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내란 혐의 재판이 전국에 중계되는 상황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의 안이한 진행과 피고인에게 과도한 발언권을 허용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은 이른바 '법정 필리버스터' 논란 속에 한 차례 연기됐다. 결심 공판은 통상 증거조사에 이어, 검찰의 최종 의견 진술과 구형, 변호인 측 최후 변론, 피고인의 최후 진술까지 진행되는 절차다. 그러나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피고인 측 증거조사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하면서 재판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 늘어졌다.
오전 9시 21분에 시작한 재판은 자정을 넘겨서야 끝났지만, 그때까지도 증거조사가 모두 마무리되지 못했다. 나흘 뒤인 13일 열린 '2차 결심'에서도 증거조사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만 11시간 12분이 소요됐다. 이어 검찰의 사형 구형과 윤 전 대통령의 최후 진술까지 포함한 이날 재판은 총 16시간 55분 동안 진행됐다. 1차 결심 공판까지 합산하면 약 32시간에 걸쳐 결심 절차가 이어진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피고인 측에 지나치게 넓은 발언권을 부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시간 재판이 예상되거나 일정이 과도하게 지연될 경우, 재판장은 검사와 변호인, 피고인의 발언을 적절히 제한하며 시간과 절차를 조율한다. 법정 질서 유지와 심리 진행의 전권은 재판장에게 있는 만큼, 재판장의 제지에 따르지 않고 발언을 이어가거나 소란을 일으킬 경우 감치 등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12월 4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이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가 방청석에서 발언한 이하상 변호사와 권우현 변호사에 대해 감치 결정을 내린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의 장시간 발언에 적극적인 제지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재판부 스스로 '침대 변론'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전국 법정의 수많은 피고인들이 윤 전 대통령 재판을 근거로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발언권을 주장할 수 있다"며 "방어권이라는 명분만 내세우면 이를 제어할 논리적·도덕적 명분이 부족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어권 보장과 심리 진행의 효율성 사이에서 재판부가 균형을 잃었다는 취지다.

또 영상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노출된 재판부의 언행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중심에 선 인물은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결심 공판에서 특검팀과 변호인단 사이에 신경전이 오가자 "프로는 징징대지 않는다"는 표현을 사용한 장면이 중계 화면에 담겼다. 국가적 중대 사건을 심리하는 법관의 발언으로는 품위와 무게감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지 부장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법정 경위님들 맛있는 거 한 번 쏘든지 해야겠다", "법정이 춥다"는 식의 사건과 무관한 농담성 멘트를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들이 사법부의 권위와 재판의 진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판사도 사람인 만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여론도 있지만, 법조계 내부에서는 중계 화면을 통해 곧바로 퍼져나가는 재판부의 말과 행동이 재판 절차 자체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더욱 크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한 듯, 지난 2일 대법원 새해 시무식에서 재판 중계 시대의 책임 있는 언행을 거듭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진행 과정에 대한 중계방송까지 도입돼 지금처럼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국민들의 모든 눈과 귀가 집중됐던 적은 드물다"며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은 작은 언행 하나에도 유의해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거나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란 혐의라는 헌정사적 중대 사건의 심리가 영상으로 그대로 공개되는 만큼, 재판부의 재량과 책임 있는 태도, 그리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사이의 균형을 두고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righ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