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BOJ) 총재는 일본 경제가 이미 "매우 좋은 상태"에 있다며,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재정 정책도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규모 재정 지출 계획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로다 전 총재는 2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가 견조한 성장과 안정적인 임금 상승을 보이고 있는 만큼 BOJ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연 2회 정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는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 리플레이션 정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통화완화를 도입한 인물이다.
그는 "아베노믹스 도입 당시 일본은 디플레이션과 엔고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엔저를 겪고 있다. 일본은 재정과 통화 정책 모두 긴축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BOJ는 경제에 중립적인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며, 재정 정책도 긴축해야 한다"며 "지출 확대와 감세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아베노믹스의 핵심 설계자였던 구로다 전 총재와, 현재 아베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계승하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 사이의 정책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 "이제 충격 요법은 필요 없다"
BOJ는 초완화 정책에서 벗어나 2024년 이후 여러 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정책금리를 0.75%로 올리며 30년 만의 고금리 시대를 열었다.
반면 재정 정책은 확장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아베노믹스 지지자인 다카이치 총리는 물가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 8%를 2년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지출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구로다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국채 금리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혁신을 지원해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생활비 상승 부담을 보전하기 위한 지출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다카이치 총리의 압도적 총선 승리 이후 시장은 일본 정부가 재정·통화 완화 요구를 강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재정 악화 우려로 엔화와 국채가 급락하자 다카이치 총리는 완화 발언을 일부 자제한 바 있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가 BOJ의 추가 금리 인상에 유보적 입장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전해진 이후 엔화는 달러당 156엔 수준으로 약세를 보였다.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엔화 약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구로다 전 총재는 정책금리가 향후 경제가 견조하다면 1.5~1.75%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과거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사용했던 '충격 요법식 커뮤니케이션'은 지금 상황에서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정책 정상화를 조용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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