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토카막에 집중하며 예산 99% 증액
비토카막 연구와 민간 생태계 강화 필요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지난달 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가 세계 최초로 민간 D-T(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에 성공했다. 플라즈마 온도 1억5000만 °C, 태양 중심보다 10배 뜨거운 조건이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기술 방식이다. 헬리온이 쓴 방법은 토카막이 아니었다.
역자기장 배위(FRC·Field-Reversed Configuration)라는 플라즈마가 스스로 자기장을 역전시켜 자신을 가두는 소형·고효율 방식이다. 한국 핵융합 연구 생태계에서는 사실상 공백인 영역이다.
정부는 올해 핵융합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년 대비 99% 증액한 1124억원으로 확정하고, 올해를 '한국형 혁신 핵융합 실증로 개발 원년'으로 선언했다. 전력 생산 시험 목표도 2050년대에서 2030년대 초반으로 당겼다. 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예산 증가가 경로의 다양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국은 물론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KSTAR),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참여,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개발 등 모든 사업에서 토카막(Tokamak)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토카막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초고온 플라즈마를 도넛 모양 자기장 공간에 가두는 장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헬리온(역자기장 배위), 커먼웰스 퓨전(고온초전도 토카막), 토카막 에너지(구형 토카막), 티에이이 테크놀로지스(역자기장 배위) 등 방식의 다양성 자체가 기술 가속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KSTAR가 쌓아온 역량은 세계가 인정한다. '얼마나 오래' 플라즈마를 유지하느냐의 문제에서 KSTAR는 최전선에 있다.
하지만 헬리온이 이번에 증명한 것은 '얼마나 소형화하고 빠르게 반복 개발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의 답이었다. 두 경로는 경쟁이 아니라 상호보완이다.
KSTAR의 성취가 오히려 다른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가로막는 '성공의 덫'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국내에서 FRC 기초 연구는 소규모 연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핵융합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통해 구형 토러스, 미러, 스텔러레이터, 역자기장 배위, 레이저등 비토카막 접근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맞다.
다만 속도와 규모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번 헬리온의 성과처럼 세계적 의미를 지닐 씨앗이 사각지대에 방치되면 싹도 트지 못한다.
구조적 문제는 민간 생태계의 부재에서도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국가 주도만으로는 상업성 있는 핵융합로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국가 주도만으로는 2100년이 되더라도 팔리는 핵융합로를 만들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헬리온은 10여년 동안 민간 자본 10억달러 이상을 유치하며 7세대에 걸친 반복 개발을 거듭했다. 한국은 그 사이클을 만들 생태계의 저변이 아직 얕다.
핵융합 스타트업에 대한 세액 감면, 기술 창업 지원, 인허가 규제 혁신, 전문 인력 양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산학연의 공통된 요구다.
핵융합 에너지의 사각지대는 연구의 사각지대에서 시작된다. 특정 지역이나 산업에서 에너지가 닿지 않는 문제를 해소하려면, 기술 개발의 다양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 토카막이 아닌 경로에서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단일 경로에만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위험이다.
올해 예산 증가가 KSTAR의 심화뿐 아니라 비토카막 기초 연구 지원과 민간 생태계 육성으로 분산·확장될 때, 비로소 '속도와 범위를 함께 넓히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실현될 수 있다. 오늘 소규모 모험적인 과제로 연명하는 연구가 내일의 헬리온이 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국가가 먼저 알아봐야 한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