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재개되며 오랜 표류 국면에서 벗어났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사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완주 능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2일 제17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DDX 사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행업체를 지명경쟁 방식으로 선정하기로 의결했다.
방사청은 내년 1분기 중 사업을 상정해 제안요청서(RFP) 발급과 입찰공고, 제안서 평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내년 연말까지 최종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KDDX는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2030년대 초·중반까지 건조하는 사업으로, 국산 다기능 레이더와 미사일, 통합전투체계, 통신체계를 탑재해 한반도 주변 해상교통로 방어와 원양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총사업비는 약 7조800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당초 2023년 기본설계를 마친 뒤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었지만, 이후 약 2년간 사업은 사실상 멈춰 섰다. 기본설계 이후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경쟁이 격화되며 법적 분쟁 가능성, 절차 논란, 여론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력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자 방사청은 공개경쟁, 공동설계, 수의계약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한 끝에 경쟁 자체는 유지하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지명경쟁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제 경쟁의 기준은 한층 선명해졌다. 누가 더 공격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일정·분쟁·리스크를 관리하며 사업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가다. 이 기준에서 두 기업의 장점과 약점은 뚜렷하게 대비된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편입 이후 재무 안정성을 회복했고, 방산·에너지·우주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해양방산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수상함과 잠수함, 전투체계 통합 역량을 동시에 갖춘 구조는 대형 함정 사업에서 이론적으로 강점으로 평가된다. KDDX 역시 그룹 차원의 방산 역량을 결집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KDDX 자체가 장기 지연 국면에 빠진 데다, 해외 해양방산 사업에서는 성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최근 호위함 사업 등에서 최종 수주에 이르지 못한 사례가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여기에 최근 사법 리스크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발한 잠수함 설계 도면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방산업체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해당 도면을 영업비밀이자 보안 대상이라고 판단하며 거액의 벌금과 추징을 명령했다.
한화오션이 직접 연루된 사안은 아니지만, 대우조선해양 시절 축적된 핵심 기술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오른 점은 해양방산 사업 전반의 관리·통제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비교적 조용하지만 안정적인 이행 실적을 축적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루 잠수함 개발 사업은 단순 수출을 넘어 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되며 현지와의 장기 협력 모델을 구축했고, 필리핀 호위함 사업 역시 계약부터 건조, 납기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행됐다.
물론 HD현대중공업 역시 리스크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KDDX 관련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보안·준법 문제가 한동안 논란이 됐고, 이는 지명경쟁 국면에서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법적으로 입찰 참가 제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국가 핵심 전력 사업에서 보안 이슈는 언제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지명경쟁에 오른 두 기업은 서로 다른 강점과 약점을 안고 있다. 한화오션은 확장성과 그룹 시너지를, HD현대중공업은 검증된 이행 경험을 앞세운다. 동시에 한화오션은 완주 사례 부족과 관리 리스크를, HD현대중공업은 보안 이슈라는 부담을 안고 경쟁에 나서게 됐다.
업계에서도 양사의 장단을 '완주 능력' 관점에서 엇갈리게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은 보안 감점 이슈가 있어 지명경쟁입찰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수상함 분야 연구개발 경력과 해외 수출 경험이 풍부한 상황"이라며 "한화오션은 수상함 분야 연구개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있고, 최근 잠수함 기술 유출 관련 논란까지 더해질 경우 보안 감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