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홍명보호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준비의 시작을 알리는 A매치 원정 2연전에 진행한 전술 실험에서 가능성과 보완점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10일 멕시코전을 끝으로 9월 원정 A매치 2연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앞서 7일 치른 미국과의 친선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멕시코전에서도 2-2 무승부를 거두며 무패를 기록했다. 월드컵 개최국인 두 팀을 상대로 적지에서 1승 1무 호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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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한국 축구 대표팀 수비수 김민재가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 A매치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09.10 thswlgh50@newspim.com |
홍명보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본격적인 첫 평가전인 만큼 이번 원정 2연전을 통해 현지 환경 파악과 더불어 월드컵 개최국들과 맞붙으며 그동안 아시아팀들만 상대했던 홍명보호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번 2연전 동안 강호들을 상대로 팀 전술, 황인범(페예노르트) 대체 자원 찾기, 손흥민 최전방 배치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 7월에 치른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국내파 선수들을 데리고 실험에 나섰던 스리백을 다시 꺼내 들었다. 동아시안컵 때와 달리 해외에서 활약 중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미트윌란) 등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구성원으로 스리백의 가능성을 한 번 더 확인하고자 했다.
미국 원정 2연전의 최대 수확은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플랜B로 둔 스리백의 본선 활용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스리백 전술을 상대적으로 강팀을 만났을 때 결과를 내기 위해 준비하는 카드다.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가 실점을 최소화한 뒤, 빠른 역습을 활용해 상대 골문을 노리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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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남자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09.09 thswlgh50@newspim.com |
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져 우승을 놓친 탓에 결과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스리백은 이달 해외파가 가세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다양한 선수를 활용해 스리백을 실험했다. 미국전에선 김민재,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이한범으로 꾸렸고, 멕시코전에선 김주성 대신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을 배치했다.
대표팀 간판 수비수 김민재는 스리백에서도 핵심으로 떠올랐다. 김민재는 상대의 빠른 공격 전환 시 빠른 속력으로 커버 플레이로 빈틈을 막아냈고, 상대 의도를 읽고 위로 올라가 압박하는 도전적인 여러 차례 보였다. 공격 상황에서도 빌드업 과정에서 정확한 침투 패스를 공급하는 등 공수 전환의 첫 연결고리 역할도 훌륭히 소화했다.
김민재가 중심을 잡으니 좌우에 있는 김주성, 이한범, 김태현도 덩달아 안정감을 찾았다. 김주성과 이한범이 적극적으로 전진해 순간적으로 공격 숫자를 늘렸다. 두 선수는 김민재의 뒷공간 커버를 믿고 과감하게 전방 압박에 나설 수 있었고, 이는 팀 전체의 압박 강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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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중국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은 김주성(오른쪽)이 문선민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07.15 thswlgh50@newspim.com |
스리백이 강팀과의 대결에 대비한 플랜A로 떠오를 가능성도 보였으나 보완점도 확실했다. 미국전과 멕시코전 모두 한국은 상대의 거센 압박에 적잖이 고전했다. 후반 막바지 미국이 속도를 높이며 압박 강도를 높이자 쉬이 전진하지 못하며 파상공세에 시달렸다. 멕시코전에선 같은 문제로 훨씬 긴 시간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압박을 당해 각 선수들의 위치가 계속 겹치며 실점까지 이어졌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교체 선수가 많아졌을 때 집중력이 저하되는 모습도 있었다. 그로 인해 전방 압박 타이밍이 균등하지 않고, 수비 상황에서 너무 뒤로 빠지며 위협적인 장면을 계속해서 내주기도 했다. 미국과 멕시코에게 모두 17번의 슈팅을 헌납했다. 수비 라인의 호흡도 미국전에 비해 멕시코전에서 훨씬 불안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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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손지호 기자 =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09.11 thswlgh50@newspim.com |
후방 빌드업 시에도 문제가 반복됐다. 미국전과 멕시코전 모두 위험 지역에서 패스가 끊기거나 선수들 사이에 호흡이 맞지 않아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내줬다. 중앙 수비수들의 패스를 받기 위한 유기적인 움직임도 적었다. 이는 전체적인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이번 원정에서 대표팀은 스리백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다. 끈끈한 수비력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은 남겼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조직력, 수비 위치 등 보완점도 확실하게 드러났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2연전 교훈을 바탕으로 10월 A매치를 통해 더욱 정교한 스리백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thswlgh50@newspim.com