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딛고 전열 가다듬은 역습…수주 시장 판도 뒤집어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SK온이 정부 주도의 1조원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2차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거머쥐며 압도적인 승기를 잡았다. 지난해 1차 입찰 당시 단 한 건의 수주도 올리지 못했던 부진을 딛고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1위를 꿰차며 화려한 부활을 알린 것이다. 핵심 소재 국산화와 국내 생산 거점 마련을 앞세워 '국내 산업 기여도'를 강조한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 SK온은 전체 낙찰 물량 565MW 중 284MW를 확보했다. 이는 전체의 50.3%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7월 1차 입찰에서 삼성SDI(76%)와 LG에너지솔루션(24%)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SK온은 이번 수주로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었다.

◆LFP 국산화·안전성 강화 전략 적중…비가격 평가서 '우위'
SK온의 이 같은 반전은 정부의 평가 방식 변화를 정교하게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2차 입찰은 가격과 비가격 요소의 배점이 기존 '60대 40'에서 '50대 50'으로 조정되면서 화재 안전성과 국내 산업 생태계 기여도가 당락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
SK온은 충남 서산공장에 연산 3GWh 규모의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4대 핵심 소재를 국내 기업으로부터 조달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LFP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산화 비중을 극대화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차별화에 성공했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을 적용해 화재 징후를 최소 30분 전에 감지하는 진단 기술을 탑재하는 등 고도화된 안전 솔루션을 제안했다. 지난해 삼성SDI가 국내 생산을 무기로 1차 시장을 장악했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SK온도 철저하게 공급망과 안전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온의 조직 개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 ESS 조직을 전면 개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ESS사업실과 솔루션&딜리버리실에 더해 사업 기획과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ESS운영실', 실제 매출과 수주를 책임지는 'ESS세일즈실'을 신설해 4개 실 체제로 전문성을 세분화했다.
단순히 조직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라 내부 에이스급 인력을 ESS 조직으로 대거 전진 배치하며 실행력을 높였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난 1차 입찰 실패 후 ESS 팀을 별도로 꾸려 정부의 평가 지표를 면밀히 분석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한 것이 이번 반전의 밑거름이 됐다"며 "전기차 배터리 단일 축에서 ESS 병행 체제로의 사업 우선순위 변화가 수주 결과로 증명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삼성SDI·LG엔솔 'LFP 대세' 속 수성전…차기 입찰 경쟁 예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물량을 사수했다. 1차 시장의 강자였던 삼성SDI는 이번 입찰에서 총 202MW(35.7%)를 따내며 2위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기존처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앞세워 전남 진도와 화원, 제주 등 3개 사업지를 확보하며 체면을 지켰다. 1·2차 누적 기준으로 과반 이상의 수주 실적을 유지하며 견고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2차 입찰에서 전남 해남 지역 1개 사업권을 따내며 79MW(14.0%)의 물량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비록 1차 입찰 점유율(24%) 대비 수치는 하락했지만, 향후 LFP 중심의 시장 재편에 대비해 국내 생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 등에 ESS 전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공급망 국산화 비중을 높여 가격 경쟁력과 비가격 평가 점수를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이번 입찰로 전남 6개 지역과 제주 1개 지역 등 총 7개 변전소에 ESS 설비가 들어서게 된다. 선정된 사업자들은 오는 25일 최종 물량을 확정하고 내년 12월까지 설비 구축을 완료해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 3차 입찰을 추가로 진행해 재생에너지 확충에 따른 전력 계통 안정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SK온 관계자는 "국내 ESS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ESS 배터리의 핵심 소재 국산화 및 국내 생산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차기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