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참모는 "처음 듣는다"
일본처럼 리본이라도 달아야 하나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에 억류 중인 6명의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한 건 충격적이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 안전을 최우선한다고 내세워 온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그렇다.
지난 3일 외신회견에서 한 기자는 북한에 장기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의 숫자와 구체적인 연도, 북측이 억지로 부과한 노동교화형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관련 질의를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한국 국민들이 잡혀 있다는 게 맞아요?"라며 안보실장을 찾는 안쓰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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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당시 대화를 복기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대통령=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안보실장님, 설명 좀 해 주세요. 한국 국민이 잡혀 있다는 게 맞아요? 어떤 경위로 되어 있는지, 언제 어떤 경위로.
위성락 안보실장=들어가서 그냥 못 나오는 경우거나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다른 경위로 붙들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점은 파악을 해 봐야 되겠습니다.
이 대통령=그러니까 시기를, 언제 잡혀있다는 것인지 아는 정보가 없어서...
기자=조선중앙통신에서 이미 언론 보도가 나왔었습니다. 2014년, 15년에 북한에 잡힌 4명은 스파이 혐의로 잡히게 되었고요. 2명은 2016년, 17년경에 탈북자 출신인데 중국에서 강제 북송이 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중략)대통령님께서 이에 대해서 잘 모르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어떤 노력을 하실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 대통령=아주 오래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개별적 정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상황을 알아보고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국민이 장기 억류 중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대통령과 안보참모다. 만기친람이 어려워 대통령이 꼼꼼히 챙기는 게 어렵다 해도 적어도 개략적인 사실 관계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게 맞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꿰고 있어야 할 참모도 제대로 된 답을 못하고 얼버무리는 대목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아주 오래전 일'로 국민 억류사태를 치부해버린 대목도 부적절해 보인다.
억류 국민 가운데 대북 인도지원 사업 등을 펼쳤던 김정욱 선교사와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
안타까운 희생을 초래한 세월호 참사(2014년 4월)와 시기가 겹친다.
만일 누군가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앞에서 참사를 '오래전 일'로 치부해 버리는 식으로 언동한다면 비난 받을 가능성이 크다.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어느 국민은 각별히 기억되고, 어느 국민은 쉽게 잊혀져야 하는 건 아니다. 더욱이 북한에 억류 중인 6명의 국민은 지옥 같은 나날을 힘겹게 버티며 '대한민국' 정부가 구원의 손길을 뻗쳐주길 갈망하고 있을 것이란 점에서 대북 문제에서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할 사안이다.
납북자 가족 단체가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낸 것도 대통령과 정부의 무관심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북한에 억류되었던 미국 국민들과 일본 국민들이 송환되는 것을 보면서도 왜 우리 국민은 단 한 사람도 데려오지 못했는지 납북억류 피해 가족들은 엄중하게 질문한다"며 "능력이 없는 것입니까, 아니면 의지가 없는 것입니까"라고 대통령과 정부를 질타하고 있다.
13살 나이에 북한 공작원에 납치된 여중생 요코다 메구미를 비롯한 납치 피해자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일본의 경우 총리와 모든 공직자들이 파란색 리본을 단다. 납치 문제를 기억하고 이들의 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국민이 북한에 억류 중인 사실조차 가물가물하고 누군가 일깨워주려 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면 우리 대통령과 참모들도 리본이든 배지든 가슴팍에 달아보길 권한다.
yj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