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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공화국]② SKT·KT·롯데카드…4월 이후 매달 터진 해킹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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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해킹 공통분모는 '기본 통제 부실'·'늑장 대응'
대기업도 뚫린 국내 보안 체계...반복 침해 부른 구조적 허점
'사후 약방문' 대응 한계...'제로트러스트·공동 방어'부터 '거버넌스 재정립' 필요 

올해 대한민국 사회와 국가 인프라는 '해킹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신·금융·공공기관을 가리지 않고 연쇄적으로 터지는 해킹 사고는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사회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피해는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의 경쟁력,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더 나아가 국가 안보의 근간까지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대응은 여전히 땜질식에 머물고 있고,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뉴스핌은 <해킹공화국> 기획을 통해 해킹 실태와 구조적 원인을 짚어보고, 제도적·정책적 대안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올해 4월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예스24, KT, 롯데카드까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형 해킹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수천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부터 접속 차단에 따른 업무 마비, 수억 원대의 금융 범죄 사기 피해까지 다층적이다. 정부와 기업은 뒤늦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건이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킹공화국] 글싣는 순서

1. "보안 없는 AI 강국은 사상누각"…기업을 넘어 국가 안보 위기
2. SKT·KT·롯데카드…4월 이후 매달 해킹 사고
3. 창과 방패의 끝없는 전쟁…北·中 등 해킹에 韓 사이버 안보 '구멍'
4. 사모펀드 MBK식 경영 '도마 위'에…제2롯데카드 사태 우려
5. 보안 선진국들은 해킹에 어떻게 대처하나
6. 정보보호 투자 확대·개별통지 의무화…예방책 입법 과제
7. 해킹 피해 8할이 中企…"정부 지원만이 살길" 이구동성

24일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경찰청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집계한 연도별 사이버 범죄 발생 현황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약 17만 8000건이었던 사이버 범죄 발생 건수는 2023년 약 23만 8000건으로 33.71%나 증가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사이버 위협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해킹 등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2023년 1277건에서 2024년 1887건으로 1년 새 48% 늘었다. 올해는 SK텔레콤, 예스24, KT, 롯데카드 등 대형 해킹 사고가 잇따르면서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정부도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 국가안보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합동 대응체계를 가동해 해킹·랜섬웨어 사고에 대한 현행 보안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기업이 해킹 사실을 숨기거나 신고를 지연할 경우 과태료·과징금 등 처벌을 강화하고, 해킹 정황이 확인되면 신고와 무관하게 정부가 직권 조사할 수 있도록 조사 권한 확대도 검토 중이다.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에는 징벌적 과징금 등 강력한 행정조치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해킹 피해 최소화를 위한 근본적인 종합 대책을 마련하라"며 "주요 통신사와 금융기관에 대한 해킹으로 국민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지만, 갈수록 진화하는 해킹 범죄에 맞서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보안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통신사부터 전자상거래, 금융사까지…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해킹 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민관합동조사단 최종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 18일 SK텔레콤 음성통화 인증 서버 3대가 해킹됐다. 공격자는 2021년부터 관리망 서버에 악성코드를 심어 장기간 거점을 확보했고, 올해 4월 본격적으로 유심(USIM) 관련 정보를 외부로 반출했다. 조사 결과 유출 데이터는 9.82GB, 국제 모바일 가입자 식별 번호(IMSI) 기준 2696만 건, 전화번호·가입자 식별번호 등 총 25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서버 4만 2605대 중 28대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는데, BPFDoor 27종, TinyShell 3종, 웹쉘 1종, CrossC2 1종, Sliver 1종 등 총 33종에 달했다.

SK텔레콤은 전 고객 대상 유심 무상 교체, 보호 패키지 제공, 대규모 보안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사과했지만, 수년간 지속된 침투를 탐지하지 못한 사실과 사후 대책만 내놓은 점에서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개인정보보위원회는 SK텔레콤에 해킹으로 270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고에 대해 1348억 원의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했다.

