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선임기자 =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2026년 3월 21일 광화문.
두 날짜 사이에는 3년 반의 시간이 있다. 한국 공연·축제 안전의 역사는 이 두 날짜를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태원 참사가 제도적 전환의 계기였다면, BTS 광화문 컴백 공연은 그 제도가 현장에서 처음으로 작동하는 대규모 사례가 된다.

2022년 이전 한국의 공연 안전 기준은 무대 구조물 하중, 전기 안전, 비상구 확보 등 시설 중심이었다. 야외 군중을 통제하는 법적 근거는 없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경우 지자체에 관리 책임도 귀속되지도 않았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그 공백에서 발생했다. 2022년 10월 29일, 159명이 압사로 사망했다. 경찰과 소방은 현장에서 제각각 움직였고, 범부처 지휘 체계는 끝내 작동하지 않았다.

◆ 이태원 이후 만든 '다중운집인파' 안전관리
2023년 12월 20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다중운집인파사고'가 법정 사회재난으로 명시됐고, 주최자 없는 행사에도 지자체 안전관리 의무가 부과됐다. 시·도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권도 부여됐다. 재난안전상황실은 팀 단위에서 과 단위로 격상됐다. 제도는 갖춰졌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2026년 3월 21일 BTS 광화문 공연에는 최대 26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파 통제는 스타디움 관리와 구체적인 수치 기준으로 바뀌었다. 광화문광장 주변 31개 빌딩 출입을 통제하고, 1㎡당 인구 밀도에 따라 3단계 대응 기준을 적용했다. 밀도가 30% 미만이면 자연 유도, 30~50%이면 유입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며, 50%를 초과하면 게이트를 전면 통제하는 방식이다. AI CCTV와 통신 데이터 기반 실시간 밀집도 분석도 병행됐다. 오고 나가는 동선은 일방통행으로 완전히 분리했다.
투입 인력은 경찰 약 6700명을 포함한 총 1만 4700명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거리 응원 이후 야외 행사 기준 최대 집결 인파에 대응하는 규모다.

◆'BTS 컴백' 광화문서 '시험 이제 시작'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 서울 중구·종로구에 공연장 재난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상황관리본부를 설치했다. 김재현 문화미디어산업실장이 본부장을 맡아 21일 오전 7시부터 22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운영됐다. 문체부가 공연장 재난을 대상으로 위기경보를 발령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고 전에 국가가 경보를 발령하고 체계를 먼저 가동한 것이다.
BTS 광화문 공연을 위해 정부·서울시·경찰이 연계한 범국가적 안전망이 가동됐다. 이태원 참사 이후 만들어진 제도가 실제 현장에 처음 적용되는 사례다. 하지만 2024년 7월 성수동 에스팩토리 '보일러룸 서울 2024' 공연은 인파 과밀로 새벽에 강제 중단됐고, 관객 5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형 공연 밖에서 안전 공백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광화문에서 작동한 기준이 축제와 다른 공연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 광화문은 그 시험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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