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차량 정보 수집 없이 운영 가능
전력 수급 조절로 시장 대응력 향상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김윤수 교수 연구팀이 여러 대의 전기차를 하나의 '배터리'처럼 활용하면서 실제 전력시장 거래까지 가능하게 하는 '강건한 가상 배터리(Robust Virtual Battery)' 모델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개별 차량의 배터리 상태나 용량 정보를 알지 않아도 전력 운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수립된 전력 계획을 실제 각 차량에 정확히 나눠 실행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점에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활용하는 전기차-전력망 연계기술(V2G)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전기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이동형 발전소', 즉 분산에너지자원(DER)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태양광이나 발전소와 달리 이동성이 크고 차량마다 배터리 용량과 상태가 달라, 여러 대를 하나로 묶어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기존 기술은 전체 전력 계획을 세우더라도 이를 개별 차량에 나눠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해, 계획과 실제 운용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차량별 배터리 상태와 이용 데이터를 수집해야 해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의 전기차를 하나의 집합으로 묶어 '가상 배터리'로 표현하는 수학적 모델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개별 차량의 복잡한 배터리 상태를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전체를 하나의 큰 배터리처럼 간주해 전력 저장·공급 가능 범위를 한 번에 계산한다. 이를 통해 계산해야 할 경우의 수를 크게 줄여 짧은 시간 안에 전력 공급 가능량을 산출하고, 목표 충전량과 충전기 연결 시간이라는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전력 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가상 배터리는 실제 전력시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여러 대의 전기차를 하나로 묶으면, 하루 전 전력시장과 실시간 전력시장에 참여해 전력 수요와 가격에 따라 공급·저장 전략을 자동으로 수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는 전기를 공급하고, 전력이 저렴할 때는 저장해 활용하는 등 정밀한 전력 수급 조절과 시장 대응이 가능해진다.
연구팀이 8개월간 수천 대의 전기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력 시장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 기존 방식보다 운영 비용을 최소 8.8%에서 최대 14.9%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000대 규모의 대규모 전기차 집합에서도 빠른 연산 속도로 전력시장 참여가 가능해, 실제 전력망 적용 가능성과 확장성을 입증했다. 특히 전체 전력 계획과 실제 차량 운용 간 오차가 매우 작아, 이론적 모델이 실제 환경에서도 정확히 구현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기술의 개발은 전기차 산업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개별 차량의 상세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없어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크게 줄였다. 이는 향후 전기차 소유자들의 데이터 보호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효율적인 전력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윤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대규모 전기차를 하나의 신뢰성 있는 전력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시장 계획과 실제 개별 전기차 운용 간 차이를 줄여 전기차-전력망 연계기술(V2G) 상용화를 앞당기고, 전력망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았으며, 연구 결과는 교통 과학·기술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eTransportation(국제 학술지 영향력 지수 1위)'에 지난 9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