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인공적 이해 비판, 예술적 균열 조명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강현선 작가의 개인전 'Second Nature'가 서울 강남구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개막해 3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5년 직접 경험한 북극 탐험을 바탕으로, 현대 문명이 재구성한 '인공적 자연'의 실체를 회화와 영상으로 날카롭게 파헤친다.
이번 전시의 사유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모험'이라는 개념이 놓여 있다. 작가는 퇴직 후 작은 요트를 타고 7년 동안 바다를 항해한 영국인 케이틀린 스미스와의 대화를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모험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그의 말은 결과와 성취 중심의 가치 체계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서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태도다.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 행위를 위해 안전한 경계 밖으로 나간다는 선택이 효율의 논리로는 비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현선에게 모험은 정복의 서사가 아니다. 역사적 탐험이 제국주의적 확장과 연결되었다면, 작가에게 모험은 타자를 지배하는 행위가 아니라 시야의 확장이며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과정이다. 전시는 이러한 모험을 둘러싼 양가적인 감정, 즉 미지에 대한 동경과 문명의 안전 사이의 긴장을 미학적 질문으로 전환한다.
작가는 2025년 북극 탐험에 참여하며 이 질문을 실제 경험 속에서 마주했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것은 자연의 숭고함보다 이를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구축된 정교한 시스템이었다. 쇄빙선 탑승을 위해 이수해야 했던 해상 생존 훈련과 화재 진압 교육 등은 극한 환경 속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문명의 장치들이다.
전시에 선보이는 회화 작업은 바로 이러한 훈련 장면들을 소재로 삼는다. 작가는 이 장면들을 비행기 좌석 앞에 놓인 '안전 매뉴얼'처럼 건조하고 정돈된 형식으로 묘사했다.

본래 혼란과 비극을 동반하는 재난 상황은 작가의 화면 속에서 질서와 통제의 체계 안으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화면 속 인물들은 영웅적 탐험가라기보다 시스템 속에 배치된 도식적 존재처럼 보인다. 이는 자연조차 관리 가능하다는 문명의 믿음이 얼마나 강력한 시각적 질서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선은 19세기 북극 탐험 중 실종된 존 프랭클린 선장의 서사로도 이어진다. 비극적 사건마저 관리 가능한 장면으로 재구성하는 차가운 시각 질서는 인간이 자연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의 인공성을 드러낸다. 작가에게 북극은 더 이상 실재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빙하와 오로라는 이미 미디어와 환경 담론 속에서 반복 소비되며 고도로 디자인된 이미지들의 중첩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영상 작업 〈아라온 로그〉는 이러한 감각을 가상의 내러티브로 확장한다. 가상 선원 '루시'의 시선을 통해 기록된 북극 항해는 자연이 감각적 경험의 대상에서 정보 체계 속 데이터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심해 생명체와 지층이 인류의 지식 체계 안으로 편입되며 고유한 존재성을 잃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이 탐험이 미지에 대한 경외인지 혹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문명적 강박인지 묻는다.
전시 제목 'Second Nature'는 인간이 이미지와 데이터, 문명 시스템을 통해 재구성한 '제2의 자연'을 의미한다. 강현선의 작업은 경험의 자연과 이미지의 자연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며, 우리가 자연이라 믿어온 세계가 얼마나 위태로운 가상 위에 서 있는지를 조용히 폭로한다.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wind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