사진은 지난 8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규모 고객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했다. [사진=뉴스핌 DB]

예스24는 지난 6월 9일 새벽, 내부 서버 권한 탈취를 통한 전사적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웹·앱·전자책·티켓 등 주요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으며, 공격자는 핵심 시스템을 암호화하며 서비스 운영을 마비시켰다. 예스24는 초기 공지에서 '시스템 점검'이라고만 밝혀 고객 혼란을 키웠다. 아울러 이틀 뒤에야 해킹 피해 사실을 인정해 '늑장 대응' 비판을 자초했다. 이후 서비스는 순차적으로 복구됐으나 예스24가 취약점을 보완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8월 11일 또다시 해킹 공격이 발생하면서 수백만 명의 이용자가 전자책 구매와 공연 티켓 예매 등을 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KT에서는 지난 7월 가입자들 사이에서 유령 기지국을 통한 소액결제 피해가 속출했다. 공격자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설치해 단말기를 속이고 가입자 식별정보를 탈취해 인증 절차를 우회, 소액결제를 유발했다. 9월 들어 피해는 폭증했고, 피해 금액은 2억 4000만 원까지 불어났다. KT는 가입자 식별 번호 등 5561명 규모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사고 대응 과정에서 서버 침해 정황을 인지한 후 사흘이 지나서야 KISA에 신고했고, 의심 서버를 폐기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허위 보고'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는 KT를 대상으로 직권 조사에 착수했으며, 과징금과 기관 제재 등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사진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통신·금융 대규모 해킹사고에 대한 청문회 현장. 김영섭 KT 대표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롯데카드에서는 지난 8월 14일부터 15일 사이 온라인 결제 서버에서 대규모 해킹이 발생했다. 롯데카드는 초기에 1.7GB 유출로 보고됐지만, 금융당국 정밀 조사 결과 실제 피해는 200GB, 회원 297만 명 규모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28만 명은 카드번호·유효기간·보안코드(CVC) 등 결제 핵심 정보와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까지 유출돼 부정사용 위험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롯데카드는 사고 초기 피해를 축소 보고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뒤늦게 대국민 사과와 함께 피해 고객 전원 보상, 카드 재발급, 향후 5년간 1100억 원 규모의 보안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모펀드식 경영 구조 아래 보안 인력 축소와 투자 부족이 이어져 왔다는 내부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축소 보고와 보안 관리 부실을 문제 삼아 과징금 부과와 기관 제재 등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 반복되는 해킹 피해, 원인은 '기본 통제 부실·늑장 대응'…반복 막을 해법은?

