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다이제스트 "베스페이지에서 벌어진 일들은 골프가 아니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올해 라이더컵에서 미국은 실력뿐만 아니라 매너에서도 완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팬들은 대회 기간인 사흘 내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 선수들을 향해 선 넘는 야유와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최대 표적이 된 매킬로이가 샷을 하려고 할 때면 일제히 숫자를 세거나 고성을 지르며 방해했다. 매킬로이는 한 관중이 "자유(Freedom)"를 외치자,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과격한 표현을 곁들여 "닥쳐"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팬들의 공격은 예상했지만, 샷을 할 때마다 방해받는 건 견디기 힘들다. 샷 중간에는 어떤 말을 해도 괜찮지만 샷을 할 때만큼은 우리를 존중해줬으면 한다. 최소한 미국 선수들과 같은 기회는 줘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더 심각한 장면도 나왔다. 매킬로이의 아내 에리카가 경기 중 미국 팬으로부터 맥주가 든 컵을 맞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관중석에서는 지난해 매킬로이의 이혼 소송 해프닝을 빗댄 조롱이 쏟아졌다. 에리카는 눈물을 쏟으며 남편 매킬로이의 위로를 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같은 조로 뛴 셰인 라우리는 "에리카는 엄청난 욕설을 들으면서도 남편과 팀을 끝까지 응원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대회 운영을 맡은 미국프로골프협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1번 홀 장내 아나운서인 배우 겸 코미디언 헤더 맥마한이 F로 시작하는 욕을 노래로 만들어 매킬로이를 향해 부르는 것을 선창한 것이다. 이는 장내 방송을 통해 울려퍼졌고, 미리 녹음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맥마한은 최종일 경기에는 아나운서로 나서지 않았고 매킬로이에게도 사과했다.
그럼에도 매킬로이는 28일(한국시간) 둘째 날까지 3승 1무를 거두며 유럽의 원정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반면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첫 이틀 동안 4전 전패라는 굴욕을 안았다. 세계랭킹이 도입된 1986년 이후 라이더컵에서 첫 날부터 3연패 이상 부진한 최초의 선수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셰플러는 마지막 날인 29일 매킬로이와 맞대결에서 가까스로 체면을 세웠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결국 이번 라이더컵은 실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승부욕을 넘어선 비매너 행위가 미국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매킬로이는 우승 인터뷰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아내는 품위와 위엄을 잃지 않았다. 오늘 밤은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눌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골프위크는 "미국 팬들의 욕설을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썼다. 골프다이제스트는 "베스페이지에서 벌어진 일들은 골프가 아니다"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