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의 이란 전쟁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더 많은 군사적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를 '종이 호랑이'라고 부르며 탈퇴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자 미 의회가 초당적 제동에 나섰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지도부마저 '나토는 필수 안보 자산'이라며 선을 긋고 있어, 동맹 유지 문제를 둘러싼 백악관과 의회의 정면충돌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 존 튠 상원의원 "공화당 내 나토 탈퇴 의사 희박"
존 튠(공화당, 사우스다코타)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는 2일(현지시간) 공화당 상원의원들 사이에서 미국의 나토 탈퇴를 지지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토를 매우 중요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적인 전후 동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며 "현 국제 정세 속에서 우방국과의 동맹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돕지 않을 경우 나토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를 실제 참모들과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왔다. 특히 이란 전쟁 지원 방안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서방 질서의 근간이었던 나토 동맹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 의회가 본격적인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 민주당 의원과 공동 성명
공화당의 거물급 인사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 의원과 함께 미국의 나토 잔류를 지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매코널 의원은 전날(1일) 크리스 쿤스(민주당, 델라웨어) 상원 의원과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나토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 동맹으로 70년 넘게 미국의 안보를 뒷받침해 왔다"며 "미국인들은 나토가 강하고 단결되어 있을 때 더 안전하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모든 동맹국이 이 단결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측에서도 강력한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마크 워너(민주당, 버지니아)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Ranking Member)도 전날 성명을 내 "70년 넘게 나토는 미국 국가 안보의 초석이 돼 왔다"며 "유럽에서의 전쟁을 억제하고 전 세계에 힘을 투사하며, 위기의 순간에 미국이 결코 혼자 서지 않도록 보장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종이 호랑이' 발언을 정면으로 겨냥해 "나토는 현대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군사 동맹"이라며 "탈퇴 위협은 무모하고 위험하며, 결과적으로 적대국들의 전략적 승리를 돕는 꼴"이라고 직격했다.
◆ 유럽 고위 관리 "미국, 더 이상 해결책 아냐"
미국 현지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동맹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비하할수록 동맹은 더욱 공동화(空洞화)될 것"이라며 "유럽인들로 하여금 워싱턴 없는 동맹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유럽 고위 관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유럽인이 나토의 핵심인 집단 방위 공약(제5조)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더 이상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 오히려 세계 무질서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유럽은 결코 무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럽 고위 관리들에 따르면 설령 미국이 유럽 주둔 미군 7만 명을 철수하더라도 '유럽형 나토' 구축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나토의 지휘 체계와 인프라가 온전히 유지되는 만큼, 유럽 국가들이 인력을 대체하고 재래식 전쟁에서의 미국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도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나토 탈퇴를 실행에 옮기기는 법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평가다. 미 의회는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하며, 대통령이 나토를 탈퇴하려 할 경우 상원 3분의 2의 찬성이나 별도의 의회 법안 통과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명문화했다. 이는 대통령의 독자적 조약 파기 권한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대로 나토 탈퇴를 강행하려할 경우 백악관과 의회 간의 치열한 법적·정치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