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앞둔 신입사원 '날벼락' 내부 직원들은 '동요'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SR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SR노동조합은 정부가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좌석 1만6000석 증가'와 '중복비용 406억원 해소'가 모두 근거 없는 수치라며 "단순 산술에 기반한 졸속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SR 임직원들의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입사를 앞둔 신입 직원들은 고용 안정성과 향후 역할 변화에 대한 우려를 안은 채 입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직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부 동요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단순 지표…입증 못해"
12일 업계에 따르면 SR 조직의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한채 고속철도 통합이 추진되면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내년 말 통합 마무리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고속철도 운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SR 조직 내부에서는 명분의 실체를 검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최근 열린 1~3차 간담회에서도 구체적 산출 근거를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SR노조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1만6000석 좌석 증가'는 KTX-1 차량 일부를 수서역에 추가 배치할 경우 발생하는 수서역 수용량 증가(2만4000석)에서 서울역 감소분(8000석)을 단순 차감한 수치에 불과하다. 406억원 규모의 중복비용 절감에 대해서도 SR 인건비를 포함한 왜곡된 계산이라는 주장이다. 통합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약속해 해고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건비를 중복비용으로 산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상수 SR노조위원장은 "국민들은 숫자만 보면 좌석이 크게 늘어나는 줄 알지만 사실은 단순 계산"이라며 "좌석 증가와 중복비용 해소로 통합의 명분을 쌓았는데 허구라면 안된다. (하지만) 입증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3차까지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통합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 제시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근거 제시 없이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명목하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추가적인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 입사 앞둔 신입사원 '날벼락' 내부 직원들은 '동요'
문제는 통합 발표 이후 SR 내부 직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입사를 앞두고 있는 신입사원들은 조직의 존석 여부와 향후 역할 축소 가능성이 있어 불안감을 안은 채 출근을 해야한다.
김 노조위원장은 "지금처럼 서둘러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통합이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커지고 있다"며 "명확한 설명 없이 진행되는 절차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통합 추진 배경에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면서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통합 추진이 대통령 공약 이행과 내년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리면서 '성과 만들기' 차원의 결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 역시 "대선 공약이라는 말만 반복될 뿐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며 "정책적 판단보다 정치 일정이 앞선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통합 추진 과정 전반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고속철도 운영체계가 바뀌는 만큼 노선 조정, 인력 배치, 조직 통합 절차 등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SR 내부 혼선이 지속되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내년 말 통합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명분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밀어붙일 경우 통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가 SR 지분 5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인 만큼 정책 추진 의지가 강할 경우 조직 차원에서 대응 여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김 노조위원장은 "향후 진행되는 간담회에서 근거 자료 제시를 계속 요구할것이고 이것에 대한 답을 줘야한다"면서 "통합을 하겠다고 이미 발표해놓은 상황이라 이를 되돌릴 순 없을 것 같지만, 명분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후폭풍은 감내해야될 것"이라며 말했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