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는 업비트·빗썸 점유율·보안 공방에 감정적 갈등
전문가들 "규제 산업 특수성 작동, 규제·검사·제재 투명화해야"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차남의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논란의 배경에는 국내 1·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사이의 점유율 경쟁, 규제 리스크를 둘러싼 치킨게임 수준의 갈등 구도가 깔려 있어 주목된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24년 11월 경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측과 만나 차남 취업을 청탁했고, 이후 두 달 안에 차남이 빗썸 인턴 형태로 근무를 시작했으며, 이 시기 전후로 김 전 원내대표가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빗썸의 경쟁사인 업비트를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 질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단순히 개인 비리 논란을 넘어 규제 산업인 가상자산거래소의 점유율을 둘러싼 치킨게임식 양상이 정치권과 유착 의혹으로 이어지면서 공정한 규제 환경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는 비판이다.
빗썸 측은 김 전 원내대표의 국회 질의와 자사 사이의 연계 의혹을 부인하며, 업계 독과점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이슈라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아들 건에 대해서는 이미 퇴사했고, 직원의 입퇴사에 대한 사안은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양사의 감정적 갈등은 더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비트와 빗썸의 갈등은 10년에 가까운 시장점유율 경쟁, 수수료 정책, 보안 등을 둘러싼 경쟁 속에서 쌓인 것이다. 2010년대 말까지는 빗썸이 사실상 1위였지만, 2020년 전후로 업비트가 UI·수수료·케이뱅크 제휴 등을 앞세워 거래대금의 70~80%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업비트는 규제 환경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며 점유율을 늘렸고, 따라가는 빗썸과 자극적인 여론전 등을 주고 받았다. 최근에는 빗썸이 공격적인 상장과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40% 안팎까지 올리며, 업비트와의 격차를 크게 좁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양측의 갈등이 격화됐던 사례도 적지 않다. 빗썸이 자사에 먼저 상장된 코인을 업비트가 뒤늦게 상장할 때를 전후해 해당 코인의 출근 한도를 급격히 낮추거나 사실상 수수료를 올린 사례가 보도됐고, 최근 업비트가 400억원 때 해킹 피해를 받은 문제와 빗썸이 코인 이상 입출금, 수수료 오류 등의 이슈가 부각되면서 보안, 운영 능력을 두고 누가 더 안전한가를 놓고 상대방을 빗대 공격을 주고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두 거래소는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한 산업군에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이를 투명한 룰 하에서 하도록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규제 기준과 검사·제재 절차를 보다 투명하고 일관되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원은석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은 "대관 등을 통해 기업이 자사에게 유리한 상황을 형성하려는 노력은 어느 산업군이나 있는 것이지만, 가상자산업계는 아직 안정되지 않아 세련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라며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등 시간이 좀 더 흘러 산업이 성숙해지면 이 같은 경쟁의 양상도 좀 더 세련되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강한 규제 환경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강한 규제 환경이 원인이지만, 업비트나 빗썸은 오히려 강력한 규제의 편익을 보고 있기도 하다. 싱가포르 등은 금융기관이 가상자산을 다룰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를 금지해왔다"라며 "규제는 일관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규제가 문제를 만드는 것 같다. 금융기관이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제한된 시장규모로 인해 발생하는 경쟁 심화 현상은 아니다. 빗썸이 업비트에 뒤졌다고 기업의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업체간 경쟁은 어느 업권이나 있는 것이긴 하지만, 타사에 대한 공격보다 자사 서비스를 통한 경쟁을 통해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결국 업계 1위를 놓고 벌이는 갈등이 조금씩 선을 넘으면서 쌓인 것인데 10년 가까운 기간동안 쌓여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라며 "다만 금년 예상되는 가상자산 기본법으로 인한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 사건은 결국,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무리한 점유율 경쟁과 그로 인한 갈등의 악화가 정치권과 뒤섞일 때 어떤 파장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됐다. 이 사건이 일회성 정치 스캔들에 그칠지, 아니면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손보는 계기가 될지는 향후 국회와 규제당국의 대응에 주목된다.
dedanh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