전문가들은 해킹 사고가 잇따른 근본 배경으로 기본 보안 통제의 부재, 탐지·보고 지연, 외주·레거시 의존, 공격 수법의 고도화를 꼽는다. 계정 정보를 평문으로 저장하거나 암호화·접속 통제를 소홀히 하는 등 기초적 관리 실패가 반복되고 있고, 장기간 잠복하는 지능형 지속 위협(APT)과 각종 자동화·서비스형 공격(RaaS), 유령 기지국처럼 물리 인프라를 악용하는 수법이 결합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SK텔레콤과 KT는 향후 5년간 각각 7000억 원, 1조 원을 투자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고, 보안 인력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은 '정보보호 혁신안'을 실행, 최고경영자(CEO) 직속 최고 정보보안책임자(CISO) 조직 신설 및 보안 전문 인력 확보, 레드팀 운영, 제로트러스트 기반 체계 도입 등을 내세웠다. KT의 경우,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보안 체계 구축을 목표로 전략AI 기반 모니터링 강화, 글로벌 협업 확대, 제로트러스트 체계 보강, 보안 전문인력 확충 등의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보안 업계에서는 투자 확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 보안 통제 강화와 신속한 탐지·보고 체계 확립, 레거시 시스템 개선 및 외주 관리 강화, 고도화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제로트러스트 아키텍처 도입과 공급망 공동 방어 체계 구축 등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국내 보안 업체 한 관계자는 "보안 사고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점은 빠른 대응인데, 이를 위해 전사적 컨트롤타워와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가 필수적"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은 CISO를 중심으로 운용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경영진이 함께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상시 대응 계획과 모의훈련 역시 중요하다. 탐지와 식별, 분석과 영향 평가, 격리와 피해 확산 방지, 복구와 정상화, 사후 분석과 재발 방지 단계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정기적 훈련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나아가 AI를 활용한 공격이나 이메일 스푸핑 기반 APT 등 위협은 고도화하고 있고, 모든 사이버 위협에 완벽히 대응하기는 어렵다. 결국 임직원 개개인의 보안 인식 강화가 가장 현실적인 방어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안 업계 관계자는 "제로트러스트 체계, 데이터 암호화·백업, 취약점 분석, 태세 관리 확대 등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최근 공급망의 약한 고리를 겨냥한 공격이 늘고 있어, 벤더·클라우드·MSP 등 공급망 전반이 함께 취약점을 점검하고 위협 정보를 공유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 정부, 통신·금융 전면 점검과 CEO 책임 강화...보안 사고 대응 통합 지휘 체계 요구도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KT 고객을 대상으로 발생한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민·관 합동 조사단을 구성하고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불법 기지국의 망 접속 경위와 무단 결제 성립 과정, 개인정보 탈취 여부 등을 규명하는 한편, 통신 3사의 망 관리 실태를 전면 점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전날에는 서울 IT벤처타워에서 주요 기업의 CISO들과 긴급 보안점검회의를 열고, 기업의 정보보호를 CEO의 책임으로 명확히 하고 관련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 통신 3사와 금융권의 망·보안 점검을 실시하고, 불법 기지국 차단과 이상 트래픽 정보 공유 체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잇다른 해킹 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통신사를 겨냥한 침해 사고가 증가하는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통신 3사의 망 관리 실태에 대한 전면 보안 점검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근본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보안 거버넌스 체계가 현재의 사후 대응 중심이 아닌, 새로운 방향의 보안 거버넌스 체계로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민관 협력 기반의 보안 체계를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별도의 독립기구 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최근 발생하는 기업의 보안 이슈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거버넌스 자체가 바뀔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기업의 경영진들은 보안에 대한 투자를 일종의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에서 보안 관련 업무를 별도의 '사이버 보안청(가칭)'으로 독립해 구성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처럼 별도의 개인정보의 보호와 관련된 조직이 구성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과기정통부의 역할은 기술 육성이지 규제가 아니다"라며 "최근의 해킹은 기업이 아닌 국가를 타깃으로 한 조직적인 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홀로 막기는 어렵다. 사이버 보안청과 같은 별도 조직이 사전 예방과 사후 복구에 전념하면서 기업들이 일정 부분 자율적으로 보안 관련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 구재형 KT 네트워크부문 네트워크기술본부장이 무단 소액결제 피해 관련 대응 현황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곽진 아주대학교 혁신융합원장(사이버보안학과 교수)도 "현행 신고 체계는 침해사고는 과기정통부·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각각 가는 구조"라며 "이로 인해 조사 지연·엇박자가 발생할 수 있다. 신고 체계 일원화, 조사 주체 조정 같은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거론됐다"며 "관련 부처들 간 업무 조정 등을 충분히 논의하고 면밀하게 검토한 뒤 만드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권한이나 역할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용어설명

USIM (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 휴대폰 단말기에 꽂는 가입자 식별용 칩. 전화번호·인증키 저장해서 네트워크 접속·인증에 활용됨.

IMSI (International Mobile Subscriber Identity) :국제 이동통신 가입자 식별번호임. USIM에 들어 있고 전 세계 통신망에서 가입자 구분할 때 사용됨.

BPFDoor :리눅스 시스템 장악하는 고급 백도어 악성코드. 네트워크 보안 우회·장기 잠복에 이용됨.

TinyShell :경량 원격 접속용 악성 웹쉘임. 공격자가 서버 명령 실행할 때 주로 활용됨.

웹쉘(Web Shell) :웹 서버에 심어지는 악성 스크립트 파일임. 원격에서 서버 파일 탐색·명령 실행 등에 쓰임.

CrossC2 :Cobalt Strike 기반 변형 프레임워크임. 해커가 명령제어(C2) 통신에 사용함.

Sliver :오픈소스 C2 프레임워크임. 원래 레드팀·보안 점검용인데 실제 공격에도 활용됨.

APT (Advanced Persistent Threat) :지능형 지속 위협. 특정 목표를 오래 은밀히 노리는 고급 해킹 기법에 이용됨.

RaaS (Ransom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랜섬웨어. 범죄 조직이 툴을 임대해주고 공격자가 이용하는 구조임.

제로트러스트(Zero Trust) : 내부·외부 안 가리고 모든 접근 계속 검증하는 보안 모델. 최근 기업 보안 전략 수립에 활용됨.

dconnec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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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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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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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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