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톤급 도산안창호·1800톤급 이범석함서 각각 임무 수행 중
제도 정착·조직문화 변화 표상… "함께 잠수하는 부부는 사명도 하나"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해군 창설 이래 처음으로 남녀 잠수함 승조원 부부가 탄생했다. 2023년 6월 우리 군 최초로 선발된 여군 잠수함 승조원 9명 가운데 한 명인 김경훈(진해기지 소속) 중사가 지난해 12월 잠수함 승조원 정찬석 중사와 결혼하면서다. 여군 잠수함 승조가 허용된 지 1년 반 만에 '함께 잠수하는 부부'가 나온 것은 제도 정착과 조직 문화 변화의 상징으로 풀이된다.

잠수함 부대는 한때 협소한 생활공간과 장기 잠항 임무 특성으로 '금녀(禁女)의 영역'이라 불려왔다. 그러나 해군은 병역자원 감소와 전투력 강화를 위해 2023년 장교 2명, 부사관 7명 등 총 9명의 여군 잠수함 승조원을 처음 선발했고, 이들은 잠수함 기본과정·현장교육·승조자격평가(SQS)를 통과해 3000톤급 잠수함에 배치됐다.
김 중사는 이 가운데 한 명으로, 현재 장보고-Ⅲ급(3000톤급) 도산안창호함 음탐(水中音探) 부사관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수중 소음을 분석해 잠수함의 상황 인식을 담당하는 '잠수함의 눈'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중사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잠수함이라는 환경이 제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편 정 중사는 장보고-Ⅱ급(1800톤급) 이범석함 행정부사관으로, 승조원 인사·생활 전반을 담당한다. 출항 시에는 타수(舵手) 임무도 함께 수행한다. 그는 "행정 업무로 동료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수중 전장을 지킨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서로의 근무 환경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부부 승조원의 강점으로 꼽는다. 잠수함의 특성상 교대 주기가 맞지 않으면 수개월간 떨어져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중사는 "임무의 무게는 결혼 전후가 같지만, 그 목적은 더욱 분명해졌다"며 "오늘 임무가 곧 가족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이 책임감을 키운다"고 말했다.

김 중사는 "결혼 전에는 존경하던 동료였지만 지금은 같은 사명을 가진 가족으로 여긴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배우자를 생각하면 늘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과거 수상함 근무 시절 무장 선임의 소개로 시작됐다. 잠수함 근무를 선택한 후에도 생활 패턴이 달라 신혼에도 한동안 떨어져 지냈다. 김 중사는 "오랜만에 만날수록 애틋함이 커지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함께하는 시간의 길이보다 '무엇을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잠수함 부부로서 지키는 원칙을 '침묵의 존중'이라 정의했다. 임무 후에는 서로의 피로와 고단함을 묻지 않고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정 중사는 "잠수함은 한 사람의 역할이 곧 전투력으로 이어지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해군 정복을 입고 촬영한 웨딩 사진이다. 김 중사는 "그날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자'고 함께 약속했다"고 했다.
해군 관계자는 "여군 승조원이 제도적으로 정착한 데 이어, 승조원 부부가 탄생한 것은 조직문화의 자연스러운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성별이 아니라 역량과 자질이 잠수함 전투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