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선발전 기적적인 합류···올림픽 8위로 '유종의 미'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싱글의 간판 이해인(고려대)이 마침내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서 값진 '톱10' 성적으로 긴 여정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이해인은 2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4.15점, 예술점수(PCS) 66.34점을 합한 140.49점을 기록했다.

앞서 18일 치러진 쇼트프로그램에서 70.07점으로 9위에 올랐던 그는, 두 프로그램 합계 210.56점을 작성하며 최종 순위를 8위로 끌어올렸다.
이해인의 선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만 13세였던 2018년 10월,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았다. 2019년에는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ISU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 피겨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올림픽과의 인연은 쉽게 닿지 않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를 기록해 한국에 2장의 출전권을 안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작 국내 선발전에서는 3위에 그쳐 올림픽행이 좌절됐다.

좌절 이후 그는 더 단단해졌다.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김연아 이후 10년 만에 해당 대회 시상대에 오른 한국 여자 선수가 됐다. 같은 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2009년 김연아 이후 14년 만에 한국 여자 싱글 우승이라는 기록을 썼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2024년 5월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진행된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중 숙소에서 음주 사실이 적발됐고,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확인되며 3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해인은 법적 대응에 나섰고, 2024년 11월 법원으로부터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징계를 취소하면서 그는 다시 빙판 위에 설 수 있게 됐다.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 다시 훈련에 매진한 끝에 올림픽 선발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복귀 이후 치른 202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9위를 기록하며 한국에 이번 대회 출전권 2장을 안겼다. 이어 열린 올림픽 국내 선발전에서는 쇼트프로그램 3위로 밀리며 탈락 위기에 놓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채연(경기도빙상경기연맹)을 제치고 최종 2위에 오르며 극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첫 올림픽. 이해인은 8위라는 성적으로 자신의 도전을 의미 있게 마무리했다. 연기를 마친 뒤 그는 "쇼트프로그램보다 더 많이 떨렸지만 끝까지 차분하게 해낸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라며 "첫 올림픽을 무사히 마쳐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두 프로그램 모두 시즌 최고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목표를 이뤘다"라며 "완벽하거나 굉장한 연기는 아니었지만, 보완하고 싶었던 부분을 보여준 것 같아 만족스럽다"라고 덧붙였다.

긴장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워낙 좋은 경기를 보여줘 많이 떨렸다. 첫 올림픽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연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선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나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마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이는 어머니였다. 이해인은 "엄마가 경기장에 와 계신데, 오늘 경기를 보고 많이 기뻐하셨으면 좋겠다"라며 "대회가 끝났으니 엄마와 함께 젤라또를 먹으러 가고 싶다"라고 수줍게 웃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