 728㎢에 불과하고,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 땅은 1% 미만이다.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스마트팜은 '농업 혁신'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조남준 난양공과대학교 재료공학과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스마트팜은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 회복력의 문제"라며 "도시국가에서는 식량 자체가 곧 안보와 직결된다"고 했다.
기후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식량 정책 방향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얼마나 생산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금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다. 스마트팜 역시 생산 확대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한때 오는 2030년까지 식량의 30%를 자급하겠다는 '30 by 30'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채소와 수산물 생산은 오히려 감소했고, 계란을 제외하면 자급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조 교수는 "초기에는 스마트팜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산업적으로 성립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 '30 by 30' 좌초…기술 더하기보다 비용 줄이기
결국 지난해 정책 방향이 수정됐다. 기존의 포괄적 자급률 목표를 폐기하고, 채소(섬유질 식품)와 단백질 식품을 나눠 각각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달성 가능성과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현실적 조정으로 해석된다.
조 교수는 "싱가포르에서는 초기 스마트팜에 센서와 자동화 기술을 최대한 적용했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오히려 기술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금은 얼마나 많은 기술을 넣느냐보다, 얼마나 에너지와 비용을 줄이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팜은 생산성이 아니라 경제성으로 평가받는 산업"이라며 "에너지 비용과 운영 모델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지속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협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plu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