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본인의 형사책임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는 행위에 대해 형법상 증거인멸죄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또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경필)는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협력사지원팀 담당 임원이던 김모 씨와 당시 팀장이던 곽모 씨의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 혐의 사건에서 두 사람에 대한 유죄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검찰은 김씨가 2018년 7월부터 10월경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향후 형사절차를 염두에 두고,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사건 관련 자료를 없애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했고, 곽씨가 이에 따라 다른 직원들과 공모해 파일 삭제 등 증거인멸을 실행했다고 보고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증거 인멸 당시 현대중공업의 주된 관심사는 검찰 수사가 아닌 공정위 조사 대비로, 피고인들이 형사사건과 관련한 증거 인멸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했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들이 당시 공정위가 하도급법 위반 등 혐의로 현대중공업을 검찰에 고발해 향후 형사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증거를 없앴다며 유죄로 뒤집었다. 2심은 김씨에게 징역 1년, 곽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검찰 조사에서 '공정위 조사로 혐의가 인정될 경우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한 진술 등에 주목했다"며 이 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료를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인멸하며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충분히 규명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업무수행 과정에서 한 행위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또다른 임직원 A씨에게 "본인이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었던 지위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1심 무죄를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거나 위조할 때 성립하고, 자기 자신의 형사책임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
대법원은 "여기서 '자신의 형사 사건'에는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의 업무와 관련해 행위자로서 직접 처벌받을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김씨, 곽씨의 각 행위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는 등 양벌규정에 따라 자신도 행위자로서 직접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관련 사정들에 대한 충분한 심리 없이 피고인들의 각 행위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법리오해로 인한 심리 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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